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실의 미래? 현재를 보자
홍보실의 미래? 현재를 보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9.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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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미담이 실종된 기업뉴스
이상-현실 불균형 심화, ‘정상적 기능 변화’ 어려워져

홍보실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시 기사로 다룬 적 있으세요?

[더피알=강미혜 기자]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이와 같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올해에만 대여섯 차례 들은 것 같다.

매번 나오는 대화거리 정도로 치부하기엔 빈도가 잦고 말이 길어졌다. ‘홍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커뮤니케이션 업무 담당자들의 현실적 (어쩌면 생존을 위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답이 없을 것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상과 현실의 불균형 심화다.

언론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기사가 나도 임팩트가 없다. 기업뉴스에는 ‘미담’이 없어진 지 오래다. 반면 홍보실 입장에서 아픈 뉴스, 나쁜 소식은 손도 못 쓸 정도로 삽시간에 확산되면서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된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미디어를 전통언론, 뉴미디어로 분류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온드(owend), 언드(earned), 페이드(paid) 등으로 새롭게 구분하고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기 위해 애쓰지만, 언론기사 한 방에 홍보실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실무자들이 득세하는 거냐? 그것도 아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마케팅, 기업 뉴스룸 구축·운영이 홍보실과 커뮤니케이션팀의 숙명과도 같은 과제로 주어졌지만 정작 그 일을 맡는 담당자들의 위상과 권한은 느린 걸음이다. 여전히 ‘홍보실의 꽃’은 언론홍보다.

언론 생리를 잘 아는 기자 출신들이 주요 기업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오너가 있는 기업에선 위기관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언론이나 홍보나 다 과도기 상황이다” 등의 자위성 말들만 메아리처럼 계속 맴돌 뿐이다.

그러는 사이 홍보실의 디지털 근육은 마케터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밀리고 있다.

마케팅과 PR은 태생부터가 다르다고 항변해본들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브랜드를 마주하는 소비자 시각에선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마케팅적 퍼포먼스가 더 혹할 지점이 많다. 그래서인지 언론관계를 위한 ‘막는 용도’ 외 프로모션PR을 위한 예산 주도권이 마케팅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려온다. 홍보실과 오랜 파트너 관계인 에이전시 업계는 진작부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행동 반경을 넓혀 살길을 모색했다. 

사실 디지털 전환기에도 홍보실 기능 변화는 연착륙이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홍보실이 마크해야 할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서 기자는 핵심에 속한다.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을 간과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언론관계도 충실히 하면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 지금처럼 심각하게 존재의 이유를 논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홍보의 핵심이해관계자인 그 언론이 너무도 빨리 ‘기형적’으로 바뀌어버렸다는 데 있다.

매체 영향력이나 뉴스 파급력이 달리다 보니 노이즈 마케팅을 위한 보도를 일삼고, 신뢰받지 못하는 ‘무용의 기사’는 다수의 뉴스 소비자가 아닌 소수의 홍보실 사람들과의 기싸움에 이용된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광고가 줄어드니 기자질이 참 힘들다

그런 기형적 관행이 전통홍보의 역할과 기능을 더욱 빠르게 퇴색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다. 소수의 몰염치한 언론, 근본 없는 인터넷매체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솔직히 (기업 아킬레스건이) 다 보이거든. 때리기 전에 우리도 좀 먹고 살게 (광고·협찬비) 풀면 좋잖아. 나도 괴롭고 거기도 괴롭고 왜 자꾸 나쁜 사람을 만드는지…

식사자리에서 들은 모 언론사 데스크의 농반진반 하소연(?)이다. 언론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는 간부의 피곤함과 곤혹스러움이 표정과 말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살림살이 팍팍한 언론계가 변칙에 익숙한 물이 되면서 홍보실은 점점 더 가라앉는 배 신세가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항해노선을 180도 틀기 어렵고 배에서 뛰어내리기도, 새로운 배로 갈아타기도 여의치 않다.   

“이런 (전통) 홍보는 딱 우리 세대에서 끝날 것 같아요. 예전에는 힘들어도 보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도 못해요. 젊은 친구들이 하려 하겠어요? 이대로는 미래가 없는 것 같아요.”

광고·협찬을 부르는 ‘기사 맹공’에 연일 멘탈이 털리고 있다는 홍보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변화 정도가 아니라 혁명 수준은 돼야 홍보실의 ‘정상적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홍보실이 혁명의 주체가 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또 발목을 붙잡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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