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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_되어진다는_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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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6.03.18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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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LG의 겸손마케팅’은 진짜 겸손의 결과일까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되어지다’라는 말은 구어에서 많이 쓰이긴 해도 실상 이중피동의 비문(非文)이다. ‘되다’가 피동의 뜻을 지니는데 또다시 피동을 만드는 표현인 ‘-어지다’를 합쳐 의미가 중복된다. ‘보여진다’도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고 있지만 ‘보이다’와 ‘-어지다’가 결합된 비문이다.

본래 우리말은 능동문이 일반적인데도 피동형 문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수동태의 영어 문장을 직역하는 말투에 익숙해진 탓이 크다. 이에 대해 언론인 김지영은 저서 <피동형 기자들>에서 주어를 감춰 책임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표현방식을 습관처럼 남용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브랜딩에 있어서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채 브랜딩 ‘되어’지거나, 의도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여’지게 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느 순간 브랜드 관리자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의 브랜드가 되곤 한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언드미디어(Earned media·소비자가 댓글이나 자신의 SNS를 통해 스스로 정보를 발생시키고 유통하는 평가 미디어)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다?

▲ lg전자가 마케팅에 미숙하다는 취지에서 쓰인 sns 게시물.

언드미디어를 통해 예상치 못한 브랜딩 효과를 얻은 극적인 예가 있다. 바로 LG다. 근래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LG 다시보기’가 대유행이었다.

‘LG의 겸손마케팅’, ‘LG마케팅의 흑역사’, ‘LG마케팅팀이 일하지 않는다는 증거’ 등의 제목으로 쓰인 글들이 각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더니 급기야 언론에서도 화제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좋은 기능들을 소극적으로 홍보한 LG전자의 마케팅을 희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글들을 소비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LG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조금씩 변했다.

단순히 마케팅을 못한다는 놀림은 ‘이런 기술도 있었어?’라는 재발견의 놀람으로 바뀌었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LG의 숨은 선행들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며 ‘착한 바보’로까지 격상됐다. (관련기사: ‘LG 마케터’ 자청한 소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럭키(Lucky)한 상황이었다. ‘기술밖에 모르는 바보 LG’의 진심이 전달돼 자발적 팬덤을 만들어간 미담이라고 평가하는 기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애초 이 현상의 출발엔 조롱이 기저에 있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설사 결론이 좋더라도 처음의 정서가 완전히 휘발되거나 희석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얻어진 긍정적 이미지조차 애매하다.

‘착하고 바른’은 분명 좋은 가치지만, IT와 전자라는 비즈니스 카테고리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플, 삼성, LG의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착하고 바른’ 가치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결국 브랜드 스스로 목적한 의도나 주도한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말 그대로 어찌하다 보니 얻어진 빛바랜 훈장이다.

▲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치른 이세돌 9단을 후원한 lg전자는 이번에도 제품이 눈에 잘 띄지 않아 '겸손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lg전자 페이스북

이번 경우를 통해 우리는 마케팅과 브랜딩 환경이 실제로 극명하게 변화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모든 것을 모두에게 다 전할 수는 없더라도 모든 것을 어디엔가는 다 준비하고 모아둬야 한다. 그중 일부는 관심을 갖고 먼저 찾아온 누군가에게 발견될 것이며, 또다른 일부는 발견한 무엇인가를 자발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다.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모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타깃 집단이 작더라도 브랜드의 방향성에 일치한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강력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수백만 마리의 나비들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자기 언어로 인식 변화

지난해 미국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테러범 총격 사건과 관련, 연방수사국(FBI) 요청에 따라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 수 있도록 최근 법원이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애플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애플은 고객의 보안 위협을 이유로 법원 명령을 거부했는데, 그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드리는 글(A Message To Our Customers)’이란 제목의 CEO 서한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 애플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고객들에게 드리는 글(a message to our customers)’.

해당 글에서 애플은 절묘한 워딩 하나로 여론을 자기편으로 돌리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기술을 FBI에게 제공하라는 지시를 아이폰에 백도어(Back Door: 사용자 인증 등을 거치지 않고 응용프로그램 또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를 만들라는 요구로 달리 표현한 것이다.

표현상의 차이일 뿐이겠지만 사용자들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개인정보 보호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대단히 민감한 이슈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반향도 클 수밖에 없다.

실제 ‘고객보안이 최우선’이라는 메시지는 애플 지지자들을 통해 확산됐고, 여러 개인과 단체가 지지 시위를 시작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FBI도 못 뚫는 애플 보안’, ‘아이폰 해킹하는 데 144년 걸린다’와 같은 기사가 이어지면서 아이폰은 놀라울 만큼 강력한 보안을 구축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잠재고객들에게 새기고 있다.

법원의 명령은 애플에게 분명 브랜드 위기였다. 이후 전개 상황에 따라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를 어떤 형태로든 상처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가장 빠른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승리의 발판을 미리 마련했다. 그 발판은 다름 아닌 소비자 여론이라는 언드미디어다.

브랜드가 어떻게 변하니? 변한다!

이렇듯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도 예측해서 선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없다. 외부 변화 즉,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올해 플레이보이는 처음으로 ‘노 누드(Non-nude)’ 매거진을 세상에 선보였다. 마릴린 먼로가 표지모델로 등장한 창간호 이후 62년만의 일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플레이보이에 누드가 실리지 않는 것은 자동차가 없는 자동차잡지 같다고 코멘트 했다. 플레이보이 창업자의 아들은 “플레이보이의 DNA가 제거됐다”며 분개했다고 한다. 실제로 플레이보이의 탄생은 남성의 욕망에 대한 섹슈얼 레볼루션(sexual revolution)이었다.

▲ 플레이보이의 심벌마크인 버니(토끼)는 중국시장에선 전혀 다른 브랜드로 인식된다.

하지만 플레이보이의 변화는 존재의의를 ‘버린’ 것이 아니다. ‘달리한’ 것이다. 달리했다는 근거는 그들의 신시장인 중국에 있다. 플레이보이가 발행되지 않는 중국에서 플레이보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잡지가 아니다. 전혀 다른 브랜드로 수용되고 정착됐다. 심벌마크인 버니(토끼)는 마치 나이키의 로고 ‘스워시(Swoosh)’와 같다. 패션 브랜드로 받아들여져 그 인지도가 97%에 이른다고 한다.

브랜드 인식도 섹스어필과 전혀 무관하다. 플레이보이라는 브랜드 라이선스로 한 해 5억달러를 벌어준다고 알려진 중국 시장에서는 섹슈얼 이미지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아니며, 오히려 이미지를 망치거나 타깃을 확 좁혀 버릴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플레이보이의 결정은 쇠락하는 브랜드의 궁여지책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좇는 기민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의도는 분명해야 한다.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끊임없이 예상하고 대응해야 한다. 브랜딩 ‘되어’지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을 목도하는 매 순간에도 브랜드 담당자는 스스로의 주체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의 브랜딩은 그래야 한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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