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부서의 넥스트가 뭐냐고요?”
“PR부서의 넥스트가 뭐냐고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7.0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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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더피알=강미혜 기자]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PR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얘기다. 하지만 전략적이라는 관형사를 실제화하는 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획과 실행의 밑단에서 촘촘히 설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핵심은 리서치(research)에 있다.

리서치라는 단어를 접하니 왠지 머리부터 아파왔다. 기자의 엄살에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계도의 말문을 열었다. ‘리서치 기반 전략 컨설팅’을 표방하며 만 10년째 실무향(向) 연구를 누적하고 있는 그와의 대화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강함수 대표는...리서치 기반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청와대 공보실과 메타커뮤니케이션즈 PR연구소 소장, 에델만코리아 이사 등을 거쳐 2009년 7월 에스코토스를 설립했다.
강함수 대표는...리서치 기반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청와대 공보실과 메타커뮤니케이션즈 PR연구소 소장, 에델만코리아 이사 등을 거쳐 2009년 7월 에스코토스를 설립했다. 사진: 성혜련 기자

리서치 기반 전략 컨설팅은 소위 가성비 떨어지는 PR 서비스 같습니다.

흔히 리서치를 서베이로 생각해서 그래요. 리서치는 광범위한 개념의 연구에요. 연구라면 또 어렵게들 생각하는데, 사실 PR 업무는 연구 기능이 없으면 안 됩니다. 연구라는 개념을 좁게 보면 언론 네트워크(기자관계)를 통한 미디어 대응이나 퍼블리시티(보도자료 기사화) 등이 될 텐데요. 이런 활동을 할 때도 미디어 내용분석이나 온라인상의 자료 수집 등 나름대로 정리해서 논리를 만들고 플랜을 짜잖아요. 그게 다 연구적 요소에요.

언론홍보를 벗어난 PR프랙티스(practice) 영역을 보면 위기관리, 명성관리, 사내커뮤니케이션, CEO 브랜딩 같은 것이 있어요. 이런 과제는 체계적 방법론과 절차, 진단 기준이 제대로 없으면 정말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위기관리를 예로 들면, 위기관리의 사전 준비는 실제 대응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사전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거죠? 매뉴얼을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나요? 또 수집하는 방법과 절차는? 홍보실뿐만 아니라 전사 주요 부서를 참여시켜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각각 R&R(역할과 기능)을 부여하고 싶은데 그 방법론은 뭘까요? 이런 게 다 리서치 영역이에요. 가성비 떨어지는 서비스가 아니라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활동인 거죠.

리서치가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했을 때 웬만한 PR회사라면 다 하는 것 아닌가요?

일반적인 PR회사는 기본적으로 연구만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회사간 우열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상 그렇다는 겁니다.

연구는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지속적으로 경험을 누적시키고, 방법론적 측면에서 모델을 정립해나가는 것이기에 고도화를 위한 전담 인력들이 필요해요. 때로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학습하고, 어떤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을 들여 경험하면서 주요 프랙티스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보기도 합니다. 저는 적어도 15년간 이 방법론, 프로세스들을 고민하고 만들어왔어요.

물론 연구적 요소가 없어도 일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PR 영역은 있어요. 뉴스 아이템을 잘 뽑거나 좋은 아이디어로 미디어 관심을 끌고 타깃의 참여를 높이는 활동들이 대표적이죠. 그것은 그것대로의 서비스가 존재하고 PR회사들이 온라인과 연결해 다양한 퍼포먼스도 내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특별히 리서치가 ‘must’가 되어야 하는 분야가 있나요? 안 하면 절대 일이 안 된다 하는.

고객사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에요. 그 관점에서 위기관리와 조직커뮤니케이션(사내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는 조직 내부와 외부의 인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겁니다. 어떤 위기에 취약한지 우선 진단해야 하니까요. 통상 경영컨설팅사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에서 재무적 요인, 환율, 조직 상황 등을 다 정량화해요. 그러기 위해 오딧(질문)하고 프로세스를 진단하고 유관부서의 자료를 분석해 체계를 만들어 리포트를 통해 방향성을 정리해 줍니다. 마찬가지예요. 위기관리에서도 조직을 문진하는 사전 단계들이 촘촘하게 있어야 의도한 결과로 이어져요.

특히나 요즘 위기는 온·오프라인이 없어요. 위기 전개나 확산 과정을 살펴보면 기존 미디어의 보도, 개인이 생산한 정보, 사람들의 참여와 공격, 능동적인 행동주의 등 이전에 보지 못했던 지점에서 벌어집니다. 온라인은 데이터가 남잖아요. 모니터링 해야죠. 근데 그 많은 걸 언제 다 보나요? 결국 리서치를 통해 어떻게 보고, 어떤 방법으로 풀어낼 것인가 사전에 따져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누적되고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어떤 이슈를 파악할지, 이슈에 대한 우리 조직의 반응에는 어떤 패턴이 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전략과 대비책을 모색해야 해요.

