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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해도 ‘죄’, 소셜 이슈 민감도 높여라
둔감해도 ‘죄’, 소셜 이슈 민감도 높여라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9.13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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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조직문화, 잇달아 기업·브랜드 평판 하락과 연결
관행대로 했을 뿐인데 외부 시선에서 논란이 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관행대로 했을 뿐인데 외부 시선에서 논란이 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 국민은행은 신입사원 연수 중 100km 행군을 진행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협동심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지만 군대식 문화인데다 생리 주기가 겹친 여직원을 위해 피임약까지 준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는 고전수업 도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학급 수업에서 배제됐다. 고대가요 ‘구지가’를 가르치면서 자라 머리가 남자의 남근(성기)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뒤 몸짓으로 자라의 움직임을 표현한 게 화근이었다.

# 아시아나항공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사내 행사에서 오너를 위한 퍼포먼스를 직원들에게 강요했다는 내부 폭로로 물의를 빚었다. 승무원들은 로비에 빙 둘러서서 오너를 맞이한 뒤 율동과 노래 등 ‘회장님 영접 매뉴얼’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고 주장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늘 하던 대로 했는데 문제가 된다. 국민은행은 예년처럼 신입생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뿐이고, 국어교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내용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예전엔 별 문제 없던 것들이 논란이 되거나 언론에서 주목해 기업이미지가 훼손된다.

사회 이슈에 대해 민감도가 높아진 대중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시대착오적 조직문화도 ‘죄’가 되는 세상인데 ‘윗분’들이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미투와 페미니즘을 말하는데 조직은 여전히 관행을 반복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과잉 의전 논란도 그렇다. 이는 VIP 문제라기보다 관리자들의 ‘과잉충정’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오너가 직접 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런 의전을 받았을 때 VIP가 ‘이거 하지 마!’라고 단호히 자르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작은 이벤트로 기분을 좋게 만들자’는 안이한 생각이 이슈 발화점이 된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 익숙한 비판·연대

시대가 바뀌었다. 정치는 탈권위를 이야기하고, 경제적으로도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사회적으로는 성적인 평등, 나이에 따른 평등을 요구한다. 전반적으로 기업 윤리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높아지고 감시의 눈은 많아졌다.

스마트폰과 함께 정보주권이 일반 대중, 소비자에게 넘어가면서 기업의 정보통제력은 무력화됐다. VIP 이슈나 갑질 논란, 미투(#MeToo), 제품 안전성 문제, 구성원의 일탈까지 모조리 녹음되거나 촬영돼 언론에 보도된다. 기업 핵심 임원들의 몰지각한 발언이나 범법행위들이 날것으로 공개돼 더 큰 파괴력을 갖는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항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을 닦달했던 녹음파일이 뉴스 프로그램에서 보도됐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항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고성을 질렀던 녹음파일이 뉴스 프로그램에서 공개됐다.

블라인드, 대나무숲 같은 익명 커뮤니티도 활성화됐다. 옛날에는 불만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였다면, 이제는 바로바로 의견을 표출하고 힘을 모은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기업의 민낯을 퍼뜨린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과 달리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져 직원들의 충성심이 옅어진데다, 폭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불만을 즉각적으로 표출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기업 조직문화를 향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까라면 깐다’는 군대식 권위주의가 당연시됐다. 상사의 지시가 부당해도 그대로 따르는 게 올바른 처신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불합리한 일에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태에서 보듯 SNS에 올리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특히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후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살아온 환경이나 생각 자체가 다르다. 이전 세대에 비해 달라진 교육 수준과 의식을 바탕으로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회나 기업 조직문화와 끊임없이 충돌한다. 관습에 단순 저항하는 것을 넘어서 구조적인 모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대한다. 미투 운동이 대표적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인권의식이나 지식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촛불 시위를 거치며 정치적인 효능감도 생겼다. 참여해서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직접 행동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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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2018-09-13 14:50:58
현 시점을 꿰뚫는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관습에 단순 저항하는 것을 넘어서 구조적인 모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대한다.' 라는 문장이 참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