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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대통령대통령 책임 vs 외모 가꾸기…우선순위 혼동이 가져온 결과
승인 2017.01.10  10:28:06
김철웅  | cu5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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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대통령’이란 표현은 왠지 어색하다.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왜냐하면 대통령 앞에는 예쁘다가 아니라 결단력, 통찰력, 포용력, 리더십 같은 수식어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어떤 목사가 이런 설교를 했다. “다른 나라 여성 정치인들은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여성으로의 미와 모성애적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신다.” 그는 “(대통령의 몸매가) 완전 차별화 되셨다”는 말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대통령의 외모’, 정확히는 외모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청와대 의료진에게서 태반, 백옥, 감초주사 등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이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다. 최근엔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얼굴 경락 아줌마’로 통하는 사람들을 불러 비선 치료를 받은 것도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들끼리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등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 (왼쪽부터)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시절, 2012년 대선출마선언 낭독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3차 대국민 담화 발표의 박근혜 대통령 모습. 뉴시스

이런 노력은 꽤 효과를 거둔 것 같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던 2005년 3월과 지난해 11월의 얼굴 사진을 비교해 보면 11년 전보다 지금이 더 젊어 보인다. 웃을 때 얼굴 곳곳에 잡혔던 주름도 사라졌다. 어떤 이는 블로그에 이 두 얼굴을 대비시겨 놓고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란 영화 제목을 달았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나이가 들수록 젊어진다.

이 ‘현대 의학의 쾌거’에 찬사를 보내야 할까. 여성 대통령이 단아한 외모를 지키는 건 흠이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럼에도 팽팽한 대통령의 얼굴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개운치 않다. 그것이 외모에 과도한 집착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도 있다는 것도 고려해 달라”며 대통령의 여성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이렇게 뒤집어야 한다. “그는 여성이기 전에 대통령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그가 장삼이사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할머니든 아저씨든 평범한 사람이 외모를 가꾸는 것을 두고 뭐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는 할 일이 태산같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다. 정상적인 지도자라면 외모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설사 그럴 시간이 있다 해도 다른 중요한 게 없나 챙겨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일 그는 외모 가꾸기와 소임의 우선순위마저 헷갈린 대통령이었다. 탄핵 국면에서 청와대가 꽁꽁 감춰 온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이 일부 드러났다. 그는 관저에 머물면서 대면보고가 아닌 서면보고만 받았다. 그 와중에 강남에 있는 미용사를 불러들여 올림머리를 했다. 올림머리를 하는 데는 1시간~1시간 30분이 걸린다. 청와대는 보도가 나가자 머리 손질에는 20분밖에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주기적 미용시술을 보도한 JTBC 뉴스룸 화면.

그러나 손질에 걸린 시간이 본질일 순 없다. 국회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포함된 이유는 침몰 사고 대응 실패로 국민 생명권 보장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소추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유경근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래도 뭔가 급하거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기 바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하고, 또 이걸 비상사태 분위기에 맞게 부스스하게 연출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했다. 1분 1초가 귀한 순간에 그랬다. 그리고 침몰 8시간 후인 오후 늦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타나 생뚱맞은 질문을 한다.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어쩌다 그는 대통령의 책임과 외모 가꾸기의 우선순위마저 혼동하는 지경이 됐을까. 사회 전반의 외모지상주의 풍토 탓일까.

생각하건대 박 대통령의 외모 중시 행태는 내면세계의 빈곤과 표리관계에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공감능력 절대 부족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결정장애적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에서 기르는 진돗개 이름까지도 최씨가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내면이 빈곤할 때 사람들은 술이나 도박 등 ‘대안’에 빠져들기 쉽다. 성형 등 외모 몰입도 거기에 포함될 것이다.

   
▲ 비슷한 연배의 여성 리더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박근혜 대통령(64)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62). 뉴시스

앞서 목사가 말한 ‘육중한 몸매를 가진 여성 정치인’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그는 정말 박 대통령과 대조적이다. 딱딱한 외모와 패션에 항상 짧게 자른 머리다. 손질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올림머리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측근들과 열띤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는 걸 즐기고, 타협을 중시한다. 열심히 일하며 자연스럽게 나이 든 여성 지도자의 모습이다. 필시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할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외모가 더 소중한 사람으로 판명났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김철웅

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국제부장, 모스크바 특파원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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