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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PR의 해묵은 딜레마<上> ‘공공성’과 ‘창의성’ 절충점 없나
승인 2016.07.08  09:19:31
박형재 기자  |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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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박형재 기자] 1178억3734만원. <더피알>이 집계한 지난해 공공PR 예산이다. 정부 정책이나 지자체 홍보에 1000억원 넘는 세금이 쓰였지만 기억에 남는 활동은 별로 없다. 어디선가 본 듯한 광고, 무난한 메시지,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이벤트가 반복된다. 

   

“작년 매출이 늘었는데 순이익은 오히려 급감했습니다. 열심히 해도 남는 게 없으니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회의가 듭니다.”

“비딩 시스템 자체가 넌센스에요. 민간 기업의 경우 아이디어부터 살피고 가격을 조율하는데, 공공PR은 (업체 선정시) 가격점수가 20%나 되니까 여기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요. 좋은 아이디어 내는 곳이 아니라 가격 낮은 쪽이 낙찰되는 거죠.”

“심사도 공정한지 의문입니다. PR 비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나올 때가 많고, PT 시간도 15분 정도에 불과해 평가가 다분히 형식적입니다.”

정부 용역을 수행 중인 PR회사 대표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행 공공PR 방식으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단순한 업계의 하소연일까? 마냥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더피알>이 지난달 실시한 ‘2015년 공공PR 용역입찰 전수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공공PR 예산,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당시 조사에서 드러난 공공PR의 주요 특징은 ▲유찰율이 약 30%로 대단히 높다 ▲용역기간이 짧아 긴 호흡의 PR이 불가능하다 ▲입찰제안요청서(RFP) 요구 사항이 너무 많고 구체적이다 ▲천편일률적 홍보할동이 대부분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PR회사와 학계, 정부 관계자의 의견을 들었다. 또 공공PR을 진행하면서 겪는 현실적인 고충을 수집했다. 수년째 똑같은 지적이 나오는데 왜 바뀌는 건 없는지, 우리나라에선 어째서 선진적인 공공PR 활동이 이뤄지기 힘든지 구조적 문제도 점검했다.

답안지 채우기 바쁜 정책홍보

PR업계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공공PR의 문제점은 RFP에서 요구하는 업무 내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제안서에 여러 과제를 빽빽이 적어놓고 그대로 안하면 심사에 불이익을 주는 바람에 PR·마케팅 전문회사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수행 업무가 너무 많아 답안지 채우기 바쁘고, 비슷한 홍보가 반복되니 효과도 떨어진다. 

실제로 각 부처가 내놓은 종합 홍보 용역을 살펴보면 ▲홍보전략 수립 및 컨설팅 ▲온라인·SNS 홍보 ▲이벤트 프로모션 ▲언론(방송․신문․잡지 등)협찬 ▲인쇄물 제작 ▲모니터링 및 이슈 관리 등의 항목이 꼼꼼히 적혀있다. 발주처와 용역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특징은 대동소이하다. 1억원 이상 용역의 수행 업무 내용은 10~15개에 달한다. (관련기사: 공공PR 3건 중 1건 ‘유찰’…왜?)

PR회사 대표 A씨는 “홍보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을 키우고 줄이면 좋은데, 항목이 정해져 있으니 ‘붕어빵 홍보’만 나온다”면서 “일부 부처 RFP는 아직도 7~8년 전이랑 포맷이나 요구사항이 똑같다”고 꼬집었다.

   
▲ 자료사진. 뉴시스

공공PR의 두 번째 문제점은 용역입찰 평가에서 가격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점수 대 가격점수의 평가 비율은 대부분 80 대 20인데, 가격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PR회사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한다. 아이디어가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은 제외하고, 적당히 예산에 맞춰 할 수 있는 무난한 홍보만 진행하게 된다.

PR회사 B대표는 “기업의 경우 먼저 제안을 받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PR회사를 선택해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반면, 공공은 가격으로 창의력을 재단하는 구조”라며 “결국 최고의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그걸 사는 게 아니라 싸면서 적당한 아이디어를 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짧은 용역기간·심사 공정성 아쉬워

공공PR에서 획기적인 제안이 나오지 않는 세 번째 이유는 용역기간 때문이다. 공공입찰은 1년 이하로 계약을 맺는다. 사업에 대해 이해하고 PR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단기 캠페인이 많으니 장기적인 PR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평가가 아웃풋(output) 중심이라 실제 홍보효과보다는 기사 몇 건, 이벤트 참여 몇 명 식으로만 접근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수년째 같은 지적이 나오는데, 구조적으로 잘못되진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R업계는 심사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심사는 용역 발주처 내부인사와 추첨을 통해 선정된 외부 전문가 8명 정도가 진행하는데, 심사위원 중에는 기초적인 PR 개념조차 몰라 자질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 제안서 검토 시간이 부족해 꼼꼼한 심사가 어렵고, PT시간도 10~20분에 그쳐 공정한 심사를 방해한다.

실제 심사에 참여하는 모 대학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보안 때문에 심사 자료를 현장에서 나눠주는데다 PT시간도 짧아 창의력보다는 인상적인 워딩이나 제안 위주로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 “PT를 잘하는 업체가 홍보도 잘하는 곳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는 점을 짚었다.

PR회사 C대표는 “심사위원들이 제안서를 꼼꼼히 보지 않으니 일부 PR회사들은 다른 부서에 냈던 제안서에 앞부분 몇 개만 수정해 제출하기도 한다”며 “예컨대 3억짜리 용역에 좋은 아이디어 10개를 써낸 A업체와 아이디어 5개만 써내고 나머지는 그럴듯하게 꾸민 뒤 가격을 확 낮춘 B업체가 있으면 B가 낙찰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인건비 문제도 PR업계가 앓는 소리를 내는 대목이다. PR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RFP엔 인건비가 따로 책정돼있지 않다. 5억짜리 용역의 경우 ▲언론홍보 2억원 ▲온라인·SNS관리 1억원 ▲홍보영상 1억원 ▲이벤트 1억원 ▲인쇄 1억원 정도만 표시돼 나오는데, 이 때문에 PR회사들은 ‘어디서 인건비를 빼먹을지’부터 고민에 휩싸인다.

D업체 대표는 “정부와 PR회사의 계산법 자체가 다르다. 발주처에서는 기획용역비 2억, SNS 1억 이런 식으로만 적는데, 수주하는 입장에선 부가세 10%, 진행경비 5%, 인건비, 이윤 등을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면서 “마치 건물 건설하는데 인건비를 따로 안주니 철근을 덜 쓰고 부실공사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준 무너뜨리면 비리 우려돼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도 항변할 게 있다. 정부 용역은 기본적으로 원칙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PR업계만 다르게 적용할 수 없을뿐더러 정해진 기준을 무너뜨리면 온갖 비리가 난무할 것이란 반박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과업지시서 내용이 너무 많아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계약자와 발주부처 사이에 과업 정도에 따른 다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 입장에선 일을 맡기기 전까진 ‘갑’이지만, 맡기고 나면 ‘을’이 되는 만큼 최대한 자세히 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격점수나 심사 기준 역시 법적 근거에 따라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용역 심사는 조달청 감사실에서 평소 교수나 전문가 인력 풀을 구축해놓고 → 심사 요청이 오면 인력 풀 중에서 추첨을 통해 심사위원을 선정한 뒤 → ARS 문자를 보내 평가 3일 전 참석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 심사 현장에서 자료를 나눠줘 정보 유출 가능성을 없애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가격점수 역시 창의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면 추가협상 과정에서 수요기관과 협의해 90대 10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홍보효과는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거라 계약단계에서 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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