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이동익 기자] KBS가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KBS2 월화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이 정작 광고인들에게조차 외면받고 있다. 무엇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극 전개가 드라마 몰입도를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광고천재 이태백’은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은 전문직종인 광고계를 소재로 했다. 드라마지만 광고의 탄생 과정을 리얼하게 담기 위해 광고기획자 출신의 박기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형 광고대행사부터 소규모 광고대행사까지 직접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현실성에도 큰 공을 들였다. 특히 실존 인물인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를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12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송된 ‘광고천재 이태백’은 4.4%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일 방송분과 동일한 수치로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가장 낮다.
그렇다면 광고 드라마에 대한 광고인들의 평가는 어떨까? 시청률 4%를 반영하듯 드라마를 본 사람이 극히 드물었고, 드라마를 본 광고인들도 하나같이 실상을 제대로 알고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아무리 극적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라 할지라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자칫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회분 방송에서 광고주 회장이 직접 찾아와 PT를 받는다든지, 광고대행사가 협력사에게 3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해 마치 광고대행사가 횡포를 부리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광고 드라마, 오해할까 염려스러워”
SK계열 광고회사 SK플래닛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어음으로 지급하는 것이 마치 큰 잘못인 것처럼 표현했지만, 업계에서는 관행이다. 광고주가 광고대행사에게 어음으로 지급하고 오히려 광고대행사가 협력업체에게 금액 규모가 작을 경우 현금으로 지급한다”며 “드라마를 통해 몸담고 있는 광고업계가 화려하게 보여 좋지만, 광고업계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에겐 자칫 크나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천재 이태백’이 말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드라마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마치 특출난 광고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광고계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기획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시장조사, 타켓 선정, 마케팅, 광고카피 등의 모든 점을 고려해야 좋은 광고가 나온다. 아이디어가 유레카처럼 마법처럼 단번에 나온다는 설정은 드라마의 한계라고 아무리 좋게 봐줘도 광고계 현실을 왜곡한 점은 화까지 날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G계열 광고대행사인 HS애드 관계자도 “현실을 강조한 전문직 드라마를 내놨는데 광고인들이 볼때도 민망한 수준이다”며 “광고계의 실상을 알고 드라마를 만드는지, 공부 좀 제대로 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광고인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내 전체 광고인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제석 대표를 모티브로 삼은 것 자체가 황당하다”며 “이제석 대표가 해외에서는 인정을 받았을지 몰라도 국내 업계에서는 특출나게 인정받은 인물은 아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광고인들까지 외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광고계 인사도 “‘광고천재 이태백’이 전문직 드라마라고 표방은 했지만, 광고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어 담은 게 아니라 단순히 소재가 고갈돼 광고를 콘텐츠로 삼은 것 뿐”이라며 “광고계에선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측, “광고계 목소리 담는 신선한 시도로 봐달라”
‘광고천재 이태백’에 대한 이같은 광고계 분위기에 대해 KBS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가 다큐가 아닌 이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며 “현실 여부를 따지기 전에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문직 드라마를 다루면 해당 업종 분들이 좋은 소리를 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국내에선 전문직 드라마를 다루기가 어렵다”며 “드라마속 내용이 흔하지 않다고 해서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냐. 이제 3회다. 인내심을 갖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에 대한 광고계의 관심도 주문했다. “이태백이라는 루저가 위너가 되는 과정에서 광고산업의 구조적인 부조리도 가미해서 담을 예정이다”이며 “전문직 드라마가 의학드라마외에는 성공공식이 없다. 광고계를 조명한다는 신선한 시도 자체를 큰 의미로 봐주셨으면 한다. 시청률 저하를 감수하더라도 다루기 힘든 광고계 이야기를 담았으니 쓴소리보다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