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안 궁금한 이야기 Y
당신이 안 궁금한 이야기 Y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03.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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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물안궁’ 정보로 마케팅 효과 높이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더피알=조성미 기자] ‘안물안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의 줄임말로 전혀 재미있지도 않고 흥미를 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쓰이곤 한다.

소통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상대방이 궁금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끌어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안물안궁’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을 갈구할 때 발생한다.

안물안궁의 사례는 연예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여름 한 신인 여가수는 정식 데뷔를 앞두고 드라마 OST 작업에 참여하며 자신이 톱 배우의 이복동생임을 밝혔다. 누가 물어보기는커녕 관심도 가질 단계가 아니었던 이 여가수는 ‘자발적 폭로’ 덕분에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유명세를 타고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올 초 한 여가수는 중동의 부호에게 청혼을 받았다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된 글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청혼자의 이름과 상황 등이 다소 구체적으로 언급되며 진위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관계자의 입을 통해 소문이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수많은 기사로 여가수는 온라인을 도배했다.

이런 연예인들의 개인사를 궁금해 했던 이들은 사실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화제가 되고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진것 뿐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인터넷 언론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국 궁금하니까 클릭한 것 아니냐고.

결국 알고 싶지도, 묻지도 않았던 이야기는 대중을 향한 말초적인 자극과 클릭 유도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고리를 만든다. 그 과정을 거쳐 이것은 ‘알아야할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중동 부호에게 청혼을 받았다는 여가수의 이야기를 쏟아낸 언론들. 사진: 포털 뉴스 검색 화면

소비자 눈길끄는 공포소구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슈몰이는 화제성을 필요로 하는 연예기사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도 자사의 제품을 띄우고 경쟁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활용한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강 이슈를 건드리는 ‘공포소구’다. 지난 2010년 말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든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넣어 부드러운 커피’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도 ‘커피는 좋지만 프림은 걱정된다’며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존재 자체를 몰랐던 카제인나트륨이 건강에 유해한 성분인 것처럼 공론화되면서 신규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실제 해당 제품은 출시 첫해 10%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 소비자는 알지 못했던 ‘카제인나트륨’이라는 이슈로 마케팅을 펼친 남양유업.

하지만 우유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에 대한 카제인나트륨의 첨가 여부를 두고 경쟁사와의 신경전은 계속됐고, 일부 제품의 경우 카제인나트륨 무첨가 혹은 천연 카제인 사용 등을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관계 기관이 나서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함을 발표했으나, 이미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는 논란의 중심인 카제인나트륨은 피해야 할 성분으로 자리 잡은 뒤였다.

한편, 남양유업은 2013년 12월 또 다시 인산염이라는 성분을 도마 위에 올려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기 위한 2라운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소주업계의 알칼리 논쟁도 있다.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했다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을 두고 유해성 논란이 벌어진 것. ‘소주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파급력은 엄청났다. 이외에도 비타민의 원산지나 합성비타민의 효능논란 등 건강과 관련된 사안을 두고 업계 내부에서 발생하는 싸움은 대중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쳐 왔다.

이에 대해 서대웅 브랜드액션 대표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요소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마케팅적 뷰 체인지라고 볼 수 있다”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바나나맛 우유의 색소를 들고 나온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이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 대표는 “이러한 마케팅적 싸움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은 단기간에 눈길을 끌 수는 있으나, 상대방과 동등해지거나 넘어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거짓을 이야기하거나 시비를 걸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노이즈(noise)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싸워도 안 볼래?’

최근엔 또 다른 ‘안 궁금한 이야기’가 온라인 기사로 싸우는 중이다. 바로 앱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의 업계 1위 전쟁이다.

2010년 등장한 소셜커머스는 실적으로 기업 규모를 판가름하기 전인 2013년까지 서로 1위를 주장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여론전을 펼쳐왔다. 매출 실적을 두고 배송료 포함/미포함이라는 각기 다른 기준으로 1위를 내세웠으며, 다른 한 편에서는 방문자수를 잣대로 1위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계의 순위보다는 싼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성, 빠르고 안전한 배송 등이 소셜커머스 선택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1위 프레임이 등장한 이후로는 소비자들에게 ‘소셜커머스업계 1위’라는 수식어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후 앱 개발사들 간에는 반복적으로 1위 전쟁이 이어졌다. 배달앱들이 그러했고 부동산앱이나 숙박앱 등이 관련 시장을 두고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 소셜커머스, 배달앱에 이어 숙박앱의 1위 공방전이 치열하다. 여기어때와 야놀자의 실행화면.

이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앱 서비스의 경우 비교적 시장 진입이 쉽고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O2O 관련 서비스의 경우 향후 승자독식 체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와 피 튀기는 마케팅전을 불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벌 기업들 간의 싸움을 통해 ‘안물안궁’이었던 정보가 마케팅 효과를 내는 메시지로 은연중 수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안물안궁’을 들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대해 “결국 관심(attention)을 위한 노이즈가 목적”이라고 분석한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는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어떤 액션을 통해 다른 사람 혹은 대중이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하거나 아니면 언론을 통해서 선제적으로 알리는, 마케팅 활동 중에서도 노이즈를 통한 바이럴로 보인다. 핵심은 본인이 알리면서도 제 3자가 알리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대웅 대표는 “‘안물안궁’한 것들을 건드리는 것은 지금의 소비자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정보의 홍수 속 정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는 욕구)이고 시장이 고착화돼 움직이지 않는 경우 소비자의 관여도를 건드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다소 관종(관심종자·이목을 끌기 위해 무리하게 행동하는 이를 지칭하는 신조어)스러운 마케팅을 진행해 이슈몰이에 성공했다면 본질적으로 뛰어난 SCA(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지속 가능한 경쟁적 우위)가 뒤따라야만 장기적인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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