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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활보한 조니워커, 100년 만에 여친을 만들다
세계를 활보한 조니워커, 100년 만에 여친을 만들다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04.12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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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남성중심 주류 브랜드의 이유 있는 변신

조니워커로 유명한 디아지오(Diageo)가 세기적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펼쳤습니다. 활보하는 여성, 제인워커를 등장시킨 겁니다. 지금은 여성 시대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디아지오의 변신에는 숨은 이유가 있습니다.

ⓛ 100년만에 등장한 조니워커의 여친
② 제인워커 쇼 현장

[더피알=임준수] 지난 2월 26일 디아지오는 조니워커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활보하는 남자’ 로고를 ‘활보하는 여자’로 바꿨다.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과 미국에서 기념하는 3월 여성의 달을 함께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었다. 조니워커가 세기적 깜짝쇼를 펼친 이유는 무엇일까?

조니워커를 상징하는 '활보하는 남성'과 올해 한정판으로 모습을 드러낸 '활보하는 여성'인 제인워커.

1909년 당시 촉망받던 삽화가 톰 브라운(Tom Browne)은 점심을 먹다가 냅킨에 조니워커의 상징 로고인 ‘걸어가는 신사’를 스케치했다. 당시 로고 아래 들어간 문구는 ‘1820년에 탄생, 여전히 힘차게 가는 중(Born 1820-still going strong)’이었다.

재미난 사실은 톰 브라운이 처음 그린 조니워커는 왼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왼쪽을 향해 걷는 조니워커는 1999년까지 쓰였지만, 2000년부터 전개한 ‘계속 걷는 중(Keep Walking)’ 캠페인을 기점으로 세기적 방향을 튼다. 바로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한 것이다.

왼쪽으로 걷는 조니워커의 원조 로고.

세계적 위스키 브랜드의 창업자 존 워커에 관한 이야기는 조니워커 로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약 6분짜리 브랜딩 광고 ‘조니 워커: 세상을 일주한 남자(Johnnie Walker: The Man Who Walked Around the World)’에 담겨 있다. 프랑스계 다국적 광고회사 퍼블리시스 그룹 산하의 BBH 런던 지사에서 제작해서 2010년 칸 국제광고제에 영상부문 황금사자상, 카피라이팅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광고제 수상작들에서 비친 남성상이다. 2010년 칸 광고제는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아버지의 날’에 열렸는데, 그해 올드스파이스의 ‘당신의 남자에게서 날 수 있는 향기가 나는 남자’(필름 부문 황금사자상), 도스 에퀴스 맥주의 ‘세계에서 가장 재미난 남자’(플래티넘상)와 더불어 ‘조니워커: 세상을 일주한 남자’는 남성성 위기의 시대에 전통적인 남성상을 복원시켜보려는 일종의 구원투수 등판처럼 보였다.

하지만 같은 해 미국의 애틀랜틱지 해나 로진(Hanna Rosin) 기자는 ‘남자의 종말(The End of M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후기산업사회에 성역할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에서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에서 과거 남성주의 문화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드러낸 장문의 글에서 그는 20세기를 풍미하다 1999년 세기의 전환을 앞두고 광고에서 퇴출당한 ‘말보로맨’을 부관참시한다.

로진은 “(이렇게 세상이 바뀌면서) 한때는 야생동물들과 야생국가의 왕초였던 말보로맨은 이젠 광고에조차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적었다. 일례로 그해 슈퍼볼 중계 때 닷지(Dodge)사가 내보낸 차저(Charger, 스포츠카) 광고에 등장한 네 남자에서 마초 같던 말보로맨의 그림자는 전혀 볼 수 없었다면서, 슈퍼볼 광고는 통상 마초들을 기리는 영화제와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로진은 말보로맨보다 더 중요한 상징을 잊고 있었다. 바로 조니워커다.

우리나라에서는 ‘걸어가는 신사’로 번역되지만 스트라이딩 맨(Striding Man)은 ‘활보하는 남자’로 보는 게 더 나은 해석이다. 어쨌건 그 남자가 1820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활보 중인데도 해나 로진의 눈에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던가 보다.

1920년대 여성을 대상으로 했던 말보로위민 광고(왼쪽)와 럭키스트라이크 광고.

럭키스타, 말보로 등이 1920년대부터 여성을 대상으로 담배 광고를 내기 시작했던 것에 비해, 조니워커는 한참 늦은 1988년에 와서야 광고에 처음 여성을 등장시켰다.

비키니 입고 해변을 뛰는 두 여성의 사진 위로 ‘그는 내 마음을 사랑해. 그래서 그는 조니 워커를 마신다’라는 카피가 겹쳐있다. 그리고 조니워커의 로고 옆에는 ‘좋은 맛은 언제나 자산이다’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성적 이누엔도(innuendo)를 포함하고 있으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

1980년대 비키니 입은 여성을 등장시킨 조니워커 광고.

생각해보면 말보로맨은 혼자 멋지게 담배 피우다 폐암으로 가셨을 뿐 한 번도 여자를 성적 대상화 한 적은 없다. 이쯤 되면 저승에 간 말보로맨은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억울해할 수도 있겠다.

물론 도수가 높은 독주로 분류되는 위스키 광고에서 여성을 소비자로 겨냥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말보로맨을 마초 시대의 유물로 여기는 그 페미니스트가 ‘아직도 활보 중인 진짜 마초 남자’는 왜 보지 못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니워커는 올해 제인워커 한정판을 출시, ‘활보하는 여자’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전방위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전체 내용은 더피알 매거진 2018년 4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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