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문 두드린 청년, ‘테크 크리에이터’로 돌아오다
실리콘밸리 문 두드린 청년, ‘테크 크리에이터’로 돌아오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8.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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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얼밸리 시즌2’ 시작한 김태용씨

[더피알=이윤주 기자] ‘스타트업 성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베일을 걷어낸 청년이 있다. 기본기만 갖춰진 영상 편집 실력을 바탕으로 무작정 인터뷰 요청에 나선 김태용씨다. ‘맨 땅에 헤딩’ 하는 그의 방식이 통한 걸까. 현재 피키캐스트, 다이아TV 등의 콘텐츠 플랫폼 기업은 물론 여러 교육기관에서도 태용씨의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다.

기대 이상의 호응에 힘입어 최근엔 ‘리얼밸리 시즌2’를 시작했다. 지난 두 달 간 시애틀, 포틀랜드, 실리콘밸리, LA를 돌며 창업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교수 등 각계 전문가 25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궁금했다. 무엇이 태용씨를 움직이게 했는지. 그래서 실리콘밸리 인터뷰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된 이유, 이후 자연스레 테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에도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테크 크리에이터 김태용씨. 사진=이윤주 기자
테크 크리에이터 김태용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반갑습니다. 더피알 독자들에게 태용씨를 소개해주세요.

테크 스타트업 크리에이터 김태용이라고 합니다. 주로 만드는 콘텐츠는 두 가지예요. 한국과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창업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을 찾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인사이트와 시행 착오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리얼밸리, VOYAGE)가 그 중 하나예요. 또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생겨남으로써 생각해볼만한 다양한 문제들을 설명해주는 영상을 제작합니다.

콘텐츠 제작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제 채널을 열기 전에는 친구들과 정치·시사를 다루는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하고, 쿠폰‧콘텐츠 큐레이션 어플 등을 만든 적도 있어요. 폰케이스, 가방, 파우치 등을 판매해서 좋은 매출을 얻기도 했는데 이후 가구 사업을 하면서 쫄딱 망했죠.(웃음) 그때부터 기술을 접목해 돈(초기 사업비용)이 많이 안 드는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년 28세에 실리콘밸리를 찾아 간 거죠. 실리콘밸리 기업가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는데, 정작 전 잘 안되니까 그들이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당시 전 창업에도 실패했고, 취업을 위한 스펙은 하나 없고, 근데도 딱히 취업을 하고 싶지는 않고, 나만의 일을 조금 더 해보고 싶던 때였어요. 그런데 만나려면 명분이 필요하잖아요. 카메라를 조금 만질 줄 아니까 인터뷰 한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해서 덜컥 제의한거죠.

페이스북에 실리콘밸리 한인 커뮤니티 그룹이 있어요. 거기에 자기소개 영상을 올렸더니 “취지에 딱 부합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 번 만나봐라”는 소개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 분을 만났고, 그날 빠르게 영상 편집을 했죠. 그때 영상이 잘 나와서 국내 언론사에도 돌렸어요. 그래서 피키캐스트, 비즈한국, 쉐어하우스 등과 연결됐고 심지어 콘텐츠를 사겠다는 분도 있었어요.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다음 인터뷰이를 연결할 때는 수월해졌죠.

그렇게 지금까지 온 거군요. 지난달 시즌2 촬영을 마치고 국내로 들어오셨더라고요. 시즌1과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제가 달라진 만큼 (주변상황도)달라진 것 같아요. 작년에는 제가 꿈꿨던 곳에 가는 느낌이 컸어요. 꿈은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그 안에도 문제는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제작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고 가치관도 바뀌어서 올해엔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시즌1은 실리콘밸리에 온 사람들에 대해 다뤘다면, 시즌2는 전반적으로 생태계에 대해 집중했어요. 실리콘밸리는 왜 투자를 많이 받고 스타트업의 성지가 됐나 등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에 대해서요.

실리콘밸리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되게 많이 다른데, 국내 스타트업은 B2C(기업 대 소비자 간 거래)가 많이 발달돼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거의 절반 이상이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로 창업했더라고요.

또 실리콘밸리는 인건비가 비싸 모든 디테일한 과정을 효율화시키기 위해 자동화를 중요시해요. 가령 올거나이즈(allganize)라는 회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업무자동화를 시켜주는 데 신경을 써요. 내가 어떤 문서를 찾고 싶은데 시간 낭비할 때가 많잖아요.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인공지능이 ‘너 이거 찾는 거 맞아?’라며 도와주는 거예요. 그런 시간을 아껴서 효율을 높여가는 것만으로도 큰 비즈니스 자체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만 팀을 꾸렸다면 요새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PR담당자를 꼭 넣어서 시작한대요. 사용자의 직접적인 피드백이 중요해진 게 아닐까 싶어요. 관계망을 만들어서 실질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초기 사용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해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업을 검증하고요. 결국 마케팅에서의 베스트는 광고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이야기하고 사용하게 하는 거니까요.

취재를 하면서 얻은 정보와 노하우들이 태용씨의 엄청난 자산이 됐잖아요.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도 녹여낼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만의 비즈니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직까진 딱히 생각은 없어요. 일단 이 일 자체가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서 시작한거니까요. 한국 스타트업은 특히 IT분야에서 비즈니스나 커리어에 대한 정보 공유가 많이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미디어에 잘 안 나오려 하는 것 같아요. 나오면 욕 먹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주도적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잖아요. 문과생들이 취업 안 되는 건 시스템이 변화를 못 쫒아가서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세상이 이렇게 바뀔 거다’고 알려줬다면 문과를 택하지 않았을 애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길도 있다고 말해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이런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데 집중하려고요.

