말장난 같은 제품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
말장난 같은 제품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11.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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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자극해 이야깃거리 제공…“새로움 추구하는 모습이 강박처럼 나타나”

▷마케터의 이상한 아이디어는 현실이 된다에 이어...

[더피알=조성미 기자] ‘이 제품 실화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엉뚱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시적 마케팅용으로 선보이기도 하지만, 색다른 재미를 찾는 젊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선(先)테스트한 후 시장에 본격 출시하는 일도 잦아지는 추세다.

마케터의 이상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일이 늘고 있다.

관심을 끌기 위한 가상의 자극적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때론 소비자의 착각을 방치하는 미필적 고의도 있다. 농담처럼 툭 던지고 진위를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진실공방이 일어나 바이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실제 판매 제품에 대해서도 오히려 진짜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사례들도 종종 관찰된다.

LG생활건강 페리오가 시바견 캐릭터 브랜드 시로마로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 패키지에는 ‘가글가글 상쾌해 시바’ ‘이 닦고 잠이나 자라 시바’ ‘치약 짜지마 그냥 눌러써 시바’ 등과 같이 욕으로 착각할만한 문구들이 새겨져있다. 일부에선 “무리수 아니냐”는 떨떠름한 반응도 나왔지만 제품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페리오x시로마로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왼쪽)과 케라시스x배달의민족이 내놓은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

애경 케라시스는 배달의민족과 협업한 목욕선물세트로 소비자의 눈을 현혹시켰다. 배민폰트를 활용한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라는 문구와 더불어 ‘피곤해도 씻고 자자’ 바디워시, ‘바쁘니까 빨리감기’ 샴푸, ‘이거 다 거품이야’ 비누 등 타이포 그라피 디자인의 완성품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면서 유쾌하게 소구됐다.

더 나아가 높은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왜 만들었을까’란 의구심을 자아내는 아이템도 있다. 피자헛 운동화는 피자가 먹고 싶을 때 로고부분을 누르면 피자가 배달되는 제품이다. 다소 황당한 이 운동화는 피자헛 앱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이용하는 것으로 위치정보까지 한 번에 전달된다. 과연 살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단 64켤레만 만들어 유명인들에게 제공한 마케팅용이었다.

피자를 따뜻하게 배달해줄 피자 파카의 경우 피자헛의 핫 파우치를 응용한 것이다. 특히 제품보다 이를 소개하는 영상이 더 핫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를 뿜으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해당 제품 역시 이벤트 프로모션으로 제작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의심스러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모험을 시도하는 것은 결국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소비자와 스킨십하기 위해서다.

양재호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버거킹’하면 넉넉한 양, 두툼한 패티, 감자튀김, 코카콜라 등을 떠올릴 수 있는데 이 안에서 ‘버거킹 와퍼맛 치약’은 소비자 인식에 부합할 수도, 괴리감이 있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딱 들어맞지 않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한 번 더 곱씹고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빙그레는 앞서 언급한 빨대 프로모션으로 젊은층과의 스킨십을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주 타깃의 SNS 사용에서 관련 키워드 및 반응이 높은 것으로 분석돼 기대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이디어 제품을 활용한 마케팅의 경우 크게 보면 기존의 차별적 마케팅과 설득의 메커니즘이 유사하다”며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자극에 적응하다보니 실증을 느끼고,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자극이 필요해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극에 대한 반응은 주로 젊은 소비자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며 “재미없고 답답하고 너무 많이 알아 뻔하고 심심한 사회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습이 강박처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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