조직커뮤니케이션은 내부 구성원과 주요 이해관계자의 관계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봅니다. 리스닝(listening)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청은 곧 리서치에요. 단순히 조직 내부 의견을 파악하는 정도가 아니라, 리서치 과정에서부터 조직 구성원이나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프로세스가 돼야 합니다.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그들은 무엇을 답변할 것인가,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는가, 조직의 눈치를 보는가, 불만인가 제언인가 등 여러 입장과 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기업의 문화와 관습, 분위기 등을 파악해 적용할 방법론을 디자인해야 해요. 그것이 제대로 됐을 때 좋은 솔루션이 나오며 참여자부터 실행자, 의사결정권자 모두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 성혜련 기자
강함수 대표는 디지털로 PR업무가 변화하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는 물음에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연구는 필수적 요소라고 말한다. 사진: 성혜련 기자

문제는 늘 예산입니다. 비용을 적게 혹은 최소화하면서 리서치 기반 PR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방법은 없나요? 실무에서 유용한 팁을 주신다면.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올해와 내년, 후년을 지속하는 활동이잖습니까. 그러면 주기적으로 현재의 활동을 진단할 수 있는 벤치마크가 하나씩은 있어야 합니다. 그것들을 각자 방식대로 만들어야 해요.

가령 일반 PR 업무에서 루틴하게 진행하는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누적시키는 겁니다. 기자를 만난 시간, 보도자료를 낸 횟수, 미디어 커버리지 정도, 메시지가 얼마나 정확히 나갔는지 등 여러 정보를 체계화해서 DB화할 필요가 있어요. 그것도 일종의 리서치거든요. 간단한 엑셀 작업 역량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합니다. 일과에서 쌓이는 이런 데이터를 개인의 것으로만 생각했지 회사 차원에서 관리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DB가 축적되면 연 단위로 증감 추이를 보며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조정할 수 있어요. 내부에서 우리(팀) 활동에 대한 보고와 설득도 가능하고요.

그 외 가장 예산이 필요 없는 일들은 문헌조사입니다. 증권사 연구보고서, 특정 주제의 온라인 카페, 학술논문 연구, 주요 연구기관의 보고서 등 수집 소스를 규정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미디어 분석 차원에서 언론진흥재단 서비스인 ‘빅카인드’도 활용해 볼 수 있어요. 간단한 오디언스 인식이나 상황 파악을 할 때엔 사나흘이면 결과가 나오는 오픈서베이 같은 모바일 조사를 활용할 수도 있겠고요.

파일럿 조사 성격은 표본 확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을 먼저 만들고, 해당 질문을 통해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 주변 팀이나 조직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세요. 그 의견을 종합해 주요 내용을 다시 1차 정리합니다. 그리고 다시 의견을 물어보는 겁니다. 델파이라는 기법인데 체계적으로 하지 않아도 현업에서 충분히 차용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영역은 그나마 채널별 데이터가 있어요. 발행한 콘텐츠 유형, 요소를 세분화해서 유목을 만들고 그것을 기준으로 내용분석을 다시 해보세요. 어떤 유형과 요소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역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획과 실행에 변화를 줄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방법론을 차근차근 시도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특별한 비용 없이도 가능합니다. 이 일을 위해 투입되는 인력 비용까지 비싸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요.(웃음)

컨설팅 과정에서 많은 기업과 관계자를 만나시는데요, 요즘 현업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첫째는 PR부서의 미래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에요. 아주 근본적이면서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에스코토스만 해도 커뮤니케이션팀, 홍보실과만 일하지 않아요. 프로젝트에 따라 마케팅이나 전략기획부서 등과 마주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 말인즉, 예전 같으면 홍보실에서 맡을 일이 다른 부서로 넘어갔고 점점 더 영역이 겹쳐지고 있다는 의미에요. 이런 상황에서 PR부서의 넥스트(next)는 무엇인가? 구성원의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가? 그 커리어 관리는 누가 하는가? 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알다시피 기존 전통미디어를 매개로 진행하는 홍보 활동은 점점 더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어요. 지면을 사지 않으면 기사 내기가 힘들고, 설령 기사가 나도 봤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디지털을 기준으로 보면 마케팅 파트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변화 속에서 새로운 영역 개발과 역량이 요구되는데 어떻게 충족시켜나갈 것인가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어요.

두 번째는 내부 설득입니다. 여전히 많은 실무자가 힘들어하는 지점입니다. 위기관리 상황에서도 가장 많이 요청받는 내용이 ‘윗분 설득시켜 주세요’일 정도니까요. 사실 홍보실이 기업의 이슈를 만들진 않습니다. 대개 사업부와 관련 있어요. 문제는 각 조직의 주체들이 커뮤니케이션을 단편적으로 생각하거나, 언론 보도 결과 책임이 전적으로 홍보실에 있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기업 뉴스룸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시성”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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