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장은 ‘워크 다이어트’로 주 52시간 적응 중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주요 기업들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근무제 등을 도입하며 주52시간 시대에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업무량까지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한 직원이나 생산성 하락이 우려되는 회사 모두 고민이 큰 상황.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시간당 업무효율을 높이는 워크 다이어트(Work Diet) 시도가 늘고 있다.
워크 다이어트는 ‘낭비 업무를 줄인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낭비뿐만 아니라 공간적, 시간적, 업무방식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줄임으로써 업무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 낭비 요소는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잦은 회의, 업무 공간에 대한 낭비, 불합리한 제도나 비합리적 의사결정구조에서 발생하는 소모적 논쟁 등 기업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공통된 목표다. 오랜 관행으로 무거워진 군살을 빼고 언제라도 바로 움직일 수 있는 슬림화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형근 한국능률협회 일자리창출본부장은 “줄어든 근무 시간에 예전에 하던 업무량이나 퍼포먼스를 내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며 “중요하지 않은 단순 반복 업무는 외주를 맡기거나,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많아진 워크 다이어트 움직임은 회의 문화 개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회의 타이머’ 제도를 도입했다. 회의시간을 최대 1~2시간까지 설정해두고 자료를 미리 공유해 빠르게 합의에 이르는 캠페인이다. 내부 회의 자료는 간단한 메모로 대체해 PPT 작성도 최소화하고 있다.
KT는 사내 캠페인을 통해 회의 자료 준비 최소화, 회의는 한 시간 이내, 한 개라도 명확한 결론 도출 등을 장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워크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5대 불필요 업무(회의·보고·지시·업무집중·리더변화) 줄이기를 추진 중이다.
집중근무시간을 설정해 특정 시간대에는 다 같이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강제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시간에는 흡연실 이용이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사용도 금지된다.
신세계는 오전 10시~11시 30분, 오후 2시~4시에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에는 회의도 최소화된다. GS홈쇼핑도 오전 10∼11시, 오후 2∼4시를 집중근로시간으로 정해 팀이나 외부 미팅을 제한하고 있다. CJ는 계열사 사업부별로 집중근무시간에는 회의·흡연·티타임을 자제하는 ‘3무 운동’을 벌이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반복되는 일을 자동화하거나 근무시간 조정으로 생산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마트 물류의 경우, 점포의 검품 직원이 직접하던 상품 분류 업무를 물류센터에서부터 분류하는 체계를 구축해 점포 상품 입고 시간을 5시간에서 2시간 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전 매장의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그 대신 자정까지 근무하는 인력의 10%를 오후 2시~5시 피크타임으로 전환 배치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 근무를 과감히 줄여 업무 효율화를 꾀한 것이다.
한화토탈은 모든 영업 업무를 통합해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세일즈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거래처를 방문할 때는 현장사진 촬영·업로드 등을 통해 방문 보고가 가능하고, 이메일 전송이나 결재 상신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많은 기업들이 문서작성을 최소화하고 일반적인 업무는 전자결제로 돌리는 등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LS전선은 보고서 대신 이메일과 구두 보고 활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