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과 평창이 다른 8가지 풍경
베이징올림픽과 평창이 다른 8가지 풍경
  • 김주호 (thepr@the-pr.co.kr)
  • 승인 2022.02.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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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주호 KPR 사장 (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을 추구한다는 정신을 지니고 있지만, 때론 국제 관계 속 갈등의 골이 드러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팬데믹과 인권 문제에 대한 지탄 등 여러 정치·사회적 의제를 껴안고 출발한 베이징동계올림픽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스포츠 마케팅PR 전문가이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부위원장을 역임한 김주호 KPR 사장이 이번 2022 베이징올림픽에서 주목한 지점들을 연재한다. 

① 올림픽과 정치
② 베이징 동계올림픽 vs 평창 동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첫 흑인 여자 선수가 손을 흔드는 뒤로 관중석이 모두 비어있다. 뉴시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첫 흑인 여자 선수가 손을 흔드는 뒤로 관중석이 모두 비어있다. 뉴시스.

[더피알=김주호]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월 20일 폐막식을 갖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노르웨이가 총 37개(금메달 16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의 메달로 1위를 차지했다.

단일 대회에서 금메달 15개 이상을 가져간 국가의 탄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답게 여러 기록들이 나왔지만,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정치적 논란과 판정시비 등으로 지구촌 축제로써 분위기는 살아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선수들의 경쟁은 치열했지만, 직전 동계올림픽이었던 2018 평창과의 비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역대급 메달 수와 참가선수를 기록한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역대 최다 관중과 시청률을 기록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차이를 살펴봤다.

우선 TV 시청률에서 관심의 차이가 드러났다. 국내 방송사들의 이번 동계올림픽 합산시청률은 18%로, 이는 베이징 하계올림픽 시청률인 40.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평창 개막식의 방송3사 합산시청률은 44.6%였다. 그만큼 국내 시청자들의 이번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얘기다.

미국 시청률 조사회사인 미디어워치에 따르면 NBC의 방송 및 스트리밍을 통해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본 시청자수는 725만명에 그쳐 도쿄의 850만명은 물론 평창의 1600만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둘째, 개최도시가 수도와 지방이라는 차이가 있다. 베이징은 동·하계 올림픽을 같이 개최한 유일한 도시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 바 있지만, 보통은 지방 도시에서 열린다.

평창 올림픽의 경우 빙상은 강릉에서, 설상은 평창과 정선에서 열렸다. 베이징을 비롯해 나가노, 솔트레이크시티, 토리노, 밴쿠버 등 보통 빙상종목이 개막식과 함께 개최도시에서 열린 것을 감안하면 평창 올림픽에서 강릉은 특수한 경기장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경기장의 재활용 측면이다. 올림픽 개최도시는 경기장을 전체적으로 새로 짓기보다는 환경이나 예산 절감을 고려해 재활용이나 임시시설로 활용한다. 베이징은 하계올림픽 주경기장을 그대로 동계올림픽 개막식장으로 활용했고, 수영장으로 사용된 아쿠아센터를 컬링경기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수의 시설을 재활용했다. 조직위는 주경기장 근처에 메달 플라자를 만들고 기념탑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2008년 하계올림픽 때 활용했던 중국 국가수영센터를 개조해 컬링장으로 바꾸었다. 뉴시스
지난 2008년 하계올림픽 때 활용했던 중국 국가수영센터를 개조해 컬링장으로 바꾸었다. 뉴시스

평창의 경우 개·폐막식장을 임시시설로 지어 활용했고, 기존의 스포츠 시설들을 리노베이션해 활용하기도 했다. 지방 소도시라는 점을 감안해 예산 부담을 줄인 선택이었다.

넷째, 베이징은 마스크가 있는 올림픽이었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 선수는 물론, 관중 등 엄격한 방역 통제가 이루어졌다. 메달 세레모니에서 스스로 선수가 목에 메달을 걸고, 꽃다발을 가져가는 프로토콜을 도입했고, 시상대에서 마스크를 벗는 시간도 엄격히 통제했다. 육성응원도 금지됐다.

