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대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반값 등록금? 대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1.06.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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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가능할까요?”…등록금 인하엔 “Yes!”

“어디로 피서를 떠나볼까?” “뭘 해야 알찬 방학이 될까?”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할 여름. 하지만 올 여름 초입에서 본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대학교 ‘등록금’ 이다. 왜 ‘반값 등록금’ 이라 쓰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싶지 않아서” 라고 답하고 싶다.

대학생들이 진정 화두로 삼고자 하는 이야기는 현실적인 ‘등록금 인하’ 문제이지 “‘반값’ 해주세요!” 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 이라는 명명은 처음 시작에서부터 ‘반 값’ 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요란하게 던져졌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 없이 그렇게 불리고 있다. 일단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타이틀이기도 하니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의 이름으로 광장의 촛불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정작 이 사태의 주체이자 대상인 일반 대학생들은 그다지 후끈 달아오르지 못한 듯 보인다. 왜 일까.

캠퍼스에 덩그러니 나부끼는 반값 등록금 투쟁 플래카드가 무색하게, 동맹휴업을 위한 총투표는 그 목표 투표수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대학생들의 대화에 ‘반값 등록금’ 에 대한 논쟁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연일 인터넷 포털의 ‘핫이슈’ 란을 도배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사건은 왜 일반 대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걸까? 무엇이 어렵게 찾아온 등록금 인하 기회에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도록 만들었는가? 기자가 만나본 많은 학생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반쪽자리 소통의 문제를 제기했다.

“요즘 한창 이슈인 등록금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물었을 때 뜻밖에도 대학생 10명 중 5명은 “ ‘반값’ 은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데…” 라며 운을 뗐다. 모두들 등록금 인하 자체는 환영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일 많이 회자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이라는 말 자체에는 거부감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은 ‘반값’ 만 부각…다양한 토론의 장 절실

“3년간 대학 다니는 동안 처음으로 등록금 인하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졌어요. 처음엔 기뻤는데 점점 너무 성급하게 접근해 결국 기회를 또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요. 언론에는 ‘반값’ 이라는 이름을 건 시위 현장만 너무 많이 보도되고 진짜 등록금 문제가 뭔지, 뭐부터 해결해야 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어요. ‘반값’ 이라는 말을 상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언뜻 보고 표면적으로 ‘딱, 절반!’ 을 생각해요. 그리고 나면 결국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 논의 필요성은 사라지고 냉소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할까요? 많은 학생들이 촛불시위에 참석하고는 있지만, 제가 언급한 것과 같은 문제점이나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되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반값’ 이 되는 게 싫다는 말은 아니에요. 가능하다면 많이 내릴수록 좋죠.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등록금이 말도 안 되게 높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언론에서 연신 다루는 ‘반값’ 이라는 말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대학생들이 ‘반값이 아니면 안 된다’ 라고 막무가내 주장을 하는 게 아닌데도 밖으로는 그렇게 비쳐질 소지가 다분한 것 같아요.”

두 학생이 지적한 것처럼 그런 움직임을 실제로 찾아볼 수 있었다. 평소 포털 사이트 댓글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이런 의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힘들게 등록금을 마련해 학업을 이어가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건실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야 할 재목들이 경제적으로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는 점에 다들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러면서도 ‘반값이나 등록금이 내려 공백이 생기고, 그 공백이 내가 내는 세금으로 모두 충당된다면 이건 안 될 말이다’ 라는 입장이 적지 않다.

