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내다보는 카멜레온이 돼라
10년을 내다보는 카멜레온이 돼라
  • 한승재 (mhan@webershandwick.com)
  • 승인 2018.06.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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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의 Techtory] ‘디지털 춘추전국 시대’ 살아내는 법
10년 단위로 비즈니스 상황을 보면 전 단계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 다음 단계에서 펼쳐지고 있다. 커뮤니케이터들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진화해야 산다. 

[더피알=한승재] 12년 전 스페인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할 때다. 나보다 5살 정도 많은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 그는 편집 디자이너로 시작해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인쇄소에서 활자인쇄와 옵셋인쇄(offsetpress·평판 인쇄법의 하나)를 배웠으며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웹디자인을 배웠다고 한다. 그 후 웹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며 코딩을 습득했고,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램인 플래시를 배워 모션그래픽 작업까지 업무 영역을 넓혔다. 존재 자체가 걸어 다니는 그래픽 디자인 히스토리였다.

실제 주변을 보면 산업디자인에서 웹디자인으로 그리고 다시 영상디자인과 멀티미디어 분야, 이어 광고와 마케팅 영역으로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만들어간 사람들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커리어 패스맵을 작성하고 향후 5년간 업계 트렌드를 면밀히 조사해 자신의 진로에 맞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8년 상황을 떠올려보자. PC통신에서 빠르게 인터넷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인터넷 속도가 향상되면서 다양한 홈페이지 디자인이 등장 했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플래시를 이용한 화려한 모션의 브랜드 사이트들이 넘쳐났다.

강산처럼 바뀌는 트렌드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8년도에도 기존에 없던 변화들이 가득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증폭됐으며 이와 동시에 SNS 붐이 일어났다. 지금은 어떤가? 로봇과 인공 지능을 이야기한다. 없어질 직업과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10년 단위로 비즈니스 상황을 살펴보면 전 단계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 다음 단계에서 펼쳐지고 있다.

업무영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10년 전과 동일한 사람이 계속 같은 업무를 맡고 있다. 전문 영역의 경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할 직군과 업종은 나름의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시대를 선도해 온 글로벌 기업들이 계속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업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크게 △고객과의 접점 확대(Engage Customers) △직원 역량 강화(Empower Em\-ployees) △운영 최적화(Optimize Operations) △ 신사업 영역의 다변화(Transform Products)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가운데 신사업 영역의 다변화는 선두그룹의 최근 트렌드를 살펴보면 다양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연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디지털 관련 주목 받는 화두.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디지털 관련 주목 받는 화두.

버즈피드, 텀블러,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플랫폼 회사들이 내부에 새로운 팀과 조직을 신설했다. 그들의 플랫폼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팀을 만든 것이다. 구글이 제작한 농심 신라면 광고처럼 플랫폼 회사가 영상을 만들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광고 업무를 진행하며, 커머스 플랫폼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종결합을 통한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필자의 회사 역시 PR업에서 출발했지만 다양한 디자인 업무와 영상제작을 비롯해 디지털 사이니지까지 내부에서 개발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영역은 스타트업계이고 가장 늦은 영역은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라고 한다. 조금 더 세분화하면 방송 미디어 영역에서는 글로벌 인터넷 스트리밍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나머지가 상대적으로 늦다. 각 분야마다 선두그룹은 있기 마련이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된다. 하지만 그것을 나누는 방식은 전적으로 기업 경영자의 마인드와 기업 운영 전략에 달려 있다.

롤모델 없는 디지털 춘추전국시대

과거의 전형적인 광고 방식을 떠올려 보면 광고 주-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미디어 에이전시-콘텐츠 제작자-미디어 전송사업자를 거쳐 소비자에게 최종 결과물이 전달됐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역량(디자인, 영상 자체 제작)을 갖춘 마케팅 에이전시를 통하거나, 플랫폼 사업자 또는 1인 크리에이터들을 광고주가 직접 컨택하고, 모바일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으로 짧아졌다.

모든 방식이 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고객 접점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틀로 기획·운영하고 대응할 인력들이 필요해졌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침투하기 위해 콘텐츠 생산자들은 다양한 고민과 실험을 해야 하며 브랜드 담당자, 마케팅 담당자, 온드 미디어 채널 운영자, 각 사업부 책임자들은 트렌드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카멜레온이 되어야만 한다.

지금은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종 회사들과의 합병이 많아지고 조직 내 전혀 다른 사업부서들과 협업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각 기업들이 시대 변화를 머리로는 인식하지만 바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당장 큰 타격을 받지 않아서다. 혹은 내부적으로 솔루션을 찾아봤으나 구체적인 실행안을 얻지 못한 경우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의 부재다.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도 매우 중요하지만 업계 특성에 따라 다른 역량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한 우물만 깊게 판다면 전문가가 될 수 있지만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 시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디지털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롤모델이 없는 시대이며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익혀야만 한다. 무림에서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기술과 노하우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전문가로 한 영역을 선점해 베이스캠프로 만들어 놓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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