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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름없는’ 이름으로 모이는 이유분야막론 연령불문 마케터들 모임, ‘이름없는 스터디’ 현장을 찾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우리끼리는 콘서트 티케팅 한다고 표현해요.”

스터디 공지 글이 올라오기가 무섭게 참여의사를 밝히는 댓글이 다다다- 달린다. 선택받은 자만 가입할 수 있으며 참여는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이 시크릿 모임은 ‘이름없는 스터디’다.

   

토요일 이른 오전. 분야막론 연령불문 마케터들이 한 카페에 모였다. 일찌감치 자리한 20~30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동창회 분위기를 폴폴 풍기는 이들은 이름 없는 스터디란 이름 아래 모인 마케터들이다. 인하우스, 에이전시, 스타트업, 매체사, 크리에이티브 제작사 등 직종도 다양하다.

이 모임은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실무 스터디로 비밀 회원제로 운영된다. 조종완(쿠팡 온라인커뮤니케이션팀 과장)씨 주도 하에 모여 어느덧 아홉 번째를 맞았다. 50여명의 멤버로 공간이 대부분 채워졌을 즈음 얼굴에 베개자국을 새긴 그가 등장했다. 늦잠을 잤다는 말과 함께 이번 스터디 준비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꿀같은 주말늦잠도 포기하면서까지 이들이 출첵하는 스터디는 어떤 모습일까.

모임이 진행될수록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어느 영화의 포스터 문구였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들은 2시간 내내 웃고 떠들고 쉴 새 없이 말했다. 

   

이날은 ‘기획자-마케터, 대화가 필요해’라는 주제 아래 실제 기획자와 마케터 두 사람이 발제를 맡았다.

바스킷의 이학순 대표는 10여분간 자사의 커머스 큐레이션 어플을 설명한 뒤 “여러분이라면 현재 바스킷의 타깃 유저에게 어떤 콘텐츠와 채널로 다가가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7~8명으로 팀을 구성한 멤버들은 각자 회사에서 경험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다른 회사의 고민이지만 충분히 공감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콘텐츠의 내용은 기승전결이 아닌 결기승이 돼야 한다”는 등의 심오한 이야기도 간간히 오갔다. 이후 팀마다 논의된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잘하는 점을 칭찬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표님이 너무 선비같다” “노잼이다” 등의 거침없는 지적으로 발제자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도올선생을 연상케 하는 언변을 가진 두 번째 발제는 매스홀릭의 개발자 김영희 씨였다. “집중해서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발표)하셨네요. 정신없는 얘기를 정신없이 했어요”라는 조종완 씨의 소개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난 이런 개발자랑은 일 못한다”라는 화두가 주어졌고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이전과는 달리 진지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너도나도 개발자와 갈등을 겪었던 일화를 나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발자랑 회의하세요?” “대화 자체가 핀트가 안 맞아요” “우선 성향이 안 맞고 쓰는 언어가 다르니까…”라고 커뮤니케이션 어려움을 토로하는가하면 “세상에 나쁜 ‘개’발자는 없다”는 명언(?)도 등장했다. 공통적으로 언급한 과제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였다.

서로의 고민과 상황을 나눈 이후엔 친목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졌다. 팀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 올리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팀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였다. 진중한 분위기는 사라졌고 크리에이티브 넘치는 단체컷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스터디 그 후…

   
▲ (왼쪽부터) 조종완, 마지연, 오세찬, 박재현, 최성실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스터디 멤버 몇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조종완님 지인에 지인의 소개로…” “조종완님을 팔로우하는데 스터디 모임을 알게 돼서”라는 비슷한 대답들이 돌아왔다. 페이스북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조종완씨가 이름없는 스터디의 파운더(founder)였기에 아무래도 영향이 컸다. 그를 포함한 운영진 3명과 참석멤버 2명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스터디가 처음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심심함’ 때문이란다. “지난해 추석 연휴였어요. 심심해서 페이스북에 ‘스터디해볼까요?’라고 올렸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었죠.” 당시 150여명이 참여를 희망하는 글을 남겼고 현재는 100명 안팎으로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름없는 스터디는 업계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규모가 커졌다. “지금이 잘 되는 때인 것 같아요. 이젠 떨어져야죠.” 농반진반을 던진 조종완 씨는 운영에 있어 두 가지 노하우를 언급했다.

“우선은 멤버관리에 엄청 신경 써요. 진짜 인사이트가 있으면서 참여도 열심히 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하시는 그런 분들을 멤버로 받아요.”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사람은 가차 없이 퇴출 통보다. 최근 진행된 3차 회원모집에서 1대 25의 경쟁률을 뚫고 15명이 합류했는데 이는 그만큼의 인원이 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욕을 듣더라도 진짜 참여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각오다.

또 하나 중점을 두는 것은 바로 ‘재미추구’다. “사실 여기 모인 분들이 다 어디 가서 강의하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강의가 아니라 듣고 배우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죠. 발제자라고 잘난 게 아니고 다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다보니 얻는 인사이트들이 분명 있어요. 그 점에서 더 재미가 생기는 거죠.”

