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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금연 향한 뉴웨이[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선진국 사례로 보는 금연 케어
  •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
  • 승인 2017.01.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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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자임헬스는 지난 한해 ‘글로벌헬스원정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구성원들이 해외 헬스케어 현장을 탐방하고 업무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모아진 탐방 결과를 몇 차례에 걸쳐 더피알 사이트에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영국의 금연 프로그램’을 주제로 진행된 사례다.

[더피알=김동석] 새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금연’. 수없이 시도하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나기 일쑤다. 금연 스트레스에 오히려 담배 피는 횟수만 늘고, 내가 이렇게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기 쉽다. 그만큼 금연 과정은 고행에 가깝다. 좀 더 쉽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 강력한 금연정책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남성 흡연율은 39.3%까지 떨어졌다. 강력한 금연정책 덕이 크다. 영국 역시 1975년 높은 성인남성 흡연율(51%)을 보였지만 현재는 29%까지 낮아졌다. 아일랜드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담배 가격 등 적극적인 금연정책의 영향이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을 29%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의 현재 흡연율과 같은 수치다.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등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영국을 탐방 국가로 잡은 이유다.

심리치료만으로 성공?

첫 방문지는 런던 남부지역에 위치한 금연 컨설팅 기업 알렌카의 이지웨이(Allen carr’s Easyway)였다. 1983년에 설립돼 전 세계 약 50개국, 150여개 도시에서 금연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알렌카의 이지웨이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금연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흡연은 중독의 문제도, 개인의 의지력의 문제도 아닌, 담배에 대한 흡연자의 인식전환(깨달음)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인생과 함께 한 소중한 물건, 담배’. 흡연자들의 이런 사고 체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금연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깨달음만으로 금연이 가능하다니 그야말로 이지웨이(Easy Way)다.

   
▲ 심리치료에 참여한 유명인들 사진이 걸려 있는 알레카 이지웨이 복도. 엔자임헬스 제공

주장하는 성공률은 무려 90%. 금연 성공자 중 3%만이 1년 이상 금연을 유지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금연을 쉽게 해결한다니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 회사 존 다이시(John Dicey) 총괄대표에게 원리를 꼼꼼히 따져 물었다. 먼저 흡연자의 인지구조와 심리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한 분석이 선행된다. 심리치료 시 사용하는 단어, 문장, 어감의 배열을 체계화시키는 기법을 사용해, 흡연에 대한 뇌의 인식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흡연자들은 담배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식의 공포 혹은 위협소구로 금연 효과를 보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흡연을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흡연이 불필요하다’고 여기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궁극적 목표는 흡연이 주는 쾌락이나 안정감 등에 대한 허상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흡연자들은 ‘금연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거야’라는 금연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고 한다.

   
▲ 알렌카 이지웨이 본사 내 흡연구역.

4~6시간에 걸쳐 1차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여기서 금연에 실패한 사람을 대상으로 2차 최면치료(20분)를 추가한다. 필요하다면 흡연자의 의지에 따라 3차, 4차 등 지속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특이한 점은 심리치료 매 시간마다 10분 간 흡연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흡연을 철저히 통제하는 기존의 금연 방식과 다르다. 실제 본사의 한 켠에는 흡연 구역(Smoking Zone)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금연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다. 금연 치료를 받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되니 흡연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도 알렌카 이지웨이 지사격인 서울 클리닉(www.allencarr.co.kr)이 있다. 성공하지 못할 경우 100% 환불해 준다고 하니 체험해 봄직도 하다.

접근성이 핵심

영국인들이 금연 상담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다름 아닌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이다. 영국에서 지역약국은 전체 약국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약국 중 약 36%(2006~2007년 기준)가 금연 자가 치료 지원, 금연상담, NHS(National Health Service) 금연서비스 파트너십, 금연치료약 제공 등의 금연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만큼 영국인들은 쉽게 금연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역약국에서 진행하는 'PAS(Pharmacists Action on Smoking)' 모델에 따르면, 지역약국은 상담 인력과 장소를 제공하고 정부는 약국에 교육자료 및 홍보·마케팅을 지원한다. PAS 모델은 1대 1 상담 형식으로 꾸준한 점검을 통해 대상자들의 금연을 돕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지원을 해준다.

