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춘천미술관 전시 작품 ‘성차별 논란’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춘천미술관 전시 작품 ‘성차별 논란’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9.07.05 19: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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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시킨 남자 좌석’ 등 표현에 문제 제기
예술작품이라도 젠더감수성 고려해야
심민섭 작가의 ‘남자들이 이젠... 힘들다’라는 제목의 만평.
심민섭 작가의 ‘남자들이 이젠... 힘들다’라는 제목의 만평. 춘천여성민우회 제공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사건요약

춘천미술관에 전시된 카툰 작품을 놓고 ‘성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춘천미술협회가 주관한 ‘2019 세대공감-카툰으로 본 세상’ 전시에서 심민섭 작가의 만평 ‘남자들이 이젠... 힘들다’가 소개됐는데, 그림에 나온 표현과 작품소개 모두 성차별적 요소가 담겨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작품에는 ‘임산부석’과 ‘임신 시킨 남자 좌석’이 그려져있다. 이를 본 남성이 “임신 시키기가 얼마나 힘든데...”라고 말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작품설명에는 “남자들의 정자가 힘없는 세상이 됐다”, “남자가 여자를 임신시키려면 각고가 큰 세상이 돼버렸다”는 등의 문구가 들어있다. 

만평 아래에 달린 작가의 작품소개. 춘천여성민우회 제공.
만평 아래에 달린 작가의 작품소개. 춘천여성민우회 제공.

현재상황

이같은 내용이 2일 페이스북 등 SNS로 퍼지면서 ‘시대착오적인 작품’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춘천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조롱이 담겨 성평등시대에 역행하는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춘천시문화재단은 이사장 명의로 공식입장을 내고 “성인지 감수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작품으로 인해 관람객들의 불쾌감을 유발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보장되어야 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작품은 철수될 예정이다. 

이슈 선정 이유

최근 자유한국당 ‘엉덩이 춤’ 논란,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 논란에 이어 터져나온 또다른 젠더이슈다. 사회적으로는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케이스도 있어 논란을 낳고있다. 특히 예술작품의 경우엔 그동안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 묵인돼왔다는 점에서 이번 이슈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목할 키워드

젠더 감수성, 표현의 자유

전문가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지은희 강원여성연대 대표

코멘트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과거에는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여성을 상품화하거나 농담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페미니즘이 대중화하면서 예전에 허용됐던 것들이 지금은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번 전시작품에서는 그런 시대적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를 춘천시문화재단에서 주최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춘천시의 이름을 내건 행사라면 사전에 작품을 체크하고 철저히 공공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걸 놓친 공공기관의 감수성과 시스템도 함께 비판받아야 한다. 

사태 수습을 위한 사과문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과문 내용 중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보장되어야 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여러분을 불쾌하게 해서 죄송하지만 표현의자유로 이해해달라”는 것으로 읽힌다. 여성단체들이 제기한 페미니즘적 목소리를 표현의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와 등치시킨 것으로 사과라고 볼 수 없다.

예술가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성 인지감수성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최근 배스킨라빈스에서 11세 여아를 상품화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소셜커머스에서 ‘여름아동복’을 치면 여아들이 성인처럼 꾸미고 나온 경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페미니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여성의 상업화가 성년만 타겟팅하는 게 아니라 미성년으로 넘어가는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앞으로 젠더감수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은희 강원여성연대 대표: 이번 논란의 책임은 1차적으론 창작자에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술협회와 춘천시문화재단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작품 안에 여성 비하, 혐오 표현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도 이를 여과없이 내보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들어 문제없다고 봤겠지만, 상식적 수준의 성 인지감수성을 고려하지 못해 논란을 자초했다.

젠더이슈에 대한 민감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남역 10번출구 사건 이후 미투 등을 거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회전반에서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성적 대상화되면서도 소리없이 있던 여성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2030세대의 경우 성차별적 이슈에 대해 결코 참지 않을 것이다.

SNS를 통해 젠더 이슈가 확산되는 흐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젠더 문제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갖고 이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점점 그런 힘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항상 성차별적으로 문제되지 않을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예술가들은 표현의 자유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작품이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에도 그런 자유가 허락되진 않는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논란에 대해 여성단체와 문화재단, 미술협회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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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스 2019-07-05 21:40:56
성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자들이다.
예술인들, 인반인들의 의견을 담은 내용은 업다. 편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