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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브랜드 저널리즘의 현주소주요 기업 새로운 시도 속속…형태·방향성 각기 달라
브랜드 저널리즘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건 2년 남짓이다. GE, 코카콜라, 시스코, 레드불 등 선진 사례가 소개되면서 공신력을 가진 기업 채널에 대한 로망을 불어넣었다. 국내에서도 앞선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널리즘’이라는 용어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국적 상황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이 서 있는 좌표를 확인해봤다.

① 국내 기업 브랜드 저널리즘 현황
② 브랜드 저널리즘의 가능성과 한계

 

   

[더피알=안선혜 기자] 현대카드는 지난 3월 텍스트 없이 오로지 영상 콘텐츠로만 구성된 브랜드 플랫폼 ,‘채널 현대카드’를 선보였다. 현대카드만의 철학과 관점이 담긴 ‘자체 미디어’를 만든다는 목표다.

해당 채널에는 유명 할리우드 스타 톰 하디가 출연한 브랜드 필름을 비롯해 배우 이정재가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 책을 추천해주는 북 토크(Book Talk), 타이거 JK·윤미래 부부 등의 뮤지션들이 진행하는 보이는 라디오 등 다양한 비주얼 콘텐츠가 담겨 있다. 화제성을 위해서인지 쟁쟁한 셀러브러티들을 많이 활용하는 모습이다.

각 코너의 촬영 장소 또한 현대카드의 브랜드 철학을 담아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의 산실들이다. 디자인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등을 배경으로 한다.

차별화된 브랜드 활동을 ‘콘텐츠화(化)’하고, 각 콘텐츠에 최적화된 자체 플랫폼으로 대중과 직접 소통에 나선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워낙 미디어 환경 자체가 급변하다보니 현대카드 특유의 철학과 감성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고 효과도 떨어지고 있어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다 자체 미디어를 만들자는 데까지 결론이 났다”고 채널 탄생 배경을 밝혔다.

이들의 고민은 15초짜리 TV커머셜에서도 드러나는데, 톰 하디가 등장한 브랜드 필름의 일부를 편집해 내보내면서 ‘60초 풀버전 TV광고비는 어마어마해서 15초까지만. 원본은 채널 현대카드에서’라는 카피를 내세웠다. 자사 플랫폼으로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유머코드지만, 실제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마주하는 현대카드의 고민을 담은 뼈 있는 농담이기도 하다.

   
▲ 채널 현대카드 메인페이지.

채널 론칭 당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매체전략이 모든 마케터들의 악몽”이라며 “공중파, 종편, 본방사수, 다운로드, 인쇄, SNS, 유튜브, 극장, 온라인, 모바일의 복잡한 방정식에 아무도 자신 있는 정답이 없고 각사의 입장과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채널 개설의 이유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신문, 방송 등 한정된 매체를 통해 동시에 콘텐츠를 소비하던 과거와 달리 SNS와 포털, 소셜 플랫폼 등 다양한 통로로 원하는 때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결론인 셈이다.

삼성, 현대차·카드 선봉

현대카드가 모델로 삼은 건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불에서 발행하는 레드불TV다. 실제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곤 한다. 레드불TV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다루는 전문 채널로, 자사가 후원하는 행사를 중계하면서 열혈시청자층을 확보했다.

온라인에 ‘대박 영상’이라며 공유되는 스릴 만점 콘텐츠들의 주요 출처이기도 하다. 에너지 드링크에서 연상되는 활동적인 이미지를 자신들만의 콘텐츠로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레드불TV와 같은 해외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브랜드 저널리즘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점차 늘고 있다.

CJ그룹이 지난해 5월부터 자사 홈페이지를 ‘크리에이티브 저널(Creative Journal)’로 변경해 운영 중이고, 신세계그룹은 홈페이지를 없애고 ‘SSG블로그’로 통합해 여러 콘텐츠를 실어 나르고 있다.

   
▲ SK그룹 블로그 '미디어SK' 모바일 메인 화면.

SK그룹은 지난 7일 기존 기업블로그인 SK스토리를 ‘미디어SK’로 바꾸고 브랜드 저널리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관련기사: SK, 브랜드 저널리즘 본격 시동)

SK PR팀에서 블로그를 담당하는 석장군 PL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써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개편을) 준비했다”며 “SK의 핵심가치인 행복을 바탕으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구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과 함께 신설된 ‘매거진’은 저널리즘 기반 콘텐츠를 담는 대표 코너다. 내·외부 전문가 필진이 참여해 산업 트렌드와 인사이트, 라이프스타일 정보 등을 전한다.

고객 참여 공간도 눈길을 끈다. ‘스토리’ 코너 안에 마련된 ‘#햅스타그램’은 ‘해피 인스타그램’의 줄임말로, SK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고객들이 시즌별·주제별로 올린 작품을 게시한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2010년부터 ‘삼성 투모로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체 브랜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또 기존 미디어와 자사 소셜 채널에 동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SMNR(Social Media News Release) 시스템, 특정 사안에 대한 삼성 측의 공식 해명을 싣는 ‘이슈와 팩트’ 등을 운영하면서 미디어 창구의 틀을 잡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엔 아예 블로그명을 ‘삼성 뉴스룸’으로 바꾸고 보다 선도적인 모양새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커다란 변화는 없다는 말로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본격적인 브랜드 저널리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삼성전자 뉴스룸 메인페이지.

