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박능후 장관 ‘전신방호복’ 발언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박능후 장관 ‘전신방호복’ 발언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6.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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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탈진 질문에 “언론 의식” 답변…코로나19 상황서 수차례 설화
기존 스타일 그대로 투영한 화법, 전문가 “언론 생태계 이해·판단능력 부족해 보여”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수술용 1회용 가운을 입어보고 있다. 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수술용 1회용 가운을 입어보고 있다. 뉴시스

이슈 선정 이유

한두 번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코로나19 방역의 중심에 있는 보건복지부 수장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이 한 마음으로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과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능후 장관의 경솔한 발언이 코로나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리더의 말 한 마디는 언제든 조직의 메시지로 치환될 수 있기에 그 누구보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신경 써야 한다. 

▷관련기사: 대변인도 장관도…코로나 禍 키우는 말들

사건요약

박능후 장관이 또 설화에 휩싸였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21대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여름철 의료진들의 탈진에 관한 질문에 “언론에 계속해서 전신방호복 사진만 나오니 의료진들이 이를 의식해 전신 방호복만 입는다. 수술용 가운은 통기성이 뛰어나다”는 식의 답변을 해 논란을 키웠다.

현재 상황

박 장관의 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의료계 종사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박 장관이 언급한 수술용 가운과 전신 방호복의 개념 자체가 다르고, 감염병 환자로부터의 전염을 막기 위해선 전신 방호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의료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장관이 현장 분위기를 너무 모른다”고 성토했다.

주목할 키워드

리더, 메시지, 조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트레이닝 

전문가

류효일 인사이트알앤컴 대표,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코멘트

류효일 대표 : 정부기관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정책 정보 전달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주로 리더가 정책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 밝히고,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질적 행동과 세부 정보는 실무 담당자들을 통해 전달한다.

따라서 기관의 수장이라면 최대한 정제된 표현을 메시지에 녹여 전달해야 한다. 일례로 이낙연 전 총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유명하다. 공식 답변은 철저히 정제해 내놓는다.

기업이나 기관을 상대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기존 생활방식과 스타일을 그대로 투영해 커뮤니케이션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미처 준비되지 않는 질문이 들어올 시 부적절한 발언으로 나타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국에 정부의 보건정책을 전달하는 책임자다. 리더로서 특정 이슈에 대해 가치를 담아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박 장관이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대응하다보니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미증유 감염병 사태 속에서 위기를 관리해야 할 기관의 수장이라면 더더욱 조직원(의료진)과 언론을 이해하고, 공식석상에 나서기 전 미디어 트레이닝을 통해 미리 예상 질문과 답변을 숙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미디어 대응 어렵게 만드는 ‘트랩’ 유형

김창남 교수 : 기본적으로 박 장관이 사물과 현상을 깊이 있게 통찰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본다. 이슈에 대한 핵심을 객관적으로 이해해서 평가하지 못한 것 같다.

리더로서 타인, 특히 조직 구성원들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부족하니 자신의 협소한 지식과 관점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것이 경솔하고 즉흥적인 언동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국가의 중요기관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서의 능력과 자질이 준비가 덜 돼 있다.

(정부 요직 인사의 메시지를 중요하게 다루는) 언론 생태계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도 부족해 보인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기업의 리더는 항상 이슈나 사물, 현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통찰해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정부기관의 경우엔 조직 구성원들, 더 나아가 국민에 대한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상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하며,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오랜 수련과 연습으로 준비했어야 했다. (박 장관 임명은) 이번 정부의 실패한 인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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