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평행선 ①] 제안요청서
[갑과 을의 평행선 ①] 제안요청서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9.19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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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컨설팅 만연…비딩 참여업체에 RFP 작성 요구하기도
제안요청서 작성에서부터 동상이몽은 시작된다.
제안요청서 작성에서부터 동상이몽은 시작된다.

“구구절절 공감하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혹시 피해사례 인터뷰 안 하시나요? 한 3건 정도는 있는 것 같네요.”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커뮤니케이션업계 갑질 관련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을들’의 성토 속에서 할 말 있는 ‘갑들’의 불만도 청취했다. 현황을 파악해 보니 10년 전,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옛날 뉴스’다.

①제안요청서 - 지식투자 vs 희망갑질
②제안서- 돌려막기 vs 종이낭비
③경쟁PT - 리젝션피 vs 매몰비용
④계약전후 - 후려치기 vs 단가기준
⑤실행과정 - 예산만큼 vs 내일처럼

[더피알=강미혜 기자] 먼저 댓글로 제보 의사를 밝힌 익명의 독자와 연락을 취했다. 디지털 에이전시 A사의 ㄱ팀장은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 관련 황당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RFP는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에 제시하는 거잖아요. 근데 저희 쪽에 다른 RFP를 참고해서 초안을 좀 써 달라 하더군요. 요즘 업계 트렌드를 잘 모르는가 싶어 광고주와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요청대로 작성해줬죠. 근데 에이전시 비딩 OT 자리에 갔더니 저희가 쓴 문서 그대로 내놓았더군요. 심지어 RPF가 자사 방향성과 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수정 요청까지 해오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클라이언트의 RFP 요청은 에이전시 쪽에서 응하지 않으면 그만인 일이다. 사전에 도움을 줬다고 그 업체에 특혜가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작은 업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의를 베풀곤 한다. 일종의 지식 투자 개념이다.

이런 업계 생리를 이용해 계약가능성을 내비치며 RFP부터 ‘공짜컨설팅’을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B에이전시 ㄴ대표는 “얼마 전에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와서 좀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외부 의견을 수렴해서 제안요청서 완성도를 높이는 건 좋은데, 내부에서 목표 설정이나 디테일한 계획 없이 무턱대로 만나자고 하면 솔직히 시간 낭비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비즈니스는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특히 컨설팅업은 설득하려는 대상에 지식을 먼저 풀고 정보도 주면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사전에 의견을 주고 초안을 가이드한 특정 업체에 베네핏(혜택)을 주면 그건 그거대로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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