박재현 씨(밈이앤씨 COO·하나를위한음악재단 대외협력이사)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참석자들이 이 스터디를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 일이 아니고 취미, 여가생활인겁니다. 자기 분야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즐기는 문화로 여겨요.” 흡족하게 이야기를 듣던 조종완 씨가 웃으며 한 마디 보탰다. “이 워딩은 꼭 넣어주세요.”

   

멤버의 자랑에 또다른 운영진인 오세찬(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디지털 마케팅팀 파트너) 씨는 주말타임을 다른 스터디와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평일 아침이나 저녁에 모이는 경우 아무래도 일정 변경이 잦기 마련인데, 이름없는 스터디는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기에 그럴 일이 없다.

“사실 저희 같은 마케터들에겐 토요일 오전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 시간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스터디가 있는 날은 하루가 참 길어요. 많은 걸 한 것 같은데 아직도 이른 오후라…(웃음) 투자하는 만큼 재미를 주려고 노력해요.”

이름없는 스터디가 이름있게 순항 중이지만 고민은 있다. 조종완 씨는 “사실 다른 운영자님들은 모르겠지만 제가 없어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피드백도 많아진다”면서 “한 사람이 한 마디 할 때마다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건 좀 이렇게 해야 되지 않아?’라고 맥락 없이 전달되는 때가 종종 있어요. 스터디에서 얻는 즐거움과 운영의 어려움이 역전되지 않을까라는 고민해요.”

실제 ‘재밌다’ ‘유익했다’ ‘고맙다’ ‘장소 제공 하겠다’ ‘책 내서 드리고 싶다’ ‘이런 주제를 발제하고 싶다’ 등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지만 ‘(선착순이라) 참여하기 어렵다’ ‘사람관리 잘 못하는 것 같다’ ‘너 잘나기 위해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오세찬 씨가 의견을 보탰다. “스터디 멤버가 다 같이 얻는 재미가 곧 운영진의 재미나 마찬가지에요. 준비하는 데 드는 어려움과 전체의 즐거움이 같거나 재미가 더 커야하는데… 밸런스가 중요해요.”

갑자기 한 쪽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회비를 정산하던 운영진 마지연(민앤지 마케팅실 과장)씨가 물었다. “OO씨, 회비 5000원 냈어?” 그렇다. 이들의 회비는 5000원이다. 운영진도 예외는 아니다. 이쯤에서 이름없는 스터디의 5대 강령을 살펴봤다.

하나. 본 모임은 현직 마케터, 커뮤니케이터의 오프 스터디다. (현직이 아니더라도 현직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사람이여야 함)
하나.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동안 진행된다.
하나. 목표는 ‘과정’에 있으며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재미에 우선한다.
하나. 모든 멤버는 최소 1회 발제하고 한번 이상 발언한다.
하나. 나이나 경험을 존중하지만 여기엔 어떤 권리나 의무도 없다. (예의 필수)

모임의 주제를 정할 때에도 철저히 실무 현장 중심이다. 먼저 운영진들은 시의성 있는 이슈(Seasonal Issue)를 고려한 후 적합한 발제자를 놓고 논의한다. 이 때문에 스터디 가입시 본인이 발제할 수 있는 화젯거리나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를 적도록 한다.

   

“만약 발제자가 페북 콘텐츠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고 해요. 그러면 일부러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하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일방적인 강의가 되니까. 대신 그 사람이 잘하는 거에서 약간 빗겨가는 것을 나눠요.” 누군가 잘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터치하며 토론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이름없는 스터디는 다양한 산업군과 나이대의 멤버를 찾는다. 그럼에도 일단 합류하게 되면 철저히 구성원간 평등원칙을 따라야 한다.

실무중심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만족도도 높다. 최성실(카카오페이지 마케팅팀 디지털 마케터)씨는 다른 업계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지난번 모임에서 다른 업계 소셜 콘텐츠 관련 이야기를 했거든요. 전체적으로 토론이 이뤄지니까 놓치고 있던 부분을 이렇게 연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또 콘퍼런스를 가야만 볼 수 있을 법한 분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어요.”

모임 안에서 나온 내용을 종종 회사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한다고. 때론 경쟁사를 만나고 서로를 탐색(?)하는 참석자들도 있다.

매번 새로움을 학습해야 하는 것이 마케터의 숙명과도 같기에 다른 스터디도 많다. 그러나 개중엔 단순한 친목모임이 돼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름없는 스터디가 경계하는 지점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들 말도 많고 잘난(?) 사람이에요. 그래서 누구 한 명이 앞장서서 척 하는 것을 싫어해요. 침묵도 안돼요.(웃음) 스터디라는 그룹 안에서 함께하길 원합니다.”

   

반면 경계를 푸는 영역도 있다. 바로 연애다. 조종완 씨는 “일부러 멤버의 남녀성비를 맞추려고 노력한다”며 “운영의 묘 중 하난데 멋지지 않으면 안 받는다.(웃음) 자기를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상품도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름없는 스터디가 ‘이름도 얼굴도 있는 스터디’로 바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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