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아닌 공시생에 뚫린 정부청사
테러범 아닌 공시생에 뚫린 정부청사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4.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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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테러방지법 통과됐지만...“여염집보다 나을 게 없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20대 청년이 정부서울청사를 6차례나 드나들면서 시험지 유출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공무원만 이용할 수 있는 청사 1층 체력단련실에 들어가 탈의실에서 세 장의 신분증을 훔친 뒤 사무실에 침입, 담당 공무원의 PC 비밀번호를 해제해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무원 컴퓨터는 여러 개의 보안성 높은 암호를 설정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돼 있으나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더욱이 이 공사생이 정부청사를 드나든 때는 올 2월 말에서 3월 말로, 당시 전국적으로 대테러경계 강화기간이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철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테러 위험성을 강조하던 정부가 정작 ‘정부의 심장’을 지키지 못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테러방지법 통과만 외치더니 정부청사는 왜 뚫렸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데 그쳤기에 망정이지 테러범이었다면 엄청난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서울 한복판 정부청사의 경비와 공직자의 보안 수준이 국기를 흔들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며 “여염집보다 나을 게 없다”는 말로 일침했다.

▲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청사에 침입한 송씨는 지난달 26일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필기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4월 7일자 사설>

▲ 경향신문 = 분명한 노선과 정책으로 무장한 진보 정당에 주목하자 / 무성의한 주거공약으로는 청년 표심 못 잡는다 / 취업준비생에게 보안망 뚫린 정부청사

▲ 동아일보 = 삼성 끌어들여 ‘광주 표심’ 사려는 김종인의 5共식 발상 / 테러방지법 통과만 외치더니 정부청사는 왜 뚫렸나 / 중개사-변호사 ‘밥그릇 싸움’, 소비자 편익 안중에 없다

▲ 서울신문 = 경제·복지 선거공약 공개토론 해보자 / 수험생 침입해 PC조작해도 깜깜했던 청사 / 120억 차익 얻은 진경준 수사 나서야

▲ 세계일보 = ‘박근혜 지우기’가 의미하는 총선 민심 / 최악 ‘깜깜이 선거’에 유권자는 답답하다 / 공시생에게 뚫린 청사, 테러방지법 왜 만들었나

▲ 조선일보 = “내가 번 돈 사회 위해 맘껏 쓰겠다”는 꿈 훼방 놓는 나라 / 여야 대표가 지역감정 불 때고 기업 투자까지 공약해서야 / 6重 보안 장치 모두 먹통, 어디 정부청사뿐이겠나

▲ 중앙일보 = 영호남 유권자가 우습게 보이나 / 중국의 제재 이행, 북이 핵 포기할 때까지 이어져야 / 제집 하나도 못 지키고 공시생에게 농락당한 정부

▲ 한겨레 = 테러 경계 강화 기간 중 뻥 뚫린 정부청사 / 오락가락하는 새누리당의 ‘최저임금 공약’ / 부정확한 여론조사 홍수, 제도개선 시급하다

▲ 한국일보 = 정치 무관심 부추기는 공룡 선거구를 그냥 두어서야 / 기업 부실대출 돕고 뒷돈 챙긴 금감원·은행 간부들 / 수험생에 뚫린 정부청사 시설·사이버 보안

▲ 매일경제 = 생존경쟁 바쁜 기업까지 총선싸움에 끌어들이나 / 정부청사와 행정망컴퓨터 보안 구멍 시급히 메워라 / 바이오시밀러로 미국시장 뚫은 셀트리온의 쾌거

▲ 한국경제 = 김종인의 ‘삼성 자동차공장’ 발언 부적절했다 / 금융당국은 ELS 주가조작같은 문제엔 관심도 없나 / 변호사·공인중개사 밥그릇 싸움의 본질을 생각한다

동아일보는 취준생에 정부청사 보안이 뚫린 것에 대해 “서울청사 출입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만큼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다른 주요 시설의 보안 실태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도 “이번 사건을 ‘보안 실패’의 반면교사로 여기고 반성과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우선 사건 진상부터 철저히 규명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중앙 역시 책임자 문책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자체적으로 보안을 업그레이드하기 힘들다면 국내외 전문 보안업체에 외주를 주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것을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박근혜 정부는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밀어붙였으나 정부청사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허술한 정부임을 입증했다”며 “정부서울청사가 외부인에게 뚫린 것은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 청사 관리를 책임진 행정자치부의 무사안일은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정해진 규정만으로 본다면 정부청사의 보안체계는 잘 갖춰진 편이나,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운용이 허술했기 때문”이라고 근본 원인을 짚었다.

한겨레는 사건 전말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원칙과 매뉴얼을 허술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역시 “보안관리 시스템의 재검토도 당연한 수순이지만 무엇보다 공무원 스스로 원칙에 충실하고 있는지, 기강 해이는 없는지 묻고 각성해야 한다”면서 “일이 터졌을 때만 호들갑 떠는 대응으로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 2년 전 세월호 참사도 예고 없이 터졌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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