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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객 퍼스트! ‘누드’를 허하라
내부고객 퍼스트! ‘누드’를 허하라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11.02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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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널·투명 시대 사내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

[더피알=안선혜 기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어제의 직원이 내일의 ‘안티’로 돌아서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SNS 등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개인미디어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회사 내부의 이슈라할지라도 언제든 외부 공중과 맞닿을 수 있는 쉬운 구조가 됐다.   

직원 대상 사내커뮤니케이션(이하 사내컴)의 방향이 원활한 소통과 문제 해결을 위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이유다.  

▲ 지금과 같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에선 직원 대상 '누드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은 기업 문화에 대한 내부적 불만이 SNS를 통해 터져 나온 대표 사례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시켜 승무원 사무장을 내리게 한 조치가 알려진 건 블라인드 앱을 통해서였다.

오너일가에 대한 무용담 같은 사례들이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나돌았고, 이후에도 간간이 대한항공 내부 시스템에 대한 불만들이 SNS를 통해 증폭됐다. ▷관련기사: 회장님 댓글에 따라붙는 ‘땅콩회항’ 꼬리표

이유나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 계정에서 1인 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하고 모든 정보가 즉석에서 간단하게 공개되는 환경에서 조직 문화적인 관리는 더욱 중요해진다”며 “젊은 세대들의 직업관이 바뀌면서 과거와 같은 로열티(충성도)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즉, 조직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관행이나 조치들을 묻어두는 세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조 전 부사장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한항공 측이 취한 조치는 “임직원들은 자중해서 익명 앱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 하달로 알려진 바 있다. 불거진 문제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아닌 통제라는 카드를 내민 셈이다. 개인의 SNS 사용까지 간섭한다며 오히려 고조된 불만을 표했고 여론도 덩달아 악화됐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 쓰지 마라는 약이 아니다”며 “조직을 대표할 때와 개인 생활에서 SNS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지도를 분명히 하고 위반 시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 가이드가 주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내부 구성원을 가장 중요한 공중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해왔던 PR 학자들의 말이 오늘날에도 통하는 것”이라면서도 “사내컴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우리는 늦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조삼섭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도 “갈수록 의사결정의 민주화와 결정의 투명성, 정보 공개성이 중시될 수밖에 없는 정보매체환경”이라며 “최근 사원 중심을 이루는 20~30대는 디지털, SNS에 익숙하고 겉으로 포장한 정보보다는 실제적인 정보, 나름 믿는 정보원에 익숙해진 세대이기에 사내컴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그룹에서는 몇 년 전부터 회사 내부에서 ‘누드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해오고 있다. 내부커뮤니케이션이 외부로 알려지더라도 법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오해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삼성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회사 업무에서 부끄럽거나 떳떳하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를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온라인·SNS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강조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2, 제3의 땅콩회항 막으려면…

사내컴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 내부에선 도외시되는 장르다.

신호창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5년 전에 처음 사내컴과 관련해 기업에 자문을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는 사내컴 저변 확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문화 자체가 귄위적이고 직위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기에 커뮤니케이션도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삼섭 교수 역시 “우리나라 조직문화 특성은 위계질서의 중시”라며 “아무리 하의상달을 강조해도 실제로 작동되는 원리는 여전히 상의하달식이다. 이렇기에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사내컴은 실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 재직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이 경우에 따라 공식 채널보다 공신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신호창 교수는 “기업이 마케팅 능력을 키우려면 마케팅 자금을 만들어 내고 추진을 해야 하듯 사내컴도 조직이 있어야 하고 예산, 전략이 갖춰져야 한다”며 “그냥 이뤄지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유나 교수는 “바깥의 소비자를 상대하고 마케팅하는 것만큼 (회사) 안에도 신경을 쓰라”며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정말 시장을 세분화하고 소비자를 이해·설득하는 작업에 천착해왔고 상당히 성과도 거뒀다. 그걸 똑같이 기업 내부로 돌려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내컴에서 강조되는 세계적 트렌드 가운데 하나도 ‘직원이 내부 고객’이라는 관점이다. 기업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다양한 오디언스(청중) 가운데 직원도 동등하게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처럼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이를 강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고객 한 명의 평가가 때론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오듯 재직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이 경우에 따라 SNS에서 기업 공식 채널보다 공신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사내 리서처 필요

전 미국PR협회(PRSA)장인 제러드 코르벳(Gerard Corbett)은 “직원들은 미디어, 애널리스트, 정부 관계자, 임원만큼 중요한 이해관계자”라며 “직원들은 사측의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이미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그룹도 이같은 기조를 중시한다. 삼성 관계자는 사내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 “회사의 이슈를 외부 뉴스로 아는 것보다 회사를 통해 아는 것이 중요하므로, 임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는 직원들 간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사내컴은 홍보조직과 HR 부서 간 업무 분장이 모호한 분야기도 하다. 전사적 전략 방향성과 사내컴이 밀접하게 연결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홍보팀의 전문 분야임에도 HR 부서가 주관부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사내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역할과 책임 구분이 보다 명확해야 한다.

이유나 교수는 “복지나 처우는 인사팀에서 하는 게 맞고 조직문화 내지 커뮤니케이션 갭(gap) 극복을 위한 유효한 콘텐츠 개발과 이를 소재로 한 메시징 역할은 홍보팀에서 해야 한다”며 “정기적으로 사내 세대 간 간극 내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등 리서치 역할을 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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