스타트업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밸런스(ballance) 부분을 신경 써요. 스타트업은 해볼 만하지만 당신에겐 힘들 수도 있다는 식의 톤앤매너(tone & manner)를 유지하려고요. 너무 많은 환상을 갖지 않도록 조심하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현재를 보지 말고 부자가 되기 이전을 봐야 한다”는 게 있어요.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순간에 많이 비춰지지만 전 그들의 시행착오에 집중하는 편이예요.

토스 인터뷰 당시에도 “이전에 뭘 했고 뭘 느꼈고 그간의 경험이 어떻게 적용됐나”는 식으로 물었어요. 시행착오와 맥락에 대해 좀 더 많이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영상이 길어지기도 하지만요.(웃음)

국내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많은 것 같아요. 태용씨 영상을 보면서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지?

환상을 깨고 싶진 않아요. 단지 똑똑한 사람이 대기업이나 공무원 하는 것보단 이런 사업에 도전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사회에 이롭다고 생각해요. 창업하려던 사람이 안 하게끔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각을 해보게 하는 거죠.

‘사업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저렇게 치밀하게 검증을 해나가고 있네’란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그게 제 목적에 더 가깝죠. 실제로 창업보육기관이나 기업 아침회의 시간에 제 콘텐츠를 틀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어요. 제 콘텐츠 자체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보단 교육적인 목적을 띄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지식 분야 크리에이터’라고 설명하시더라고요.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힘든 것 같아요. 제가 웃긴 사람도 아니고, 도움을 주려면 지식이나 경험을 나눠줘야 하잖아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좋은데 인터뷰이들이 워낙 똑똑한 사람들이다 보니까 저도 똑똑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페북에 남긴 글 중에 ‘지적 초조함’이라는 표현이 있더라고요. 

영상을 편집할 때 ‘노가다’ 작업이 많아요.(웃음) ‘이 시간에 공부도 하고 책을 한 자라도 더 읽어야 하는데 이러고 있네’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적어도 인터뷰이와 이야기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니까요. 끊임없이 공부하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초조하고 힘들기도 하죠.

테크 크리에이터 김태용씨. 사진=이윤주 기자
테크 크리에이터 김태용씨. 사진=이윤주 기자

궁극적으로 닿고자 하는 도달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정해놨는데 요새는 없어요. 다만 후회가 덜 되는 쪽으로 선택하자는 편이예요. 정해봐야 정해진 대로 갈 가능성도 없고.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봐도 스스로 행복한 게 최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 같아요. 100억이나 1000억 있으면 행복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제가 맥북을 사듯 저 사람은 빌딩을 사는 거예요.

앞으로 6개월~1년간 지금처럼 계속 할 것 같아요. 좀 더 다양하게 만들 순 있겠죠. 영어로 제작해서 외국에도 내보내고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궁금해요. 스토리텔링이란 게 사실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중요하잖아요. 이걸 하다가 나중에 딴 일을 한다고해도 아깝거나 하진 않을 거 같아요.

몇 달 뒤면 서른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소소해요. 창업해서 회삿돈은 벌어봤어도 개인돈은 많이 벌지 못했어요. 사장이라고 해도 매출이 사장 돈은 아니잖아요. 친구들 취업할 때 전 늦게까지 경제적으로 힘들게 지냈던 것 같아요. 취업하면 먹는 술도 양주로 달라진다잖아요.(웃음) 하는 얘기도 달라지고요. 그런 것들을 쫒아가지 못했던 게 좀 힘들더라고요.

서른 될 때까지 목표는 일단 남들처럼 어느 정도의 커리어를 쌓아놓는 거예요. 요새 적금도 들고 있어요. 일단 1년 치 했는데 힘들어요. 분명 저축을 하는 건데 고정비가 들어가는 것 같단 말이죠.(웃음) 기본을 할 줄 아는 인간이 되자. 그게 가장 가까운 목표예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요즘 하는 생각인데요.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잖아요. 전 이 변화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면 표면적인 것만 보다가 핵심에 가까이 못 다가가고 스트레스만 받는 것 같아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스타트업이예요. 스타트업을 하면 다양한 걸 하게 돼요. 결핍에서 오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일을 해서 배우는 게 많아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고 어떤 걸 잘하고 못하는 지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죠. 어렸을 땐 스타트업을 경험해보는 게 좋겠지만, 그게 아니면 자신을 많이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상황에 나를 노출시켜 보면서요. 노이즈가 많은 이 시대에는 자신의 중심이 있고 관점이 있어야 해요.

또 하나는 한국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은데 꼭 국내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없단 얘기를 하고 싶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 개발자들은 그런 얘기 많이 하거든요. “내가 구글에서 일할 실력이 되는 개발자인 줄 몰랐다”고. 국내에선 똑똑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 취업도 못하고 대우를 못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당장은 컴포트존(comfort zone)이 편안해보이겠지만 내가 어디서 행복한지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바깥에서 기회를 찾고 자립과 독립 등의 삶의 자세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테크 크리에이터 김태용씨. 사진=이윤주 기자
테크 크리에이터 김태용씨. 사진=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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