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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략은 근시적·단시적이어야 합니다”
“이제 전략은 근시적·단시적이어야 합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8.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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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더피알=강미혜 기자] 최고가 되지 말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아직도 A급이 되고, 최고가 되며, 일류가 되려고 분전하고 있느냐’며 속을 긁어대는 듯한 문장. 그러면 뭐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퉁명스러운 마음이 들 때쯤 ‘근본이고 근원적인, 그래서 그만큼 진실한 전략’이라며 다소 거창한 수식을 달고 ‘베타’라는 이름을 소개한다.

책 <베타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경영전략을 풀어낸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인문사회학자 같은 공학박사와 마주 앉아 나눈 선문답 같은 대화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민하는 독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더피알의 고민과도 닿아 있었다.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임춘성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완벽하지 말라’ ‘최고가 되지 말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믿고 보는 누구’, ‘월드 클래스’ 등의 수식어를 얻기 위해 수식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데 완벽하지 말라니요?

완벽하면 좋죠. 수혜를 받는 대상 특히 고객 입장에선 더더욱 좋고요. 문제는 완벽함이 아니라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잃는 것들에 있어요. 그 잃는 것이 옛날보다 지금은, 또 앞으로는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엔 완벽한 것들에 잃는 것이 어느 정도 묻어갈 수 있었다면, 지금은 완벽함과 교환(trade off)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로 등극하고 있어요.

고객은 더이상 늦는 걸 못 참습니다. 그런데 제품과 서비스가 완벽해지려면 고객이 기다려야 해요. 저는 기다림을 요구하는 것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완벽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요.

기업이 어떤 완벽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가요. 

산업화 시대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볼게요. 보통 자동차는 제품 개발 주기가 2~3년이고, 스마트폰은 1년 정도 됩니다. 통상적으로 그 시간 동안 신형에 대한 기대치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즉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제는 그렇게 6개월, 1년이 지나가면 시장의 트렌드를 못 쫓아가게 돼요.

현대차와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도 자율주행을 준비하지만, 동시에 구글과 같은 ICT 기업도 자율주행을 테스트합니다. 전자는 자동차에 컴퓨터를 얹는다면, 후자는 컴퓨터에 바퀴를 얹는 개념이에요. 자율주행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른 거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전통 산업의 강자도 지금은 제조업을 넘어서 플랫폼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겁니다. 그러니 정해진 제품 주기의 시간을 다 쓰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에요.

베타 전략은 중의적 의미에서 게임의 베타서비스에서 착상한 개념입니다. 게임의 경우 가장 트렌디하게 세상의 흐름을 쫓는 분야인데, 매번 베타버전을 먼저 던져줍니다. 정식 서비스와 다른 것도 아니고 과금이 안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일단 베타버전으로 고객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소통 과정을 거쳐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전략을 갖습니다.

자동차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이 개발 주기 동안 철저한 품질과 기가 막힌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죠. 요새는 사람들의 관심과 트렌드가 워낙 빨리 변하니 다른 산업에서도 이 게임의 관점을 차용해야 해요.

계획이나 전략도 그때그때 업데이트된 상황에 맞게 근시적이고 단시적으로 세워야 합니다. 고객이 길게 보지 않고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하는데 연간 계획이나 몇 개년 계획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보통 전략은 장기적 관점에서 큰그림을 논할 때 이야기되는데, 근시적·단시적 접근은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전략의 의미와 언뜻 상충되는 느낌도 듭니다.

코로나 시대를 보세요. 비대면 산업이 뜨고 온라인이 팽창하고 탈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될 거라고 하지만 그 역시 현상이고 결과일 뿐입니다.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 언제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어요. 새롭게 100% 다 전환할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응용 가능한 분야를 찾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 근시적·단시적 개념을 끄집어 낸 겁니다.

어차피 변화가 무쌍해서 종전과 같은 계획은 의미가 없어졌어요. 연초에 계획 수립해서 연말에 나오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 보완될 수 있는 틀로써 계획이 만들어져야 해요. 마치 카드사가 리볼빙 하듯 계획도 월 단위든 3개월 단위든 계속해서 리볼빙하며 수정, 보완해 가야 합니다.

여전히 경영 계획이나 인사 평가가 다 연간 베이스로 이뤄지는데요, 앞으론 변화의 여지를 주면서 ‘리볼빙 플래닝’으로 개념을 달리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 분야, 전 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위한 기술 활용을 더 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나 특이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세요?

4차 산업혁명이 요즘은 DT로 얘기되고, 어차피 가야 할 DT 흐름이 코로나로 인해 더 빨라졌다고들 하는데 저는 좀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분명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요. 현대사의 메가 트렌드도 결국 기술이 주도했고요.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해하려면 메인 동인이 되는 기술의 변화 양상을 봐야 하는 건 맞지만 인간이나 사회, 관계 측면에서의 변화까지 기술로서 설명할 순 없습니다. 빅데이터다 인공지능이다 해서 기술의 사용도나 수용도가 더 높아진 건 맞지만, 그로 인해 생성된 사회의 변곡점이 어떤 식으로 퍼져나갈 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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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대에 많은 사람이 MS나 애플을 선도기업으로 꼽는데요. 저는 아닙니다. 윈도우 업데이트 한 번 시작되면 컴퓨터를 맘대로 끌 수도, 켤 수도 없는 상황이 되지 않습니까. 애플 아이폰은 사용자 관점에서 옵션이 너무 없고요. ‘우리가 하는 대로 따라와’라는 일방의 태도, ‘우리는 완벽하다’는 오만한 태도가 서비스에 투영됐기에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겁니다.

시장을 어느 정도 잡고 있어서 나오는 자신감의 발현일 텐데, 저는 그런 우월적 위치가 오래 못 갈 거라고 봐요. 자기만의 완벽으로 무장하면 저처럼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고, 다른 대안이 생기면 고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임춘성 교수는 고객에 '충성'을 바라는 것이 애당초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소위 ‘애플빠’라고 애플에 기꺼이 충성하는 고객들이 여전히 많잖습니까.

폐쇄성이 주는 불편함보다 다른 가치의 소중함을 훨씬 더 크게 느끼게 되면 마니아들도 유지되고, 지금처럼 점유율도 계속 가져갈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시장과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에선 언젠가는 기업이 진다고 봅니다. 앞서 얘기했듯 고객에 대안이 생기는 순간 완벽함의 자만감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겁니다. 고객은 ‘잠깐 방문한 나그네’예요. 그런 그들에게 ‘빠’라느니 ‘충성심’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죠.

요즘은 기업이나 브랜드도 팬덤 만들기에 한창입니다. 말씀대로라면 브랜드의 팬덤도 언감생심이겠네요.

대중문화만 해도 팬덤이 오래 가던가요? 원래 팬덤은 그 순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일부의 특이 사례, 특정한 현상을 가지고 전체를 해석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저는 팬덤 자체를 부인한다기보다 고객에 충성이란 개념 자체가 애당초 맞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고객은 기본적으로 충성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 순간의 필요에 의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것일 뿐이에요.

보통 충성은 밑에 있는 존재가 위를 올려다보며 따를 때를 의미하는데, 고객 입장에서 기업이 충성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고객충성도라는 용어 자체는 철저히 기업 관점에서 고객을 대하는 구시대적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끊끊’한 게임의 규칙 배우려면”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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