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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들이 말하는 한국 언론, 그리고 기레기
현직 기자들이 말하는 한국 언론, 그리고 기레기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4.16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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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노란종이배를 접어 언론 문제를 지적한 모습. 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노란종이배를 접어 언론 문제를 지적한 모습.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곳곳에서 숨어 있던 병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앞에 드러난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은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조어를 낳았고, 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적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바닥을 친 언론 신뢰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말 발간한 <한국의 언론 신뢰도: 진단과 처방> 연구서를 보면, 2017년과 비교시 2018년의 뉴스미디어 신뢰도(5점 척도 기준) 결과가 3.62점에서 3.58점으로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언론인(기자)에 대한 신뢰도 낮아졌다. 전년도 같은 조사 결과(3.11점) 대비 2.76점으로 떨어진 것.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며 연구서는 22개 언론사(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강원MBC 채널A KBS MBC OBS SBS 머니투데이 오마이뉴스 연합인포맥스 프레시안 뉴스타파 닷페이스 메디아티 포브스 SBS 비디오머그) 소속 현직 기자 22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언론다운 언론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자기반성과 현실적 한계, 그 속에서도 분투하는 기자 개개인의 솔직한 의견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독자들과 공유한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세월호 참사 당시 전문가 좌담 

“한쪽으로 치우친 취재원과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가 생산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사라는 게 기자가 만나는 삶과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나오는데, OOOO(종합일간신문A)의 특수성(?) 때문에 만나는 사람도, 접하는 정보도 모두 보수적인 색채를 띤다. 결국 거기서 나오는 기사도 그쪽의 시각이 듬뿍 담길 수밖에 없다. 이런 기사가 반복될수록 진보적 시각을 제공하는 취재원은 OOOO를 멀리하게 되고,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가 계속 생산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게 문제다.” _신문 기자 B

“정치 편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의 가장 큰 문제다. 언론이라면 불편부당해야 하는데, 특히 정치 부문 뉴스에서 특정 정당이나 세력에 비우호적인 경향을 보일 때가 잦다. 경우에 따라서는 근거가 부족한 공격적인 기사로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대로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당한 비판임에도 특정 정당이나 세력의 눈치를 봐서 (보도를) 유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_방송 기자 A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측성 보도와 발언이 적지 않다. (중략) (그들이 제기하는) 음모론적 시각 등은 사실을 추구하기보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가치 판단을 정당화하고 있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은 용인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_신문 기자 C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보다 자사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든 매체와 기사, 즉 현재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매체를 불신한다고 말해야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OOOO(종합일간신문A)를 꼽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오랜 기간 구축해 놓은 여론 시장의 독점적 권력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_뉴미디어 기자 A

기자들 스스로가 정파적 보도를 신뢰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기자들 스스로가 정파적 보도를 신뢰 하락 원인으로 꼽았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한 준비나 지식은 부족한 상태에서 조회수 늘리기 등을 위해 의미 없는 속보 경쟁 등을 하면서 발생하는 잘못된 기사(오보, 낚시 기사 등)가 결국 언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략)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를 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소위 ‘그림 되는 기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반면) 우리만의 탐사 기획을 뉴스 앞부분에 배치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_뉴미디어 기자 B

“매일 벌어지는 이슈를 따라가느라 주요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접근을 못하고 있다. 주요 사안을 다룰 때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노출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빨리 많은 기사를 보내기 위해) 단발성 기사로 대응하게 된다. 시간이 부족하고 인력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고 (뉴스룸 지휘부가) 말하는데, 데스크가 선택하고 집중하면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넷매체 기자 B

“부족한 취재 내용과 확실하지 않은 출처를 바탕으로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보도하는 뉴스가 많아질 때 언론사는 이제껏 쌓아온 신뢰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언론사의 신뢰는 뉴스의 가치 그리고 정확성에 바탕한다. 마감에 급급해 설익은 내용을 보도하는 안일한 판단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오보가 많아질수록 신뢰는 점차 사라진다.” 방송 기자 A

“언론 지형 또한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인데, 한국 사회가 유럽 같은 선진국보다 다분히 이념, 지역, 사회 계층, 세대 간 대립이 심하기에 언론 신뢰도도 낮은 것 같다. 좌우 대립이 극심하니 독자들이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언론에 낮은 신뢰를 보내는 것 아닌가 싶다.” _인터넷매체 기자 C

“관점에 다라 진실이 달라 보이는 (이슈의) 경우, 아무리 잘 쓰거나 취재가 완벽해도 일부 독자가 신뢰하면 다른 독자는 불신했다. (중략) 결국 신뢰를 절대적으로 받는 기사는 관점에 따라 찬반이 달라지는 주제가 아니라, 선과 악 또는 대의명분이 확실한 보도다. (중략) 불신할 만한 기사를 쓴 것에 의해 불신 받는 것은 억울하지도 않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언론사마다 독자가 보는 포지셔닝이 정해져 기자가 아무리 회사 이미지와 다른 기사를 써도 그 기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불신하는 것 같다.” _신문 기자 E

