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완벽한 청사진과 불안한 출발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완벽한 청사진과 불안한 출발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1.11.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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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메타’로 사명 바꾼 페이스북, 1시간 20분짜리 영상 통해 비전 제시
일련의 악재 그림자로 남아…이용자 참여시키려면 신뢰 문제부터 해결돼야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완성형 메타버스 서비스 데모영상을 공개했다.<br>
'메타'가 공개한 완성형 메타버스 서비스 데모영상의 한 장면.

[더피알=한나라 기자] 플랫폼 공룡 페이스북이 돌연 ‘메타’(Meta)로 사명을 바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새로운 사명에서 알 수 있듯 페이스북, 아니 메타가 전면에 내세운 건 ‘메타버스’(Metaverse)다. 그리고 이는 메타가 최근 공개한 비전 영상을 통해 잘 드러난다. 기업 소개 영상 치고는 긴 1시간 20분 가량. 웬만한 영화 한 편과 맞먹는다. 플랫폼 생태계 전환을 주도하려는 메타 측의 강한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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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CEO는 영상 초반에 등장해 “미래에는 세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 직접 자신의 아바타를 설정해 메타버스 세계에 입장하기도 한다. 현실처럼 섬세하게 묘사되는 그래픽과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영상통화 하는 듯한 대화 장면이 인상 깊다.

모바일 인터넷 환경의 뒤를 이을 광범위한 플랫폼 메타버스에 대한 설명도 담겨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 게임, 피트니스, 업무, 교육, 커머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가 메타버스와 결합할 때 나타나는 시너지가 어떤 것인지도 말이다.

보는 이에 따라 느낌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해당 영상에서 메타, 혹은 저커버그가 그리는 미래형 메타버스는 ‘완벽’해 보인다. 페이스북이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버리고 급성장 중인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사명과 로고
메타의 새로운 로고

사실 메타가 가상현실에 관심을 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VR(Virtual Reality) 등 메타버스 세상을 구현하는 기술과 제반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일례로 메타는 지난 2014년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2016년에는 스마트폰으로 사용자만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음성채팅을 할 수 있는 ‘오큘러스 룸’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사명 변경과 조직부 개편이 “수 개월 전부터 계획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라는 메타의 공식 입장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문제는 사명 변경 전 벌어진 일련의 악재들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SNS 중독 조장 논란, 혐오 콘텐츠 방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논란에 글로벌 기업답게 ‘완벽’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리브랜딩에 나선 것. 

실제로 메타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리 곱지 않다. 당장 페이스북 시절의 대형 스캔들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제기된다. 진화중이지만 완성형이라고 볼 수 없는 메타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새옷’으로 갈아입으려는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다. 

주요 외신들은 “메타버스 서비스에서도 개인 정보 안정성에 대한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매번 (문제 상황 시) 사용하던 (문제를) 부정하고 화제를 전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트위터상에선 ‘#FacebookDead’(페이스북은 죽었다)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기도 했다. ‘죽은 상태’를 뜻하는 히브리어 단어(מֵת)와 새 사명의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 ‘안티 페북’을 말하고자 하는 여론의 흐름이 읽힌다.  

서두에 언급한 비전 영상에서 저커버그와 메타가 그리는 미래는 웰메이드 영화처럼 완벽해 보이지만, 마냥 박수치기 힘든 이유다. 페이스북 시절의 문제점을 제대로 씻어내지 않는다면, 새 출발을 해도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판에 이용자를 참여시키려면 ‘기꺼이’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의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다.

기술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아무리 발전된 기술이라고 해도 이를 다루는 사람이, 혹은 조직이 변하지 않는다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메타가 그릴 미래형 메타버스에 기대감을 갖게 되지만 한편으론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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