평창도 초기에 노로 바이러스 때문에 걱정을 하긴 했지만, 관중이 마스크 없이 박수갈채와 열광적인 환호 속에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다섯째, 관중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를 가져왔다. 평창의 경우 티켓이 매진되며 관중이 넘쳐났었지만, 중국은 코로나19로 티켓 판매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일부 중국 시민들만 엄격한 거리두기 속에 초청돼 경기를 관람했다.

환호와 박수가 없는, 얼음판에 꽃을 던져주는 모습이 사라진 경기장과 관중석은 썰렁할 수밖에 없었다. 관중이 없다는 것은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티켓 마케팅, 수송, 숙박, 안전,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없어진다거나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2018년 관중으로 가득 찬 평창 경기장. 필자 제공.
2018년 관중으로 가득 찬 평창 경기장. 필자 제공.

올림픽으로 하나의 스포츠 도시를 운영하는 셈인데, 관중이 없는 올림픽은 축제의 많은 요소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 관중, 미디어, 스폰서가 공존하는 게 올림픽 현장인데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회였다.

여섯째, 베이징과 평창은 대면한 이슈도 달랐다. 베이징은 인권문제로 서방국가의 외교적 보이콧이 있었고, 편파판정, 문화공정, 러시아 피겨선수인 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스캔들이 내내 이슈였다. 평창에서는 남북단일팀, 한반도기 독도 표기, NBC 개막식 해설자의 식민지 발언 이후 사퇴 등이 언론의 이슈들이었다.

일곱째, 개막식은 베이징이 2008년 하계올림픽과 비교해 소규모의 행사로 접근했다. 바닥을 LED로 깔아 화면 연출을 하고, 글로벌 보편성을 지향하며 일반인들을 공연진으로 활용해 개막식을 진행했다.

평창은 개·폐막식에 힘을 준 편이었다. 전용 경기장을 임시로 지어 어린이의 꿈을 전통과 현대, 조화와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스토리를 담았고, IT 기술을 활용해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했다.

베이징은 성화도 역대 가장 작은 성화로 꾸렸는데,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모습을 상징화한 것이었다. 마지막 주자도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남녀 선수로 구성해 의미를 부여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성화가 타오르고 있다. 뉴시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성화가 타오르고 있다. 중국은 소박한 성화대를 콘셉트로 잡았다. 뉴시스

성화봉송의 마지막 주자와 점화방법은 가장 중요한 개막식 이벤트로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데, 평창은 남북단일팀 남녀선수가 넘겨주는 성화를 성화대 주변에서 깜짝 등장한 피겨스타 김연아 선수가 받아 점화했다.

여덟째, 스폰서들의 활동이다. 월드와이드 파트너는 평창과 베이징이 같았지만, 베이징은 일부 선수의 활용, 기술이나 제품 제공 등 스폰서들의 움츠림이 심한 올림픽이었다.

에어비앤비, 알리안츠, 아토스, 브리지스톤, 코카콜라, 인텔, 오메가, 파나소닉, P&G, 삼성, 도요타, 비자 등이 월드와이드 파트너였는데, 중국기업인 알리바바만이 유일하고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공식 파트너와 공식 스폰서는 대부분 중국기업들이었다.

평창에서는 스폰서들이 적극적으로 대형 홍보관을 설치하고 광고, 홍보 활동을 펼쳤었다.

▷관련기사 : 경기장 만큼 뜨거운 올림픽 마케팅 현장

도쿄와 베이징에서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을 향한 마케팅 활동에 아무래도 제약이 컸다.

번외로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과 평화라는 가치 측면에서 목적을 같이 하는 베이징과 평창 올림픽은 서로 다른 마스코트를 앞세웠지만, 채택 방법은 비슷했다. 베이징은 판다를 모티브로 빙둔둔을, 평창은 호랑이를 활용한 수호랑을 마스코트로 내세웠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도 호랑이를 활용한 것이었다. 모두 각국이 사랑하는 동물들을 마스코트로 선정했다.

엠블럼은 각국의 글자에서 따왔다. 베이징은 한자 겨울 동(冬)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로고를 만들었고, 평창은 한글의 자음을 모티브로 엠블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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