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단독 집착증’ 걸린 원인
언론이 ‘단독 집착증’ 걸린 원인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4.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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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메인에 잘 걸린다?…“습관적으로 붙여 내보내는 일이 비일비재”
[단독] 표기를 달고 포털에 송출된 뉴스 화면 캡처.

[단독]이 넘쳐난다에 이어...

[더피알=서영길 기자] 포털사이트에 송출되는 단독 기사는 일평균 100여건을 넘어선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도 있지만, ‘단독’ 타이틀이 무색한 시답잖은 기사도 상당수다. 클릭율을 높이기 위한 ‘제목 장사’의 일환인 것이다.

실제 제목에 단독이 붙으면 포털 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인식은 언론이 단독 집착증에 걸린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통신사 C기자는 “언젠가부터 데스크들 사이에선 단독을 단 기사가 포털 메인에 잘 올라간다는 얘기가 있었고,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며 “언론사에서 이런 경험치가 쌓이다보니 조금만 새로운 사실이 있으면 습관적으로 단독을 붙여 내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악습이 언론계 전체로 퍼지다 보니 이런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A기자도 “고생해서 사진기사를 취재해도 네이버에 걸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나.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으로 노출시키고 싶어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데스크에서 단독을 붙이는 관행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 측은 모두 인공지능(AI)이 기사 배열에 주가 되는 만큼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용자들의 눈길을 끄는 단독 표기가 클릭을 유도하고, 결론적으로 포털 AI 자동 배열에 의해 메인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 관계자는 “언론사가 단독이라고 제목을 달아 이용자들의 주의를 끌어 클릭수를 높이면 AI(편의상 양사 모두 AI로 지칭)가 메인으로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아직 인위적 편집영역이 있기에 그 과정에서 가치가 있는 단독인지 아닌지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독 남발이 일종의 어뷰징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뉴스)이용자들의 이용 패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가 관여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다만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고 해서 클릭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참고해 달라”고 부연했다.

카카오 측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회사 관계자는 “(단독 기사가) 클릭이 많아지면 AI가 메인으로 끌어다 놓을 수는 있다”면서도 “이는 이용자들의 선택이기 때문에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현실적으로 포털사가 언론사들의 단독 남발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기사 제목 변경은 언론사 편집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율규제를 통한 언론사 공동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마련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제언했다.

한편에선 각 언론사 데스크 스타일에 따라 단독이 남발되는 경우도 있다.

C기자는 “작년에 한 매체에서 인터뷰 기사를 내면서 단독 달고 일반 시민 반응 보는 기사에도 단독을 달며 말 그대로 단독을 남발한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시 그 매체와 관련해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뒷말이 나왔던 적이 있다”고 일화를 들려줬다. “중요한 건 그 매체 기자들은 자기 기사에 단독이란 표현을 쓴 적도 없었는데, 산업·유통부 쪽 부장이 포털에 단독을 붙여 송출했다고 들었다”며 “취재한 기자들도 황당해 했다”고 전했다.

기사의 원출처를 강조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새로운 사실이 있으면 덮어놓고 단독을 다는 관행도 문제다. 자신들이 처음 기사화 했는데 비슷한 기사가 줄줄이 재생산되는 언론계 풍토 때문에 ‘우리가 먼저’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단독을 붙인다는 것. 나름 일리는 있지만 속칭 ‘우라까이(베껴쓰기)’가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언론 환경을 놓고 보면 단독 표기의 명분으로 큰 설득력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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