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또 반성’…막판 읍소로 표심 잡을까
‘반성, 또 반성’…막판 읍소로 표심 잡을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4.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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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텃밭 민심’ 이반에 자세 낮춘 여야…언론 시선은 ‘싸늘’

[더피알=문용필 기자] 오는 13일로 예정된 제 20대 총선 선거전이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위한 여야의 막판 ‘읍소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되풀이돼온 모습이어서 유권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천과정에서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진흙탕싸움을 벌였던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가 일시적으로 유세를 중단하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7일 “국정을 선도해야 할 집권여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이 ‘누구를 믿고 살아가나’고 항의하실 때 너무나 부끄러워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며 “잠시 자만심에 빠져 국민여러분과 공감하지 못하고 집권여당이 가야할 길에서 옆길로 새는 모습을 보였다”고 반성했다.

▲ 지난 6일 당의 공천파동과 관련,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새누리당 대구지역 후보들. 뉴시스.

‘한 표’를 호소하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다시한번 저희에게 기회를 주시고 도와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친박계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차가운 민심의 경고 저희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며 “저희들이 실망을 드렸다고 해서 국가 장래가 달린 투표까지는 포기하지 말아 달라. 특히 수도권과 대구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날 ‘반성과 다짐의 노래’라는 의미의 ‘반다송’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를 개사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당 지도부와 친박, 비박계 후보들이 출연했다. 이에 앞서 전날에는 대구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이 달서구 두류공원 앞 광장에서 무릎을 꿇으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읍소 및 사과전략에 나선 것은 여당 뿐만이 아니다. 국민의당의 약진으로 호남에서 ‘비상’이 걸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어렵고 힘ㄷ들 때 광주시민들에게 도움만 요청했다. 그런데 정작 광주경제가 어려울 때 정치는 광주시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대표의 호소가 유권자들에게만 향해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있는 손학규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공식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8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한다.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문 전 대표는 지역민심을 경청하면서 사과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 이같은 읍소전략에 대해 주요 일간지들은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선거막판 다급한 마음에 나온 ‘정치쇼’가 아니냐는 시선이다. 이들 언론의 사설에는 ‘염치없다’ ‘막장드라마’ 등 비교적 강한 비난의 표현도 담겨있었다.

<주요 신문 4월 7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지상파 불공정 선거방송 하려면 공영 간판 내려라/복지 공약 혼선‧임기응변의 새누리당, 집권당 맞나/건전재정‧경기부양 오락가락한 유일호 부총리

▲ 동아일보 = 오만 끝에 텃밭에서 홀대받는 새누리‧더민주 오너들/현대重 노조, ‘알리안츠 헐값 매각’ 보고도 배가 불렀나/정부청사와 함께 뻥뚫린 인사혁신처의 공직기강

▲ 서울신문 = 여야, 지역 정서에 기대거나 자극할 생각 말라/한‧미 핵우산 독트린 검토할 만하다/볼수록 어이없는 청사 보안, 엄중히 책임 물어야

▲ 세계일보 = 선거 때마다 되풀이하는 ‘석고대죄’ 누가 믿겠나/진경준 ‘주식 대박’ 조사도 청와대 지시 있어야 하다니/스포츠 도박 뿌리 뽑을 특단 대책 세워라

▲ 조선일보 = 막장 공천에 지역감정 자극하다 ‘사죄 쇼’로 票 구걸하나/‘설탕과의 전쟁’, 기왕 할 거면 제대로 밀어붙여라/알리안츠 인수한 中 안방보험, 가입자 불안부터 해소해야

▲ 중앙일보 = 대구‧광주의 텃밭 민심 이반에 주목한다/정부청사 벽면 비밀번호 은폐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기업가 정신이 만들어낸 셀트리온 성공 신화

▲ 한겨레 = 막장 드라마 보는 듯한 새누리당의 ‘읍소작전’/‘정치 냉소’ 물리치는 특효약은 투표/부정한 뒷거래 의혹 더 짙어진 ‘진경준 게이트’

▲ 한국일보 = 진정성 없이 사죄 쇼 펼친다고 등진 표심 돌아오나/김종인의 무리수,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 공약/설탕세 도입 등 적극적인 당류 줄이기 대책 세워라

▲ 매일경제 = 유일호 부총리 정책방향 여당 뜻 좇아 오락가락하나/‘설탕과의 전쟁’ 국민적 자각이 가장 중요하다/총선 투표율 높일 사전투표권 적극 행사해야

▲ 한국경제 = ‘기업가 정신 아카데미’에 몰린 청년들의 성공을 축원한다/모두가 떠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 죽어가고 있다/‘고용위기지역’ 지정? 구조조정 막는 이런 지원법도 있었나

한국일보는 ‘진정성 없이 사죄 쇼 펼친다고 등진 표심 돌아오나’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4년 내내, 그리고 바로 엊그제까지 오만의 극치인 공천 파동으로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던 그들이다 다급하니까 사죄 쇼를 벌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진정성 없이 무릎 꿇고 고개를 땅바닥에 숙여 이 순간만 넘어가자는 심보가 아닐 수 없다”며 “유권자들을 우롱해도 유분수지 국민들이 그런 얄팍한 속셈을 모를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일보는 “여야의 이 같은 읍소와 애걸 선거운동은 보기에 민망할 뿐만 아니라 득표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여당을 향해 “친박계 주도의 비박계 학살 공천 논란과 ‘옥새전쟁’으로 지지층을 실망시킨 새누리당은 텃밭이 흔들리자 결국 고전적인 방법을 들고 나왔다”며 “일단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린 뒤 박 대통령을 봐서 찍어 달라는 수법이다. 참으로 염치없다”고 비판했다.

▲ 지난 6일 광주경제살리기 특별기자회견에서 광주시민들을 향해 사과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뉴시스.

야당을 향해서도 “아성이었던 호남에 대한 더민주의 접근 방식도 볼썽사납다. 더민주 지지자들 내에서는 ‘문 전 대표가 당대표로 있을 때는 모른 척하다가 왜 이제 와서 호남을 끌어안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며 “아울러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 전 고문을 어떻게든 불러올려 총선용으로 쓰려는 지도부 역시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진심으로 사죄하려면 여야 모두 공천 파동의 당사자, 무분별한 공약을 남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낡아빠진 정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비전 또한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여야가 이제 무릎 꿇고 사과했으니 표 좀 달라고 하는 건 국민을 얕잡아 보는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이런 사람들을 뽑아놓으면 20대 국회에서도 온갖 구태와 막장극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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