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은 안녕들하십니까
대학 언론은 안녕들하십니까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01.08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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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s 스토리] 변화하는 학보…디지털·독립 물결 거세

[더피알=이윤주 기자] 새해를 맞아 주요 언론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혁신을 주창했다. 변화 없이는 생존도 없다는 절박함이 각 언론의 신년사에 묻어났다. (관련기사: 2016 언론 혁신, ‘디지털·모바일·콘텐츠’로 점철) 

혁신은 기성 언론만의 과제는 아니다. 대학 언론도 변화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들려온 ‘학보가 사라진다’는 위기론 아래, 독자와 가까워지기 위한 새로운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주요 화두는 ‘디지털’과 ‘독립’이다.

▲ 카드뉴스로 보는 경희대 대학주보의 1년 정리./사진:대학주보 페이스북

접근성·속보성 고민

영국 <가디언>의 편집국장은 기자들에게 “종이신문을 보지 말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사내에서 모바일 기기로만 기사를 읽으라는 ‘데스크톱 금지령’을 발표했다. 급격한 미디어 생태계 변화를 주시하며 디지털·모바일 물결에 몸을 실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학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미 대부분의 학보가 온라인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종이와 디지털 중에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가이다.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의 경우 디지털을 택했다. 주간으로 발행되던 종이신문을 격주로 돌리고 온라인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시은 뉴스팀장은 “뉴스 소비 트렌드가 스마트폰으로 옮겨짐에 따라 대학주보도 온라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상팀을 꾸려 영상 콘텐츠를 곁들이기도 하고, 카드뉴스를 만들어 보는 등 각 기사에 맞게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며 “1차 목표는 (학우들에게) 다가가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주보>는 2013년부터 온라인 중심으로 방향성을 달리하면서 독자 접근성이 향상됐다. 기사의 인지도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을 비교해 본 결과, 기사조회 수가 3배 가까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국민대학교의 독립언론 <국민저널>은 SNS을 잘 활용하는 사례로 꼽힌다. 총학생회선거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개표상황을 알렸는가하면, 속보성을 띤 상황을 빠르게 취재해 ‘[속보O보]’로 실시간 현장 사진과 함께 업데이트한다. 학생들 스스로 지면의 한계를 넘어서는 뉴스 공급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 국민대 국민저널의 실시간 sns 개표 소식./사진:국민대 국민저널

종이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진통을 겪기도 한다.

최근 춘천교대는 종이신문(춘천교대신문) 발행 중단을 둘러싸고 학교 측과 학보사 간 갈등이 있었다. 예산 악화로 신문의 디지털화 전환을 요구하는 학교 측에 대해 로드맵 없는 밀어붙이기식 결정이라며 학보사 측이 반발하면서다.  

곡절 끝에 춘천교대신문은 347호를 종강호로 학우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신문 발행이 언제 재개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 춘천교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언제 디지털 신문이 발행될지, 학보사 기자들이 같이 제작하는에 참여하는지 등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발행인은 총장 아닌 ‘우리’ 

대학 학보에 부는 디지털화 바람이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라면, 다른 한쪽에선 언론 본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나타난다. 바로 ‘자유로운 글쓰기’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다.

각 대학 학보사의 발행인은 총장이다. 그렇기에 학교 측 입장을 대변하는 콘텐츠가 많아져 홍보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한 수도권 소재 대학의 학보사 편집장은 “담당 간사로부터 발행인이 총장이기 때문에 학교 측의 입장에서 기사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쓰고 싶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대학 언론도 재정적으로 자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독립언론들이 학보사의 역할을 짊어지거나 대신하는 추세다. 중앙대 <잠망경>, 국민대 <국민저널>, 성균관대 <고급찌라시>, 성신여대 <성신퍼블리카>, 연세대 <연세통>, 한동대 <당나귀>, 한국외대 <외대알리> 등이 그것이다.

<성신퍼블리카>는 후원을 받지 않고 학생기자들 자비로 제작된다. 박예람 편집장은 “요즘 학생들은 학보를 통해 정보를 얻기 힘들다. 실리는 내용 자체에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는 말로 독립언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독립언론의 최대 장점은 학교와 완전히 독립돼 자유로운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재작년 성신퍼블리카에서 총장비리 문제를 다룰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박 편집장은 “독립 언론이 생긴다는 것은 학보사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는 긍정적인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 중앙대 독립 언론지 '잠망경'./사진: 잠망경 웹사이트
또 다른 독립언론인 중앙대 <잠망경>은 공론장 역할의 필요성으로 만들어졌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가 예산 삭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학보사인 <중대신문>이 학내 언론으로서 제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탄생했다.  

잠망경의 강남규 편집장은 “학교에 예속되지 않고 게릴라성으로 무장한 매체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예민한 문제를 다룰 때 배포나 인터뷰 과정에서 압력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잠망경은 후원으로 운영되지만 지끔껏 자금이 끊긴 적은 없다.

여러 부침 속에 놓인 대학 언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잠망경 창간사의 몇 문장이 대신 대답한다.

많은 이들이 ‘현재의 대학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목소리를 내는 데 머뭇거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잠망경을 올린다. 너무 깊이 잠수하지도, 수면위로 맨 몸을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수면 위의 상태를 지켜보려 한다. 수심과 파고, 너울의 주기를 고려해 잠망경의 노출 높이를 정하고, 관측이 가능한 수면 위로 잠망경을 올릴 것이다. ‘우리의 시선으로 포착한 대학과 사회의 현실을 정직하게 말할 것이다. ‘잠망경’이 꽁꽁 얼어붙은 공론장에 작은 숨통을 틔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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