보도국을 뜻하는 뉴스룸(newsroom)이라는 명칭이 주는 느낌과 국내 기업블로그 가운데 꽤 높은 대중적 인지도가 이런 추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조심스런 태도를 취하지만, 언론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에서 뉴스룸의 콘텐츠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방향성만은 브랜드 저널리즘 추구와 일정 부분 맞아떨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룸을 통해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갖춘 콘텐츠를 발신하면서 외부에서도 인용하는 등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직접 제작한 콘텐츠, 사진(워터마크 사진 제외) 등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학교, 기관 등에서 콘텐츠 활용 문의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콘텐츠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브랜드 저널리즘의 지향점이다. 이중대 웨버샌드윅 코리아 부사장은 “해외에서는 뉴스룸 운영의 메인 타깃이 언론사 기자들인 경우가 많다”며 “보도자료는 기본이고 전문가 인터뷰 영상, 인포그래픽 등을 올려 뉴스룸만 방문해도 많은 취재가 가능하도록 디지털 콘텐츠로 정리해 놓는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별 채널 운영 현황

  담당부서 콘텐츠 발행주기 대행사 협업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매일 O
현대차그룹 문화홍보팀 매일 O
신세계그룹 홍보팀 주단위 O
SK그룹  PR팀 매일 O
CJ그룹 홍보실 월 13~15회 O
현대카드 브랜드 매니지먼트팀 주단위 O

‘펌’ 권장하는 뉴스룸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별도의 ‘소셜편집국’을 꾸리고 브랜드 저널리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 ‘온라인 소통 강화 3개년 계획’에 바탕을 둔 것으로, 외부 협업을 통해 편집장, 에디터, 포토그래퍼, 웹디자이너 등 일반 매체사에 필요한 인력들을 확보해 콘텐츠 생산과 유통체계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팬수 확보 등 양적인 성장을 거뒀다면 올해는 질적인 성장에 방점을 두겠다는 목표다. 현대차 소셜편집국 담당자는 “2014년 말 기준 현대차가 보유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팬 기반 채널의 팬수가 76만명이었으나, 지난해 말엔 183만명으로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페이스북의 경우 전체 도달이 6000만 이상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1년 간 소셜편집국 운영으로 현대차가 얻은 건 고객들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알게 됐다는 점이다. 판매가 많은 차종과 검색이 활발한 차종 간 차이, 어떤 정보를 검색하고 어떤 정보를 많이 보는지 등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있었다.

   
▲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블로그 모바일 버전, 유튜브, 페이스북 페이지.

이 담당자는 “KPI(핵심성과지표) 때문에 팬수를 늘리는 건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달률을 높이는 데 보다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내 툴을 활용하면 몇 초에서 이탈이 얼마큼 됐는지 등이 체크된다. 1분짜리 영상을 보더라도 끝까지 다 보는 사람이 있고 15초만 보는 사람도 있다. 10장의 카드뉴스 중 5장만 봤다면 조회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질적 도달률에 대한 과제를 언급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블로그도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에 보다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방문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았지만, 한 번 방문했을 때 체류 시간이 3분 가까이 된다”며 “우리나라 일반 블로그나 개인 블로그는 방문자가 머무는 체류 시간이 평균 15~16초밖에 안 되는데, 3분이 넘어간다는 건 들어와서 실제로 콘텐츠를 들여다본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신세계의 경우 특히 그룹 홈페이지를 없애고 이를 SSG블로그로 통합하는 결단을 내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룹 홈페이지를 리뉴얼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과 인력으로 양쪽을 신경 쓰기보다는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블로그를 대표 채널로 키우는 데 주력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 신세계그룹의 SSG블로그 메인 페이지.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홈페이지의 경우 방문자수도 현저히 적었고, 보통 취업준비생들만이 입사지원을 위해 활용하곤 했다”면서 “통합채널 론칭 이후 지금은 패션·뷰티·푸드·리빙·여행·문화 등의 최신 트렌드와 계열사 쇼핑정보, 회사 사람 이야기 등을 담아내면서 일반 유저들이 읽을거리가 풍성해졌다는 평가를 한다”고 전했다.

CJ그룹은 블로그 운영이 마케팅 부서에서 홍보 부서로 이관되면서 ‘크리에이티브 저널’로 명칭을 변경하고, 콘텐츠에서 현장 취재 비중을 늘렸다.

CJ 관계자는 “명칭에 보다 깊이 있고 무게를 뒀으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담았다”며 “전문 취재 인력의 경우 협업하고 있는 에이전시에서 별도로 채용했고, 내부적으로는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전략 기획을 담당할 인력이 충원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CJ그룹의 크리에이티브 저널 메인 페이지.

크리에이티브 저널은 단순히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보다는 소비자들이 잘 몰랐던 기업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채용 등 CJ에 관심을 가진 이용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으며, 콘텐츠 수가 늘어나면서 기본 방문자 수도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언드미디어(earned media·평가미디어)와 페이드미디어(paid media·유료미디어) 믹스 전략도 검토 중이다.

CJ 관계자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만큼 꼭 우리 플랫폼이 아니어도 우리 이야기를 담은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시킬지 고민하고 있다”며 “자사 채널 외 다른 소셜미디어나 다른 매체 등을 활용하는 것도 콘텐츠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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