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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인 휴대폰 속 관계는 어떤 의미일까[김광태의 홍보一心] 이성만 앞서지 감성은 뒷전…무엇이 문제?

[더피알=김광태] PR은 관계 커뮤니케이션을 그 요체로 한다. 결국 소통이다. 남과 남이 소통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상대 이야기를 경청한다고 해도 실상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말만 취사선택해서 듣지 상대방 이야기에 전부 몰입하지 않는다.

많은 홍보인들이 수많은 언론인과 관계를 맺고 연을 이어간다. 하지만 정작 홍보를 떠나면 그 소중한 인연들을 정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뭐가 그렇게 피곤했을까.

이유를 생각해 보면 스스로 관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회사로부터 주어진 것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홍보맨과 기자 사이에는 불가원 불가근이라는 인위적인 소통원칙이 존재한다.

   

사회가 네트워크화 되면서 관계에서의 상호작용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주고받음이 확실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쉽게 끝나버린다.

과거 낭만 홍보 시절에는 인간성이 뒷받침이 됐다. 돈독한 인간관계는 은퇴 이후에도 지속됐다. 지난해 회사를 나온 홍보임원 후배도 “막상 나와 보니 그래도 아날로그 홍보 시대에 연을 맺었던 기자들이 잘 지내고 있느냐며 안부를 물어온다”고 했다.

허나, 요즘 일선 홍보 후배들은 상황이 다르다. 기자들과 인간적인 관계맺기가 솔직히 겁난다고 한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나면 광고나 협찬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현직 기자들 입장에서도 홍보인들과 마음으로 이어갈 시간과 여유가 없고 또 특별히 그럴 이유도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홍보와 언론 사이엔 이성만 앞서지 감성은 뒷전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갑과 을이 존재한다. 누구나 갑의 위치에 서길 원한다. 그러나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이 주는 세상도 한편으론 의미가 있다. 대부분 그 사실을 모르는 게 문제다.

20년 전 일이다. 모 종합지 신문사 편집국장이 광고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언론사 초유의 일이었다. 당시 편집국장 자리는 광고 영향도 받지 않아 그 권위가 대단했다. ‘슈퍼 갑’에서 ‘슈퍼 을’로의 추락인 셈이었다. 당사자로서도 감내하기 힘든 인사였다.

그러나 그는 훗날 자신의 인생길에서 광고국장을 한 것에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50%의 인간관계에서 광고국장을 하면서 나머지 50%를 찾았고, 그러면서 진정 100% 자신의 모습을 이뤄냈다는 말이었다.

소싯적 갑의 위치에서 잘 나갔던 은퇴한 선배들의 공통적인 언사가 “내가 얼마나 도와줬는데… 끈 떨어졌다고 전화도 안 받고 콜백도 없다”는 불평이다. 현재 위치가 을인데 아직도 갑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때 공중파 앵커로서 인기를 모았던 모 기자와 소주 한잔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인간관계요? 믿을 수 있는 사람 없어요. 마누라 자식도 못 믿는데 누굴 믿어요.” 사회적으로 자기 위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기존 관계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전직 모 언론사 사장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6개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과 오피스텔만 오갔다고 한다. 인간들이 너무 싫어서란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중 그림을 그리는 교수가 있는데 그가 제일 부럽다고 했다.

그 교수는 세상을 등지고 산다. 휴대폰도 없다. 세상 물정에 아예 관심이 없다. 그래픽 작업 해주고 돈이 들어오면 전액을 재단에 기부한다. 현실의 소통이 아니고 마음의 소통을 하니 형식적인 소통에 젖은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으러 이 사람을 찾는다.

물리적·심리적 인간관계가 오가는 홍보 현장. 오늘도 홍보인들은 휴대폰에 입력된 전화번호를 열심히 눌러댄다. 그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인연들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김광태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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