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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시광고에도 ‘팩트체크’ 필요하다
표시광고에도 ‘팩트체크’ 필요하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8.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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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기만하는 허위·과장광고 도처에…무책임한 미디어도 피해 키워

[더피알=서영길 기자] 지난 6월 장(長)이 바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손을 본 타깃이 있다. 바로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표시광고법이다. 공정위는 우선 법 개정이 필요 없는 과징금을 한층 강화해 부당한 표시광고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만큼 허위·과대광고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업이 자사 제품을 알리는 데, 또 소비자들이 새로운 정보를 손쉽게 얻는 데 광고는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그 광고에 과장이나 허위 내용이 들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해당 광고를 믿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사람을 속이는 행위와 다름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부당한 표시광고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는 만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신문지면이나 온라인상의 표시광고는 의약품, 의료기기 등 국민건강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제품에 한해서만 사전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방송광고처럼 1차적으로 잘못된 광고가 걸러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그 외에 일반식품이나 부동산, 렌탈, 화장품 등의 광고는 모두 사후심의로 진행된다. 즉 제품 구매나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광고의 과장이나 허위, 기만 등의 시비를 따지는 것이 현실이다.

관련 법상 부당 표시광고는 기업이 광고나 표시를 할 때 허위로 작성하거나 소비자를 기만·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내용을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허위과장 광고 △기만적 광고 △부당비교 광고 △비방적 광고가 그것으로, 이는 표시광고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허위광고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오인하게 만드는 부당 행위는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광고를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는 최근 미디어 흐름도 부당 표시광고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위에서 제재를 받은 쥬씨의 부당 표시광고(배너) 예.

공정위가 1년 단위로 취합해 내놓는 ‘통계연보’를 보면, 표시광고법과 관련해 지난해 조사한 건수는 총 258건으로 나타났다. 2015년 381건에 비해 약 30% 정도 줄어든 수치지만, 부당 표시광고로 공정위로부터 처벌받은 사례만 놓고 보면 오히려 더 늘어났다. 지난해 258건 중 185건이 처벌대상으로 조사건수의 71%가 문제로 지적됐다면, 2015년엔 381건 중 180건만이 제재를 받아 47%가 잘못된 광고로 분류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표시광고 위반건수는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당한 표시광고와 관련해 공정위 뿐 아니라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 여러 정부기관이 산재해 관리·감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 광고로 특정해 위반 현황을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주요 신문의 표시광고를 자율심의 하는 신문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문들의 표시광고 위반건수는 2015년(394건)에 비해 지난해(624건)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광고 단가가 싼 인터넷신문은 오프라인 종이신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허위·과장광고가 많았다. 인터넷신문위원회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5년 2131건이던 허위·과장광고가 지난해엔 5082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위반건수만 1812건으로, 이 추세라면 지난해 5000여건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허위·과장광고 ‘합법적 루트’ 된 언론사 홈페이지

솜방망이 처벌에 사후약방문

이 같은 표시광고 위반은 소비자 개인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폭스바겐)의 허위광고다. 배출가스를 조작하고도 ‘클린디젤’이라는 허위·과장광고를 무려 8년여 간 지속하며 소비자를 기만했다. ▷관련기사: 폭스바겐 향한 그리핀스 예언 맞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관련 부당 표시광고.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던 이 사건은 결국 국내에서도 조사에 들어갔고, 지난해 말 공정위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주목해 폭스바겐에 373억2000여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가 한 기업에 물린 역대 최대 과징금액이다. 또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 기업에 과징금 외에도 전·현직 고위임원 5명을 추가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엔 용량이나 용기가 1리터가 아님에도 ‘1리터 생과일주스’로 과대·과장 광고한 프렌차이즈 업체 쥬씨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2600만원 납부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이 같은 사실이 처음 밝혀지며 당시 1리터 광고를 믿고 사먹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쥬씨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공분이 일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하지만 오랜 기간 거짓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벼운 처벌이 매번 허위·과장 광고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표시광고 위반에 엄격한 제재를 하는 미국 사례를 보면, 지난 2014년 미 다이어트 업체 4곳이 “음식에 뿌려 먹거나 바르기만 해도 다이어트가 된다”는 허위광고를 냈다가 3400만 달러(399억원)의 과징금을 내야했고, 한 운동화 제조업체가 낸 “신고 다니기만 해도 살을 뺄 수 있다”는 광고도 소비자를 기만 했다는 이유로 5000만 달러(58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당 표시광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파장에 비해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지난 2015년 초 케이블 방송과 전단지를 통해 ‘100년 장미칼’을 판매한 업체는 품질 보증기간을 100년이라고 뻥튀기 했음에도 과태료 500만원을 내는 데 그친바 있다. 때문에 소비자를 속여 판매한 죗값에 비해 과태료나 과징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당시의 대체적인 여론이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규정에 따른 적정 수준의 제재”라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광고에 따른 매출액의 최대 2%까지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규정을 따랐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조 공정위 신임 위원장은 지난 6월 말 부임한지 2주 만에 표시광고법을 콕 집어 위반사례에 대해 제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 첫 단추가 표시광고 상습 위반 업체에 과징금을 가중처리 하는 것이다. 과징금 고시 개정은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는 10월 중 최종 확정·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을 보면 가중치 합산 점수를 9점에서 7점으로 내려 기준을 강화했다. 즉, 기존 9점이어야 가중 처벌을 받던 것에서 7점만 되도 가중처벌의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고발(3.0점), 과징금(2.5점), 경고(0.5점) 등 제재 수위에 따라 점수를 부과한 뒤 합산해 과징금 가중 여부를 판단해 왔다. 또 이전까지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해 사업자(광고주)가 노력하면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줄여줬지만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최대 30%로 축소된다.

공정위는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A사가 표시광고를 위반해 기존 법을 적용 받으면 28억원의 과징금을 내게 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38억4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며 “과징금이 약 37%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앞으로는 잘못된 광고를 반복하다가 적발되면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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