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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블라인드는 자료도 블라인드?
포털 블라인드는 자료도 블라인드?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6.07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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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포털·방통위 “못줘, 없다”…국민 알권리는 어디로

[더피알=서영길 기자] 인터넷에 글 좀 써 본 이들이라면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 때문에 열 받은 기억이 한 번쯤 있을 듯하다. 온라인을 봐도 억울하다는 민원성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사안은 좀 다르지만 임시조치를 주제로 6월호 매거진을 준비하며 기자 역시 바짝 열이 오르는 경험을 했다.  

일단 임시조치를 쉽게 설명하면, 온라인에서 한 쪽이 문제를 제기하면 상대방 게시물을 막아 버리는 제도다. 현실에선 큰 분쟁거리가 될 수 있는 이런 일이 인터넷상에서는 합법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그 법적 근거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 2’이다.

해당 법조항을 요약하면 누구든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권리침해를 주장해 삭제요청을 할 경우,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해 해당 게시물을 30일 이내로 블라인드 처리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한 블로거가 자신의 글이 임시조치 됐다며 공개한 이미지.

문제는 ‘동의 없는’ 임시조치가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기 싫은 글을 막아달라 요청만 하면 포털사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온라인에서 30일간 사장시켜버린다. 대개 인터넷에서 30일이 지난 떡밥은 누구도 읽지 않는 쉰밥이 돼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포털들이 이렇듯 법적 근거를 들이밀며 ‘사적 검열’을 휘두르고 있는데도, 이용자인 국민은 임시조치가 얼마나 행해졌는지 등의 관련 정보는 사실상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법에 따라 임시조치를 남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책임소재나 정보공개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다.

기자 역시 임시조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일단 자료가 없다. 

취재과정에서 한 포털사에 임시조치가 얼마나 집행됐는지, 또 얼마만큼의 글이 온라인에서 사라졌는지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 의무가 없다”라는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번엔 소관 업무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얼마후 방통위는 '정보 부존재' 사유를 들어 정보공개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민간 사업자가 관련 정보를 쥐락펴락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를 관할하는 방통위에 임시조치 관련 정보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임시조치와 관련해선 포털이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 방통위가 관리·감독 할 권리가 없다”며 법적 한계를 인정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법으로 정해 놓은 ‘정보공개’ 청구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둘러둘러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포털사들의 연도별 임시조치 건수 자료를 기사에 써야만 했다. 이에 따르면 포털사들의 임시조치 건수는 4년 새(2010~2014년) 3배 이상 증가했고, 특히 네이버는 2014년 한 해에만 30만건이 넘는 글에 임시조치를 단행했다. 하루에 1000건 가량의 포스팅이 사라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시조치=기밀문서?

그렇다면 유승희 의원은 이 자료(임시조치 연도별 건수)를 어디에서 입수했을까? 

역으로 따져들어가보니 유 의원실에서 방통위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다시 방통위가 포털에 요청했다. 포털은 방통위가 달라니까 줬고, 그렇게 해서 유 의원 손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방통위는 자신들이 원출처가 아니기에 해당 자료를 폐기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로부터 받은 '정보 부존재' 통지서.

좀 과장을 보태면 임시조치 관련 정보는 일반 국민들은 알 수 없는 ‘기밀문서’가 된 셈이다. 단, 정치인은 예외다. 이에 대해 양재규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달라는 정보를 무시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치적인 힘”이라는 심플한 이유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양 변호사는 양쪽 모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법이 메우지 못한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포털사들은 정보공개 대상 기관이 아니기에 거절하면 그만이고, 방통위는 법에 명시한 대로 따랐을 뿐이기에 책임에서 자유롭다.

다른 전문가에게도 법적 자문을 구해봤지만 같은 시각이었다. 조승오 변호사는 “지금 상황에서 (기자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임시조치 관련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개정안이 여러 번 국회에 발의됐지만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다. 지금까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권리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국민의 알권리’도 넣고 삼파전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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