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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인듯 사과아닌 사과문의 오류
사과인듯 사과아닌 사과문의 오류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4.09.1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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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원칙 결여, 통과의례 된 사과
▲ (자료사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장남의 군 부대 폭행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월 17일 대국민 사과를 한 모습(왼쪽 ⓒ뉴시스)과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

[더피알=정용민] 매년 매체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업이나 정부, 조직, 기관 그리고 유명인사들로부터 발표되는 사과문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개인 블로그 사과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또는 카카오톡 사과들까지 그 유형도 셀 수 없이 다양화 돼가고 있다. 물론 기자들에게 직접 나와 머리를 조아리는 중대 사과도 예전보다 훨씬 흔해졌다.일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사과할 행위 자체를 미연에 방지했더라면, 사과 행위들이 이런 정도로 다양하고 흔하게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예전보다 기업, 정부, 조직, 기관 그리고 유명인사들이 사과해야 할 경우들이 많아진 이유는 주로 매체환경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사회에 비밀이 없어져가고 있다는 의미다. 투명해져서 거짓말이나 숨김 또는 회피가 통하지 않는 환경이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양하게 발달되어 여론을 형성하는 온라인 및 개인매체의 성장이 사회적 투명성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투명성 강화로 인한 사과들이 점차 반복되어 가면서 사과 자체가 하나의 ‘통과의례(ritual)’화 되어간다는 점이다. 부정적 논란에 휩싸이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주체들이 ‘사과’를 돌파 전략으로 택하고 있다. 의외로 간단하게 사과하면 여론들이 잊어주거나 용서 해주는 경우를 꽤 목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사과 의례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기업, 정부, 조직, 기관 그리고 유명인사들 입장에서는 간단히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 향한 여론을 상당부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듯하다. 그 자신감으로 인해 사과문 등의 형식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거나 광고 카피처럼 매력적인 문구로 사과 메시지를 꾸미는 웃지 못할 상황들까지 목격되고 있다.

사과를 한다는 행위 자체는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들에게 최고 수준의 정치적, 사회적, 법적, 윤리적 행위로 해석돼야 한다. 유명인사의 사과도 그냥 개인의 “미안(sorry)”과 같은 통과의례로 해석될 수는 없다. 사과란 해당 주체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것이다. 그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서 그 책임에 합당한 여러 어려운 약속들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통과의례 된 사과

기본적으로 ‘사과’란 그 내용에 있어 주체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조아리며 태풍이 물러가기를 바랄 수 있는 중립적인 내용들로만 채워서는 그 효과나 수용이 어처구니없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자칫 더 큰 위기가 재발되거나 연결되기까지 한다. 사과를 하는 주체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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