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만난 금융, 고객의 일상을 읽다
데이터 만난 금융, 고객의 일상을 읽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7.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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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개발, 마케팅, 고객관리…전방위 활용도 확산

[더피알=안선혜 기자] 나도 알지 못했던 내가 원하는 니즈를 찾아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해준다는 빅데이터. 최근 금융권에서도 빅데이터 도입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난기류를 만난 상태지만, 빅데이터는 지난해 전체 사업 규모 224억원에서 올해 556억원으로 두 배 이상을 훌쩍 뛸 만큼 여전히 유용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보고서를 통과시켜 주는 마법의 키워드’에서 한 발 나아가 실제 금융의 미래를 이끌어줄 키워드로 부상하기 위해선 실질적 솔루션 제공이 과제다.

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생활 및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카드 혜택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카드를 발급받거나 교체하는 것은 번거로운 뿐 아니라 비용도 추가로 들게 된다. 고객이 요청하기 전 알아서 고객 니즈 변화에 따라 그에 맞는 혜택을 추가비용 없이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나왔다. 삼성카드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삼성카드 링크(LINK)’ 서비스다.

삼성카드 링크 서비스는 회원이 선호하는 업종이나 지역, 회원과 유사한 소비패턴을 보이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가맹점들을 예측해 소위 알아서 개인별로 차별화된 혜택을 부여한다. 이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는 건 ‘빅데이터’ 덕분이다.

최근 금융업계가 빅데이터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빅데이터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방대한 크기의 데이터를 이용 가능하도록 의미를 추출해 분석하는 기술. 기업에서는 주로 소비재 업종에서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 등에 이를 이용해왔다. 금융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는데, 올해 굵직한 업체 몇몇이 야심차게 빅데이터 경영에 대한 포부를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트렌드의 이동…단순화에서 고객맞춤형 세분화로

일단 눈에 띄는 건 전사적으로 빅데이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빅데이터 경영을 통한 신상품 혁신’을 선포했다.

신한카드는 이날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통해 만든 고객 인사이트 모델 ‘코드나인(Code 9)’을 소개하고, 이를 적용한 첫 상품을 발표했다. 코드나인은 일종의 상품개발체계로, 신한카드가 보유한 2200만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유사한 소비 패턴을 보이는 고객군을 세밀하게 분류해 남녀 각각 9개 유형으로 나눈 분석 툴이다.

기존 상품 체계 및 개발 과정이 과거 이력과 공급자 중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코드나인은 최신 트렌드와 고객 중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근 4~5년 간 카드업계의 트렌드가 상품체계를 단순화시키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고객별 맞춤 설계를 위해 세분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여기에 깔려 있다.

코드나인을 통해 지금까지 출시된 카드는 총 3종. 새롭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회초년생(Rookie)과 감각적 소비가 많은 호기심 많은 여성(Trend Setter)을 위한 ‘23.5°’,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남성(Realist), 가사형 소비 주부(Queen of House), 소비 및 여가생활을 즐기는 은퇴 여성(Grace Woman)을 위한 ‘미래설계 카드’, 합리적 소비 추구(Smart Saver)와 문화·여가를 즐기는 싱글 라이프 직장인(Prima Donna) 고객군을 위한 ‘S-Line’ 체크카드 등이다. 23.5°는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로, 기울기에 따라 자연현상의 변화가 일어나듯 젊은 세대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다는 뜻을 카드명에 담아냈다.

이들 카드는 각 고객군 특성에 맞춰 조금씩 혜택이 다르게 설정돼 있다. 가령 시니어 세대를 위한 미래설계 카드는 병원·약국·대형마트와 같은 생활비 할인에, 직장인들을 위한 23.5°카드는 생활친화가맹점 적립과 교통비 할인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경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별도의 조직도 개설했는데, 50여명 규모의 빅데이터 마케팅팀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 빅데이터 전담팀을 만든 건 신한카드가 카드 업계 최초다.
 

▲ 신한카드가 지난해 말 선보인 빅데이터 광고 이미지 캡처.

삼성카드는 앞서 언급한 ‘삼성카드 링크(LINK)’ 서비스에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회원별 소비 패턴을 수시로 분석해 회원에게 개인화된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자동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에서 삼성카드 모바일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한 후 삼성카드 LINK 메뉴에 제시된 것들 중 마음에 드는 혜택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개인 소비패턴 분석을 통해 혜택을 제시하다보니 고객마다 서로 다른 선택 카테고리를 보게 된다. 일단 모바일 상으로 선택을 마치면 가맹점에서 별도 요청 없이도 자동으로 혜택을 볼 수 있어 사용자 입장에선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링크서비스는 빅데이터를 국내 카드사 비즈니스에 적용한 첫 사례”라며 “아직은 도입 단계이지만, 고객에게는 실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맹점에는 고객들을 연결해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기 잡아내는 빅데이터

카드사가 고객들의 카드 사용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패턴을 예측해 신상품 개발이나 서비스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면, 보험 업계는 보험사기 분석이나 신규고객 발굴 등에 주로 활용하는 추세다.