“솔직히 늘 불신 받는다고 느낀다. 어차피 요즘 시청자들은 기자들 말을 믿지 않는다. 자기가 믿고 싶은 걸 얘기해주면 환호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난할 뿐이다. 대중에게 기자는 기레기일 뿐 언론인이 아니다. 그게 현실이다. 시청자들이 볼 때 대한민국 방송 기자의 99%는 기레기일 것이다. 손석희 정도가 (그들이 보기에는) 언론인일 뿐이다.” _방송 기자 E

“조금이라도 난민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인 관점을 드러내는 순간, 좌표 찍혀서 여론의 몰매를 맞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난민은 파리보다 못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상당수에 달하는 사회이다 보니, 난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해 기사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많다. (중략) 더 힘든 건 젠더 이슈다. 이건 정말 답이 없다. 건드리는 순간, 모두에게 욕 먹는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나 보수도 없다. 성별과 나이, 세대에 따라 생각과 관점이 극과 극이라 대체 어느 정도가 중간선인지도 가늠할 수가 없다.” _방송 기자 C

때로는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독자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으면 기레기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곤 한다.
때로는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독자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으면 기레기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곤 한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 등에 ‘기레기’ 등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고, 이에 대한 합리적이지 않은 비판이 크게 나오면 독자의 불신을 체감한다. 논리적 근거 없는 짜깁기식 SNS를 독자들이 더 믿고 이런 행태가 실제로 신문 구독 중지 등으로 이어질 때 우리가 쌓아온 신뢰의 기반이 단단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_신문 기자 A

“보도가 나가면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본다. 일단 ‘기레기’로 시작한다. 기사 내용을 안보고 댓글을 단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이 응당 할 수 있는 문제 제기조차도 기자가 내용도 모르면서 혹은 편파적으로 기사를 썼다고 몰고 가기 일쑤다.” _방송 기자 F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시청자들은 준전문가 수준으로 더 똑똑해졌고, 뉴스 외에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다. (중략) 의미 없는 양비론 보도를 하면 그것이 공정한 또는 중립적 보도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고 본다. (중략) 대비라는 것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공부일 수도 있고, 시청자와의 소통 수단일 수도 있고, 내 이름 석자를 내건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부족한 점이고, 앞으로 기자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_뉴미디어 기자 B

“야간 아르바이트 노동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대면 인터뷰를 할 때 20대를 많이 만났다. 기성 언론 인터뷰에 몇 번 응한 적 있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들은 인터뷰 당시 (기성 언론) 기자들이 야마(기사의 핵심 주제를 의미하는 언론계 속어)와 인용할 말을 정해놓고 취재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어떤 이는 비슷한 소재를 쓴 기사 하나를 직접 프린트해 왔는데, ‘이렇게는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가장 자극적인 경험들만 인용이 되어 ‘불쌍한 청년’으로 대상화돼 기사가 나갔다는 그 분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_뉴미디어 기자 E

“짧게는 3개월, 길어도 1년이면 출입처 및 취재 분야가 바뀌는 경우가 대다수라 취재원 축적이나 전문 지식을 쌓기엔 역부족이다. (그나마 나는) 다른 기자에 비해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한 분야(경제)를 취재했음에도 여전히 하루짜리 기사를 만드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 분야에서 굵직한 이슈가 터졌을 때 깊이와 통찰력을 갖춘 기사를 작성하는 데 부족하다.” _신문 기자 E

“기자 개개인은 결국 정파성보다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SNS 시대에는 기자 개개인이 거의 학자나 평론가 수준의 전문성을 가져야 하며, 그 전문성에서 언론보도의 깊이가 나온다. 너무 많은 매체가 온라인에 출현한 상황에서 정파성, 방향성보다는 전문성을 토대로 가장 깊이 있는 보도를 하고 판단은 독자나 시청자에게 맡겨야 한다.” _신문 기자 A

“(기사를) 타 매체와 비교해 ‘그럴듯하게’ 채우는 데 대부분의 역량이 집중된다. 아젠다를 먼저 선점하고 끈질기게 밀고 나가는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나간 기사였음에도 타 매체의 팔로우업이 없으면 추가적으로 역량을 쏟길 주저한다. (중략)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기보다는 남보다 크게 뒤지지 않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고주에게 부정적인 기사가 될 경우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 _신문 기자 C

“최근 (방송)뉴스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이 생중계에선 수용자들과 실시간 댓글로 소통한다. 최근 댓글에서 특이점 가운데 하나는 ‘OOOO, 오늘 방송 하나요?’라는 질문들이다. 탐사보도팀의 보도 프로인데, 시청자들이 이 보도를 기다리고 찾게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런 신뢰와 관심은 단발성 보도로는 쌓이지 않는다. 문제의식을 갖고 오랜 시간 깊이 파헤쳐서 아젠다를 던지는 보도에 시청자들이 반응하고 신뢰를 보인다.” _뉴미디어 기자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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