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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in PR Times] 만능열쇠가 된 그린워싱 딱지
[블랙박스 in PR Times] 만능열쇠가 된 그린워싱 딱지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8.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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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 기업들의 친환경 비전 향해 멱살잡이
‘착한 척’에 대한 비난은 착한 행동을 두렵게 한다

더피알타임스=김경탁 기자

‘위선에 대한 비난’은 쉽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선에 대한 비난은 해롭다. ‘착한 척’이 비난받으면 평범한 사람들은 착한 행동하기를 두려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위악’과 ‘허무주의’를 멋있고 쿨하다 보는 그릇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악에 대한 비난’은 인기가 없다. 너무 당연하고 고리타분해서 상품성이 없거니와 이미 그 분야의 너무나도 막강한 경쟁자들(종교, 철학 등)이 있기 때문이다.

위선이든 위악이든 공론의 장에서 어떤 분야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새삼스럽게 주목받아 대중의 인식이라는 수면 위로 떠오르려면, 이전까지 누구도 관심두지 않았던 영역을 발굴하거나 더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 ‘본질적 목표’는 사라지고 말의 잔치만 남기 쉽다.

“환경 걱정되면 먹지를 마?”

배달의민족(약칭 배민)은 지난해 7월 ‘배민그린’ 상표권을 출원하고 친환경 프로젝트와 캠페인을 전개했다. 상표권 출원에 앞서 그해 5월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분리배출 다이어리’ 영상캠페인으로 배달음식이 담겼던 1회용 포장용기를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 영상에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 중에 ‘그렇게 환경을 생각하면 배달을 시켜먹지 말아야지’라는 것이 있다. 배달을 시켜먹으면 1회용품 소비가 늘어나고 배달과정에 오토바이 배기가스도 나오지 않냐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분리배출 방법 설명에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서 배출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는데, 설거지하는 수돗물을 만들 때도 온실가스는 발생하고 용기를 닦는데 사용되는 냅킨이나 휴지를 만들려면 나무를 잘라야 한다.

사람은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서 자원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만든다. ‘태어남 자체가 원죄’라는 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극단적 사상은 본인들만 향유해야지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원주의로 파고들다 보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아힘사(불살생) 교리를 극단적으로 지키기 위해 농사를 죄악시하고 굶어죽는 것을 최고의 경지로 생각한다는 인도의 자이나교처럼 말이다.

중국 현지 영자언론이 보도한 돌산에 녹색 페인트칠 사건 기사 캡쳐.
중국 현지 영자언론이 보도한 돌산에 녹색 페인트칠 사건 기사 캡쳐.

‘그린워싱’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유행어이다. 2007년 중국 윈난성 쿤밍시 푸민현 임업국이 돌산을 푸르게 보이도록 녹색 페인트를 칠했다는 해외토픽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친환경’의 가치를 오독·오용하는 기업들을 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때 신자유주의라는 단어가 그랬듯이 그리고 더 오랜 기간 빨갱이 혹은 종북이라는 단어가 그랬던 것처럼 ‘그린워싱’도 누구나 어디에든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말이 되는 ‘만능열쇠’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기업이 ‘친환경’을 목표나 지향점으로 삼겠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관련 활동을 했다고 발표할 경우 이를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는 모습은 정말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2021년 분당 두산타워 건물 앞에 있는 ‘DOOSAN’ 조형물에 초록색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리고 조형물 위에서 “Shame on DOOSAN 최후의 석탄발전소 내가 짓는다! -두산중공업-”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드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2021년 분당 두산타워 건물 앞에 있는 ‘DOOSAN’ 조형물에 초록색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리고 조형물 위에서 “Shame on DOOSAN 최후의 석탄발전소 내가 짓는다! -두산중공업-”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드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현실 속의 타노스들?

중국의 녹색 페인트칠 사건처럼 단어 그대로의 극단적 ‘그린워싱’ 사례는 알려진 게 사실 별로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녹색 페인트는 환경운동가들이 사용했다. 지난해 2월 두산 본사 앞 로고 조형물에 페인트칠을 했다가 올해 1월 손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기후활동가들이다.

이들은 탈탄소화 플랜트나 친환경 SMR(소형원전)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동남아시아 화력발전소를 수주한 것에 항의한다며 퍼포먼스를 했다.

법원의 선고 다음에는 환경운동가들이 연대해서 판결에 항의하고 두산중공업의 사법적 절차 진행에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언론들도 ‘고작’ 페인트칠 좀 한 것 가지고 수백만원 벌금을 때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쏟아냈다.

타노스의 사상을 요약한 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패러디해서 만들어졌다.
타노스의 사상을 요약한 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패러디해서 만들어졌다.

이들은 무엇에 화가 난 것일까. 화력발전소 사업을 하는 회사는 친환경 기술 개발에 성공해서 이를 자랑스럽게 홍보할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적지 않은 상업 언론과 상당히 많은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언어로 제목 장사를 해서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클릭을 억지로 모으려 하듯이, 어떤 시민단체들은 이슈 하나를 잘 잡아서 띄우는 것으로 유명세와 후원자를 얻고 덩치를 키운다.

하지만 그런 식의 ‘성공사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행동은 더 과격해지고 결국은 선을 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 극단에 있는 캐릭터로 자원 고갈로 인한 우주 멸망을 늦추겠다면서 모든 생명의 절반을 살해하고자 했던 마블 세계관의 타노스를 꼽을 수 있겠다.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이 탄소 배출 때문이라고 하지만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그리고 항의표현을 하기 위해 페인트를 끼얹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저항’의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이지 않는다.

8월 12일 친환경 탄소중립 지향에 ‘자격’ 필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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