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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갑질’은 매번 홍보팀을 무력화시킨다[기자토크] 반복되는 이야기…문제의 핵심이 바뀌지 않는 탓

[더피알=강미혜 기자] ‘땅콩회항’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은 분노했고 이슈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공들여 쌓은 기업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홍보팀은 무력했다. 정확히 말하면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승무원을 무릎 꿇리게 한 오너의 비행(非行)은 운전기사를 향한 폭언과 경비원 폭행으로 이어졌다.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을의 위치에 있는 직원을 상대로 한 ‘갑질’로 비쳐진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이른바 ‘오너리스크’다.

   
▲ 6일 MPK그룹 본사 앞에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 회원들이 '정우현 회장 경비원 폭행 대신 사과 및 갑질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너리스크 중에서도 오너 개인의 일탈행위는 일반 리스크와 결이 다르다. 법률의 재단은 차치하고 화난 여론을 잠재우는 일이 시급하다. 더욱이 갑질은 우리사회에서 공분을 일으키게 하는 민감한 키워드가 아닌가.

하지만 오너갑질 이슈는 관리불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대응원칙이 있더라도 원칙대로 움직이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도, 해결의 열쇠를 쥔 이도 다름 아닌 오너이기 때문이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오너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어떤 금과옥조도 소용이 없다. 자연스레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인 홍보팀은 조율자는커녕 중간에서 ‘낀’ 신세가 돼버리기 일쑤다.

일련의 오너갑질 이슈를 지켜보는 홍보 담당자들의 반응은 대략 이렇다.

“잘못을 인정하고 무조건 내 탓이다 하는 태도를 보여야 여론이 조금이라도 수그러지는데 오너가 하기 싫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소나기 지나가기만 기다릴 수밖에.”

“‘일단 사과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홍보담당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자칫하면 목(=자리)을 내놓아야 할 판인데…. 답이 없다.”

   
▲ 운전기사 상습 폭언 및 폭행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사과문을 읽었다. 뉴시스

<더피알>은 2년 반 전 오너리스크 특징을 해부하는 전문가 좌담을 가진 적이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오너리스크 관리가 힘든 이유에 대해 “회장님들이 남한테 언제 한 번이라도 머리를 숙여본 적이 없으니까”라고 대단히 상식적인 말을 했다. 설령 잘못을 했더라도 사과는 못하고 되레 태도가 경직된다는 것이었다. (관련기사: ‘오너리스크’, 총수의 경직된 태도부터 고쳐야)

그러다 보니 당사자(오너)가 아닌 법인이 대신 고개 숙이고, 피해자를 제쳐둔 두루뭉술한 사과를 하거나, 변명에 가까운 문구들을 나열해 진정성을 의심받는 일 등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한 위기관리 전문가는 기업 오너가 촉발시키는 최근의 사회적 공분 사례들을 지켜보며 “사회와 미디어와 대중은 바뀌었지만,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위기는 시스템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하는데 시스템 위에 있는 오너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걸까. 성격개조 프로젝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대로라면 2년 반 후에도 똑같은 이야기들이 되풀이되지 싶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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