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평행선 ④] 계약전후
[갑과 을의 평행선 ④] 계약전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09.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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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구매팀 거치며 예산 책정·집행 보수화 경향
디지털 프로젝트 경쟁, ‘쓸고퀄’ 지적도

“구구절절 공감하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혹시 피해사례 인터뷰 안 하시나요? 한 3건 정도는 있는 것 같네요.”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커뮤니케이션업계 갑질 관련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을들’의 성토 속에서 할 말 있는 ‘갑들’의 불만도 청취했다. 현황을 파악해 보니 10년 전,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옛날 뉴스’다.

①제안요청서 - 지식투자 vs 희망갑질
②제안서- 돌려막기 vs 종이낭비
③경쟁PT - 리젝션피 vs 매몰비용
④계약전후 - 후려치기 vs 단가기준
⑤실행과정 - 예산만큼 vs 내일처럼

[더피알=강미혜 기자] “모회사 신제품 론칭 비딩에 참여해 1·2차 PT 끝에 최종적으로 대행사로 선정됐습니다. 킥오프 미팅시 액션 플랜을 달라 해서 계약 전이지만 성심성의껏 팔로업했죠. 근데 본계약 때 인건비 문제로 이견이 생겼습니다. 연간 프로젝트라 저희 쪽에선 PM(프로젝트 메니저)이나 디자이너 등 인적자원에 대한 비용을 생략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다른 에이전시와 일할 땐 500만원이면 충분했다 하더라고요. 500만원을 12개월로 쪼개면 월 50만원이 채 안됩니다. 어떻게 인건비가 나와요? 그래서 금액은 조율 가능해도 그 정도까진 어렵겠다 했더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결국 계약 불가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제안서 준비부터 총 3개월의 기간을 날려버린 꼴이 됐습니다.”

디지털 에이전시 A사 ㄱ팀장의 또다른 피해사례다.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큰 기업이었다. 그는 “솔직히 공정위 신고감이지만, 자칫 업계에 말이 돌아 문제 일으키는 업체로 찍힐 수 있기에 억울해도 참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산이 확정됐음에도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의외로 비용 이슈로 판이 깨질 때가 많다.

민간기업 RFP(제안요청서)엔 보통 총예산과 굵직한 과업별 비용이 산정되고 디테일한 부분은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가 상호 조율하는데, 이때 안 맞으면 구두상 계약이 파기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클라이언트도 시간 낭비에 따른 진행 차질을 감수해야 하지만, 시간뿐 아니라 실질적 비용을 투입한 에이전시 입장에서 봤을 때 손해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하나 제안하고 실제 운영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2~3명 인력이 가동되고, 제안서 작성해서 제출하고 PT, 최종 미팅까지 한 달에서 두 달 이상 소요됩니다. 어차피 계약 따내려고 저희 쪽에서 투자하는 거니까 과정상 손해비용은 감수한다고 해도 계약하겠다고 했으면 그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비용산정 기준의 모호함은 클라이언트의 불만 사항이기도 하다. 대기업에서 온라인 홍보를 하는 ㅁ차장은 “무형의 (지식) 가치를 감안한다 쳐도 제안금액에 대한 구체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특히 디지털 프로젝트의 경우 마케팅과 프로모션, 광고, SNS 등이 뭉쳐져 한 번에 제안 들어오는데 내용을 보면 도대체 이 단가의 기준이 뭔지, 어떻게 책정됐는지에 대한 근거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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