특히 대졸자가 아닌 사회인이거나 졸업 후 취직을 목표로 하는 실업계, 전문계 고등학생들의 경우 언론 보도에서 다룬 것처럼 세금, 정부 지원 등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게 된다면 혜택은 없이 자신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느낀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납세자들의 이런 반응은 무리가 아니다. ‘반값’ 이라는 말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를 푸는 것과 동시에 정부와 대학 교육기관, 정치인, 사회 환원의 도의적 의무가 있는 기업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세금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세금(정부 지원)으로 등록금을 충당하는 방안을 놓고 공방 중인 관계 기관들의 행보에 대해서는 그 내용은 다르지만 대학생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세금으로 이번에 불거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자는 말 자체도 진지한 고민 없이 나온 피상적인 해결책이긴 해요. 하지만 지금 여러 기관들이 세금을 가지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없어요. 대교협에서는 정부의 세금 지원이 있는 만큼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버티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꼭 세금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에 필요한 예산을 모두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더 걷어가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대학생과 그 가정, 더 나아가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결국은 사회에 대한 복지를 실행하는 일이예요. 이미 예전에 이뤄졌어야 하는 복지를 이제 와서 논의하고 있는 거죠. 현재 운용 중인 세금 범위 내에서 비율이 달라져야 할 문제이지 왜 복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국민들을 희생시키는 논리로 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논의는 등록금 문제를 현안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 관계 기관들의 알력 다툼으로 보이기 쉽다. 서로 각자의 희생을 치를 각오나 결단은 찾아볼 수 없어 살인적인 등록금에 수없이 마음고생 해야 하는 대학생들과 그 가정에 또 다시 상처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기자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접했던 다양한 문제들은 어떤 방식으로 보완,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학생들에게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 ‘촛불 시위’ 만 소통 채널 아니다”

“등록금 문제를 놓고 여러 관계 기관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로 당장 고통을 겪고 있는 당사자인 우리, 대학생들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는 ‘촛불 시위’ 하나로 귀결돼요. 다들 등록금 문제 얘기가 나오면 ‘넌 촛불 시위 갔었어?’ 를 먼저 물어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물론 시위는 시위 나름대로 등록금 이슈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고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의미가 있지만 이것 만으론 모자라요. 저는 당사자인 만큼 대학생 의견과 입장을 공유하고 의미 있는 내용들이 바로 바로 관계 기관들에 반영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어요.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고 사회복지는 돈을 쓰기 위해 존재한다.’ 라고요. 이 말처럼 복지는 돈을 쓰는 일이예요.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해 더 좋은 복지를 해내느냐가 관건이겠죠. 그런 맥락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앞세워 ‘아직은 때가 이르다’,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는 식의 미뤄두기에는 정말 반발심이 생기기도 해요. 저는 아직 촛불 시위 현장에 나가보진 못했는데, 대신 트위터를 통해 등록금 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짧은 글을 올리는 기능만으로 뭘 할 수 있겠냐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트위터가 사회 현안들을 접하게 해주고 생각할 기회도 준다고 봐요. 또 그 생각을 다른 트위터리언들과 공유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의견은 리트윗도 하면서 그렇게 하나 둘 씩 특정 사안에 대한 다수 의견이 모이고 소수의 좋은 생각도 반영할 수 있게 되죠. 또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특정 집단의 게이트 키핑 없이 순수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이런 SNS의 순기능적 특성을 통해 등록금 문제에 참여하고 싶은 대학생들과 일반 국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토론의 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다들 “ ‘반값’ 이라는 말이 맘에 안 들어요.” 로 시작했지만 결국 본 기자가 그들과 나눈 대화에는 등록금 인하를 위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좀 더 채워져야 할 부분들에 대한 논의가 들어 있었다. 마땅히 누려야 할 배려를 누리지 못하고 사회의 짐을 개인이 떠안고 있었던 부조리한 시간을 견뎌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대학생들이다. 누구보다도 많이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한 쪽으로 치우쳐 대표성이 흔들리기 쉬운 집단을 대표로 하는 시위 현장이 아니라 개개인의 목소리와 의미 있는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지금의 등록금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부분이다.

등록금 문제는 고질적이고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고등교육시스템과 결부돼 있으므로 단지 재정적 문제로만 접근해 단기간에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애써야 한다. 모든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지만 그만큼 결실은 아름다울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권력을 가진 의사 결정권자이든 그렇지 않은 일반 대중이든 모두가 함께 진지한 자세로 이 문제를 필수 선결과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길은 있다. 혹, 길을 찾을 수 없다면 만들면 된다.

대학생은 결국 이 사회를 이끌어갈 재목들이다. 단지 고등교육을 받은 계층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사회가 지켜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청년’ 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개인에게 맡기는, 개인 희생 아래 존재하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 결국 ‘청년’ 들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면, 없는 길 하나 만들어 보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며 감수하지 못할 희생은 또 무엇이겠는가.

‘반값 등록금’ 이라는 구색 좋은 이름만으로 남지 않도록, 우리 모두 책임 있는 한 마디씩은 준비해 보자. “등록금 문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민정 The PR 대학생 명예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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