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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없는 패션지와 공연 안하는 락밴드의 사정
사진 없는 패션지와 공연 안하는 락밴드의 사정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1.10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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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발자국 줄이기 위해 이동거리 최소화
예술의 의미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어

[더피알=정수환 기자] 패션 잡지가 화보 사진 없는 매거진을 내놓았고 세계적인 락밴드가 콘서트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 이유는 바로 ‘환경’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흔들만큼 파격적인 행보가 어떻게 환경을 지킨다는 것일까.

보그 이탈리아 2020년 1월호. 보그 이탈리아 홈페이지.
보그 이탈리아 2020년 1월호. 보그 이탈리아 홈페이지.

보그 이탈리아 2020년 1월호에서는 사진이 없다. 화보는 일러스트로 대체됐고 가장 중요한 커버 역시 일러스트로 꾸몄다. 잡지 한 권을 만들기 위한 사진 촬영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비용을 줄여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9월호를 작업하기 위해 모인 인원은 150여명. 20회의 비행과 12회의 기차 이동, 40대의 자동차가 대기했고 60건의 국제 배송이 있었다. 조명은 쉬지 않고 10시간 정도 켜져 있었으며, 가솔린 연료의 장비를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케이터링 서비스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고 각종 장비에서 플라스틱이 포장을 위해 쓰였다. 전화, 카메라 충전을 위해 전기도 사용했다.

에마누엘레 파네티(Emanuele Farneti) 보그 이탈리아 편집장이 보그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한 말이다. 그들이 패션 잡지 한 권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이 배출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내놓은 실험물이 바로 2020년 1월호다. 파네티 편집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월호의 모든 작업은 여행, 운송, 오염 없이 진행됐다. 옷 사진을 찍지 않고도 옷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절감한 제작비는 최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베니스의 문화 센터 복구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콜드플레이 새 앨범 'Everday life' 이미지. 콜드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콜드플레이 새 앨범 'Everday life' 이미지. 콜드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콜드플레이는 작년 11월, 콘서트가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 콘서트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콜드플레이는 BBC뉴스에서 “지속가능한 걸 넘어서 환경적으로 유익한 공연 방법을 찾기 위해 2-3년 간 콘서트를 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결정이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세계를 누비며 콘서트를 여는 콜드플레이가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비행이다. 태양 에너지를 쓰면서, 플라스틱이 없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또한 잠정 중단 후 개최할 공연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탄소 중립’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한다.

마크 세베지 BBC 음악 전문 기자는 “콜드플레이는 지난 투어에만 직원 109명, 트럭 32대, 5개 대륙을 운전해줄 운전기사 9명을 대동해 총 540만 관객 앞에서 112번의 공연을 열었다”며 “콜드플레이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영국에서만 음악 공연으로 매년 40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플뤼그스캄의 영향?

보그와 콜드플레이의 행보에는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플뤼그스캄(flygskam)’ 운동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플뤼그스캄은 스웨덴어로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을 뜻한다. 스웨덴에서는 최근 비행기의 대안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로 재작년 대비 작년 1~4월 비행기 이용객이 8% 줄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한 명 당 비행기 여행에서 1km당 285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기차 여행 1km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14g의 약 20배다. 스위스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공무원이 6시간 미만 출장엔 기차를 타야하는 정책을 작년 12월 내놓기도 했다.

특히 플뤼그스캄 운동은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지지로 급물살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플뤼그스캄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생겨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이런 사회적 흐름에 부응하는 보그와 콜드플레이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한 네티즌은 보그 이탈리아의 실험에 대해 “패션잡지 자체가 패션을 보여주는 게 주 목적인데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모순인 듯하다. 막상 실사화를 그린다 해도 그게 사진보다 더 친환경적이냐 아니냐도 분명히 논란이 될 것이다”라며 우려했다.

콜드플레이 공연에 있어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취지는 좋지만 그렇게 하면 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다. 애초에 예술 자체가 잉여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콜드플레이니까 할 수 있는 과감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사회적으로 모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외면한 채 패션 혹은 문화·예술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것이 사회의 본질을 포기한다는 것으로 당장 치환될 수 없다”며 “문화·예술분야가 기후변화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맞다. 안 좋게 바라보기 보단, 이런 사례들을 앞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좋은 계기로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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