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1 18:37 (목)
CEO가 언론을 이해하지 못할 때 (1)
CEO가 언론을 이해하지 못할 때 (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1.09.28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잘못된 언론관, 반복되는 훈련·경험으로 교정해야
기사·기자 컨트롤 가능하다는 착각, 되레 화 키워

*이 기사는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자사에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는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혼란이나 무리수 없이 순리에 따라 문제를 풀 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다.

정상 기업으로 분류되는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공히 CEO의 언론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CEO가 매우 드물다.

이는 특정 기업군과 CEO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진화 기간과 사회적 책임과 노출 규모 등 여러 환경에 의해 대기업군 CEO들이 보다 빠른 발전을 한 것뿐이다. 이미 대부분의 대기업은 여러 번에 걸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많은 교훈으로 각 회사 CEO들은 훈련됐다. 그런 반복적 경험과 교훈, 훈련이 쌓여 지금과 같은 CEO 언론관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 일하다 중견이나 중소기업 대표로 자리를 옮긴 CEO들은 해당 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언론 이해보다 훨씬 더 높은 언론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스타트업 등에서 일하다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경영진의 경우 기존 대기업의 일반적인 언론관을 낯설어하기도 한다. 오히려 보수적이라 보거나 경직돼 있다는 느낌까지 받곤 한다. 상호 간에 차이와 다름이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CEO가 보이는 주요 증상들은 무엇일까?

√부정 기사나 보도를 나가지 못하게 하라 한다.

‘기사를 빼라’, ‘못 나가게 하라’, ‘보도를 막아라’, ‘방송 안 되게 하라’. 이런 지시를 하는 CEO는 언론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집중적으로 해명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초기 취재를 완화시키거나 보도의 톤앤매너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못 나가게 하라는 지시는 그런 경우에도 불가능하다.

초대형 기업들은 기사나 보도를 쑥쑥 빼는 것 같던데 왜 우리 PR실은 빼지 못하는가 하고 묻는 CEO도 사실 언론을 잘 모르는 분이다. 초대형 기업도 기사나 보도를 그렇게 쉽게 쑥쑥 빼지는 못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사는 그런 초대형 기업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대로 언론을 이해하는 CEO는 현재 어떤 언론사 어떤 기자가 무슨 주제로 취재를 하고 있는지를 먼저 심도 있게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부정 기사나 보도 대응에 있어 목표를 세운다. 어느 주제나 어느 앵글은 가능한 피했으면 한다는 논의로 대응을 시작한다. 최선을 다하지만 해당 기사나 보도를 싹 빼겠다는 생각이나 지시를 하지는 않는다. 언론을 잘 이해하는 CEO는 PR실과 함께 주로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을 위한 접근을 지시한다.

√직접 언론사 VIP에게 연락해보겠다고 한다.

평소 ‘A매체 회장이 내 친구야’, ‘B방송 사장이 선배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CEO들이 주로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언론사 윗분들에게 전화를 많이 한다. SOS를 치는 셈이다.

A매체 기자가 현재 자사에 대한 부정적 취재를 하고 있는데, CEO가 A매체 윗분들에 전화한다고 해당 취재가 무마될 수 있을까? 전화를 받은 그 언론사 윗분들은 기자를 불러 취재를 중단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언론사 분위기에서 그런 취재 중단 지시가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CEO라면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순 하소연을 하고 어떤 도움을 구하거나 해명을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CEO의 그런 전화가 많아질수록 해당 기사나 보도 대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

기사나 보도가 나가기 전 여기저기 언론사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고, 압력도 아닌 압력을 행사하려 하면서 노이즈만 대대적으로 일으킨 기업들이 실제로도 많다. 그 후 그들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까? 글쎄다.

언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CEO라면 심사숙고해서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딜(deal)을 가지고 핵심 인사를 선택적으로 접촉하려 노력한다. 지인이라고 해도 가능한 말을 아끼고 걸려온 전화에도 주로 들으려 한다. 여러 유력 인사들의 조언을 듣고 겹치는 핵심 인맥을 찾으려 한다. 노이즈 보다는 조용하게 타깃에게 접근하려 한다는 점이 다르다.

▷CEO가 언론을 이해하지 못할 때(2)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