실제로 PAS 모델에 참여한 그룹의 금연 성공율은 14.3%로 대조군(2.7%)에 비해 6배나 높다. 접근성이 좋은 지역약국이 금연의 홍보·광고·상담 채널로 충분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 런던 존워커약국에서 약사가 지역약국 연계 금연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엔자임헬스 제공

탐방팀은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런던 캠든 지역에 위치한 존 워커 약국(John Walker Pharmacy)을 찾아 약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약국 안으로 들어서자 금연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 관련된 홍보물들로 한 쪽 벽면이 빼곡했다. 안 쪽으로는 금연 상담실(Consulting Room)이 보였다. 폐 나이 측정기, 니코틴젤 박스 등 각종 금연 물품도 배치되어 있다. 약품 판매를 넘어 헬스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영국 약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흡연자가 약국에 방문하면 설문과 함께 10~30분간 면담을 실시한다. 상담은 정교하게 설계돼 있는 플립차트(flip-chart)를 활용한다. 이때 참여자는 개인 신상정보 파일을 작성, 폐의 상태(또는 호흡의 정도)를 점검 받는다. 결과에 따라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금연 방법이 제시되고 금연을 도와주는 보조용품, 시각자료, 책자(팸플릿) 등을 지급한다. 금연 상담은 총 12주 프로그램이며, 상담을 받는 흡연자들은 매주 1회 이상 약국에 방문해 꾸준한 관리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주로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금연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집만 나가면 찾을 수 있는 지역약국보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흡연자들은 편의점을 통해 아주 손쉽게 담배를 접하고 구매할 수 있다. 담배 구매의 용이함만큼이나 금연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도 쉽게 주어져야 한다. 접근성이 좋은 지역약국을 금연프로그램의 메카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스포츠로 다가서

다음 여정은 영국의 중부도시 리버풀(Liverpool). 리버풀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금연 모범사례 도시이지만, 한때 아동의 심각한 간접흡연 문제를 겪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정내 금연’ ‘청소년 금연 상담’ 등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그 중 하나가 스모크프리 스포츠(Smokefree Sports)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한 리버풀 존무어대학 로렌스 교수(Dr. Lawrence Forweather)를 만났다.

스모크프리 스포츠 프로그램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신체활동 및 스포츠의 이점을 아동 흡연 예방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은 영국에서 흡연을 처음 접하는 연령층인 9-10세 어린이를 타깃으로 설정해 리버풀 내 32개 초등학교에서 총 107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 아동들이 스모크 프리 스포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체육교사를 위한 ‘트레이닝 세션(준비단계)’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체육 경기에 접목하는 ‘프로그램 세션(실행단계)’으로 나뉜다. 트레이닝 세션에서는 체육교사에게 각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어린이에게 흡연자를 비판해서는 안 되며, 흡연으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보다는 흡연이 야기할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혜택을 강조하도록 교육한다. 공중보건 캠페인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기본적인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원칙들이 정교하게 반영됐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의견을 토대로 결정된 ‘멀티스킬’ ‘댄스’ ‘축구’ 등 세 가지 스포츠로 구성됐으며, 해당 스포츠 프로그램은 금연 캠페인에 맞는 형태로 재구성된다. 일종의 ‘금연 스포츠’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아동·청소년 대상 흡연예방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나, 단순한 이론수업이나 비활동적인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다. 특히 담배를 접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치명적인 유전자 손상이 일어날 위험이 높고, 국내 흡연 시작 연령이 11~12세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초등학생 대상 금연 스포츠 개발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전체 흡연율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청소년 및 여성 흡연율이 높아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담배 가격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 공동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방법들이 광범위하게 수용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금연 정책 입안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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