삼성화재의 경우 보험계약 및 보상처리 등에 관한 기존 정보를 데이터화해 보험사기 예측 모델로 활용하는 중이다. 접수 받은 사고 가운데 일정 기준 이상으로 스코어(점수)가 산출된 건은 자동 분석을 통해 보험사기 가능성 여부를 보상현장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을 IFDS(보험사고 위험 예측 시스템)라고 부르는데, 이 시스템을 통해 과거 삼성화재는 허위로 외제차 도난을 신고해 보험금을 타내려한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도난 신고가 접수된 당시 IFDS는 해당 건을 사기 의심 건으로 분류해 보험조사파트 외제차전담자에게 자동으로 배당, 담당자가 주변탐문 등 사고조사를 통해 혐의자가 벤츠차량(1억4000만원)을 담보로 돈을 차용하고 허위로 도난 신고를 해 보험금을 편취하려 했던 걸 적발했다.

현대해상도 FDS(Fraud Detection System)를 도입하면서 전체 사기 사건의 25%를 이 시스템으로 적발해냈다. 보험사기 유형을 패턴화해서 비슷한 연령대 사고, 야간 사고, 사고 발생 시점부터 접수 시점까지 지연된 시간 등을 점수화해서 보험사기 위험을 표시한다.

알리안츠생명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추가 가입, 신규 가입, 기존 고객 계약 이탈 방지 등 3가지 예측 모델을 만들어 타깃별 영업활동에 도움을 받았다. 보험 모집인이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서 고객별로 필요한 보험 종류를 파악하고 판촉을 실시해 시스템 도입 후 추가 가입률을 상승시켰다.

해외 보험사들의 경우 상품 개발 및 고객관리, 업무효율성 제고 등 경영 전반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추세다. 지난해 농협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클라이밋 코퍼레이션(Climate Cops.)은 정부가 개방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기후 발생 시 해당 농가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후보험을 개발했다. 공공데이터를 내부 데이터와 결합해 기후 및 곡물 수확량을 예측해 상품을 설계한 것.

미국 특수보험사 어슈어런트솔루션은 빅데이터 분석 정보를 고객관리에 활용해 고객 해약 및 직원 이직 방지에 나섰다. 고객 개인정보와 상담 이력정보를 토대로 고객과 콜센터 직원 개개인의 친화성 정도를 분석해 고객 상담 전화가 왔을 때 적합한 직원을 실시간으로 배정했다. 어슈어런트솔루션은 이 시스템 도입 후 6년간 매출은 190% 증가, 고객 해약 방지율 117% 증가, 직원 이직률 25% 감소라는 효과를 거두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는 위치정보와 결합한 실시간 판촉에 빅데이터가 활용됐다. 도쿄해상화재보험이 통신사 NTT 도코모와 제휴해 GPS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 고객이 스키장이나 골프장에 도착 시 맞춤형 보험 상품을 안내했다.

국내 은행의 경우는 타 금융업종에 비해 느린 편이긴 하나, 서서히 빅데이터를 경영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1년 간 시범적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은행 이미지 및 활동에 대한 고객감정 분석을 실시해 마케팅 분야에 접목한 데 이어, 올해는 빅데이터 업무를 전담할 시장분석팀을 신설하고 새로운 빅데이터 서비스 발굴에나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시작 단계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초기인지라 뚜렷한 성과가 나온 건 아직 없지만, 이 분야를 무시할 수 없기에 다방면에서 활용을 시도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밖에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에서도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도입해 마케팅 및 영업지원에 제한적으로 이용한 바 있다. 때로는 계열사 간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가입 포인트를 늘리기도 한다. 가령 한 고객이 카드로 여행상품을 구매했다면, 고객의 예약 정보가 실시간으로 계열사에 공유, 보험사는 여행보험 상품을 판촉하고, 마트는 여행용품 판매 및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기대감 높으나 데이터 분석력은 과제

금융권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김장현 대구과기대 융복합대학 교수는 “데이터의 크기가 크다고 일반적 확대·해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예를 들어 이마트 고객들의 카드 이용 데이터를 구했다고 한들, 그게 유사 케이스인 롯데마트에도 적용될 수 있는 자료인지는 알 수 없다. 또 현실세계에서 하나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대부분 복합적이기 때문에 분석하는 사람의 사회적·역사적·산업적 통찰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한 소셜데이터 분석업체 관계자는 “소셜분석의 경우만 봤을 때는 흥미로운 건 사실이나 자료에 대한 해석이나 분석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라고 본다”며 “명약관화한 결과들도 종종 있지만 대개의 경우 모호하다. 감정 표현이나 형용사가 들어가면 더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 분석은) 어떤 해석을 붙이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많다. 또 소셜분석 기반이 되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SNS 이용 패턴에 크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그들의 태도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근래 카드사 및 은행권에서 발생한 고객 정보유출 사고는 빅데이터 활용에 이제 막 시동을 밟아 나가려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는 하지만, 최근 고객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를 홍보·마케팅에 이용하기에는 부담감이 크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업종별 차이도 존재한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 상품은 워낙 장기 상품인지라 카드사나 일반 소비재 회사들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빠른 피드백을 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적게는 10~20년, 혹은 50년은 가져가는 상품인데 한번 상품이 잘못 개발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에 섣부른 적용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또 질병 정보 등은 절대 활용할 수 없는 부분이고, 활용한다면 보험 계약 정보 정도이다 보니 이용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 관련 전문가의 부족, 그리고 조직과의 느슨한 연결고리를 문제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빅데이터 전문가가 소수일뿐더러 전문가가 홍보실이나 언론사 외부에 있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과 결정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앞으로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조직 내부에서 함께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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