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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했던 부산경찰 페이스북, 기막힌 사과 타이밍[기자토크] 미필적고의? 헛물 켠 취재스토리
승인 2016.07.01  15:49:41
문용필 기자  | eugene9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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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문용필 기자] 이른바 ‘학교전담경찰관 사건’은 부산지방경찰청(이하 부산경찰)이 맞닥뜨린 치명적인 위기였다. 학교를 전담하는 경찰관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도 지탄을 받을만 하지만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여론은 거센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결국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 부산경찰 페이스북 이미지.

사건의 여파는 부산경찰이 운영 중인 SNS 계정에까지 미쳤다. 페이스북의 경우 지난달 22일 ‘연산로터리 뺑소니 사건’ 관련 글 이후 근 일주일간 침묵했다. 장신중 전 총경이 경찰인권센터에 올린 폭로글이 언론에 보도된 시점이 24일임을 감안하면 파문이 시작된 이후 활동을 멈춘 셈이었다. 부산경찰 페이스북의 ‘정전상황’은 30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부산경찰 페이스북은 특별한 존재였다. 이른바 ‘드립력’을 앞세운 재기발랄한 콘텐츠와 눈높이 소통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경찰은 경직된 조직’이라는 선입견을 깨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앞 다투어 벤치마킹할 만큼 공공 페이스북 계정 중에서는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하지만 침묵이 시작되면서 호평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실적 홍보’에는 그토록 적극적이더니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지자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고 터지고 어떻게 한마디도 없냐?” “여고생 성관계한 경찰에 대해서 왜 아무말이 없죠?” “필요할 때만 소통하는 부산경찰” 등의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자기 허물을 가린 채로 치적만 보여준다면 결국 부산경찰 페북은 ‘소통’이 아니라 ‘홍보’ 창구에 불과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더피알>이 지난달 30일 부산경찰 페이스북의 침묵을 기사화하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대국민 온라인 소통창구를 담당해야 할 공공기관의 페이스북 계정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정석과는 한참 거리가 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홍보담당자가 임의로 입장표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른바 ‘윗선’의 지시가 없이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경찰의 성추문’이라는 민감한 사안 아닌가.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주일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에 기자는 온라인 위기관리 전문가의 의견을 물었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는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SNS 채널은 마케팅‧홍보 채널이기 때문에 부정적 이슈가 터지면 당연히 침묵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부산경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타깃 오디언스가 국민이다. 사과를 하든 해명을 하든 국민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빠른 입장 표명” 충고했는데...

그런데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마치자 부산경찰이 올린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경찰관들은 물론 부산청 역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래서 섣불리 (입장을) 올릴 수 없다. 정확한 사실관계, 조치 사항 등이 나오면 즉시 알려 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슬슬 활동을 재개하려고 하는 것일까. 궁금증이 든 기자는 부산경찰 홍보담당관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2년전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터였다. 새로운 댓글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입장은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페이스북 관련 질문을 던지자 예상대로 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네티즌들의 (비난)댓글을 당연히 이해한다”며 “(그렇다고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SNS 담당자가 마음대로 입장표명을 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개별적으로 보내온 페이스북 메시지에는 계속 답변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기자와 취재원의 입장이긴 하지만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축 쳐진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안쓰럽기까지 했다. 따지고 보면 홍보 관계자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래서 “빠른 입장 표명이 중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 관계자도 동감하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취재를 마친 후 기사작성에 들어갔다. 부산경찰 페이스북의 현재 상황과 전문가의 조언, 관계자의 멘트를 정리하던 중 벨소리가 울렸다. 1시간 전쯤 통화했던 관계자의 전화였다. 그는 “너무 늦었지만 (방금 사과) 글을 하나 올렸다”고 전했다.

   
▲ 부산경찰이 지난달 30일 오후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과문. 해당 사이트 캡처.

확인해보니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도 큰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아울러 “더불어 부산경찰 페이스북이란 공간에서 가장 소통을 원하셨던 시기에 섣불리 그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내용도 볼 수 있었다.

기자의 충고를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빠른 입장 표명이 필요했던 만큼 부산경찰 입장에서는 늦게나마 잘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기사 송출 직전 사과문이 올라와 결과적으로는 취재도, 기사도 무용지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PC모니터 안에서 수장돼버린 기사를 보자니 쓴웃음이 나왔다. 다시 부산경찰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불과 몇 분전에 올라온 글인데도 벌써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여전히 날선 목소리도 있었지만 부산청 페북지기를 격려하는 따뜻한 시선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헛물 켠 기자를 바라보는 데스크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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