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워스트 PPL·쉐도우 광고 ‘최고봉’은?
2016 워스트 PPL·쉐도우 광고 ‘최고봉’은?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12.15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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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AD 라즈베리 어워즈] 부문별 수상작

[더피알=이윤주 기자]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1달러도 아까운 영화’를 뽑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다소 엉뚱한 시상식인데요. 찬사를 받는 최고의 작품을 가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 반대로 ‘최악’의 작품도 궁금한 법이니까요.

그래서 올해를 마무리하며 준비했습니다. 더피알만의 ‘2016 광고 라즈베리 어워즈’.

이런저런 이유로 입길에 오른 광고들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혹여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광고 만들었나 자괴감이 든다’는 독자 분들이 있더라도 슬퍼하지 마세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비판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심사는 PR·광고·마케팅 종사자 및 학계 전문가 77명의 설문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드라마에 한창 몰입했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브랜드 제품에 눈살 찌푸린 적 있으시죠. 방송 소품으로 노출하는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이 과도해지면 극의 흐름을 끊는 것은 물론, 제품에 대한 거부감까지 불러오기도 합니다.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도록 ‘PPL 시나리오 작가’의 필요성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청자 열에 아홉은 PPL을 알아차리며, 응답자의 58.9%가 프로그램의 흐름을 깨고 몰입을 방해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PPL이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고 답한 이들도 68.5%나 됐는데요.

올해 ‘이건 좀 아니잖아!’라는 논란을 야기한 PPL 후보 9개를 추렸습니다. 

1. 시그널 - 테이크아웃 샌드위치를 집에서 만든 것 저럼 손님에게 대접한다.

2. 결혼계약 - 휴대폰을 물속에 넣었지만 벨소리는 계속 울린다. 물에서 꺼내 전화를 받으며 ‘방수’ 기능을 강조했다.

3. 나혼자산다 - 가전제품샵에서 VR 고글을 착용하고, 휴대폰과 카메라 연동을 하는 등 제품의 기능을 상세히 소개했다.

4. 최고의 사랑 - 할부로 에어컨을 샀다는 사실에 화를 내는 김숙에게 상품의 특장점을 설명하며 달래는 윤정수.

5. AOA 굿럭 뮤직비디오 - 설현이 모델로 활동하는 스프라이트와 루나폰이 등장하고, AOA가 광고하는 엘레쎄 운동화가 클로즈업된다.

6. 닥터스 - 머리에 제대로 물도 묻히지 않은 채 샴푸를 하고 헤어 에센스까지 바른다. 박신혜는 해당 제품 모델이다.

7. 무한도전 - <무한상사>편을 채운 다양한 PPL 제품들. 책상 위 음료, 상조회사 이름이 새겨진 깃발, 홍삼선물세트 등.

8. 보보경심려 - 화장품 가게 직원으로 등장해 제품을 클로즈업하고 효능을 설명하는 등 과도하게 부각시켰다. '천년을 뛰어넘은 화장품 광고'라는 별명이 얻기도.

9. 태양의 후예 - 운전 도중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자동주행모드를 누른다. 보조석에 앉은 연인과 키스를 하는 동안 핸들은 저절로 움직인다.

가장 불편한 PPL로는 ‘태양의 후예’(43.4%) 장면이 꼽혔습니다.

이 드라마는 과도한 간접광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로부터 ‘권고’조치를 받았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 사이에서 ‘PPL의 후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요. 방영 당시 “키스신을 엄청 기다렸는데 몰입도 안 되고 어이없어 현실 웃음만 나오더라” “드라마지만 위험하게 뭐하는 짓이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죠.

‘구원커플’이라 불렸던 두 사람의 첫 키스신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태후 뒤를 이어선 ‘결혼계약’(31.6%)과 ‘닥터스’(26.3%)가 워스트 PPL 2,3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보보경심려’(22.4%), ‘최고의 사랑’(19.7%), ‘시그널’(10.5%), ‘AOA 뮤직비디오’(10.5%), ‘무한도전’(5.3%), ‘나혼자산다’(3.9%) 등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드라마/예능/뮤직비디오 중 유독 드라마 PPL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워스트 PPL이 시청률과 무관치 않다는 건데요, 실제로도 PPL 장면이 방송된 당일 시청률을 비교·대조해본 결과, ‘태양의 후예’가 33.5%로 가장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2,3위를 기록한 ‘결혼계약’은 20.4%, ‘닥터스’는 25.5%로 역시 두각을 드러냈네요. 다수의 사람들이 시청한 장면일수록 인지도가 높아 PPL 장면도 더 쉽게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성(性) 갈등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가시화됐습니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지하철 살인사건을 시발로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 등의 단어들이 등장하며 여러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는데요. 자연스레 광고계에도 성적코드를 넣은 콘텐츠에 대한 비판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후보 먼저 보시죠.

1. 애경 트리오 - ‘엄마는 50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주방에서 설거지만 하는 사람’으로 묘사됐다는 지적. 50년간 설거지하는 엄마가 등장하고 “세월이 흘러 주방이 변하고, 식생활이 변하고, 위생관념이 변해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라며 내레이션이 흐른다.

2. 대한적십자사 헌혈 포스터 공모전 당선작 - ‘여성은 꾸미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편견이 담겼다는 지적. 포스터에는 ‘여자의 빨간색은 입술을 살릴 때, 기분을 살릴 때, 스타일을 살릴 때, 자신의 겉모습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납니다’라고 적혀 있다.

3. JAJU - ‘밥물 못 맞추는 여자’를 ‘아는 게 없는 여자’로 묘사하는 등 성차별적 내용이 담겼다는 지적. 자주 공식 누리집에는 “그러니까 그 여자가 뭘 알겠나. 밥물도 못 맞춰서 끼니마다 죽 아니면 생쌀인데! 쇼핑과 뷰티 빼고는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가 결혼 1년도 채 안 돼 추석을 맞았으니”라고 쓰여있다.

4. 선거관리위원회 투표독려 - 여성이 정치·사회 문제만큼 중시하는 것이 외모라는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 설현이 에센스를 바르며 “영양, 보습, 탄력, 윤기. 언니, 에센스 하나도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라고 나무란다.

5. 현대자동차 i30 해치백 - 차보다 여성의 신체를 부각하는 광고를 내놓았다는 지적. “공중도덕 해치지, 미풍양속 해치지, 가슴 풀어 헤치지” 등의 가사를 배경으로 치마가 들춰지고, 물에 젖어 속옷이 보이고, 옷이 벗겨지며 가슴이 드러나는 여성이 등장한다.

6. 광고백 공익광고 굿러버스 - 자신을 성적인 존재로만 보는 남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자신의 몸에 대한 질투'라고 표현했다는 지적. 가슴만 쳐다보는 유세윤에게 여자친구는 “너 오늘 내 눈 한 번도 안 쳐다봤던 거 알아?”라며 화를 내고 ‘여자는 때로 질투를 느낍니다. 자신의 몸에도. 질투 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자,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성차별 광고 1위는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5년 만에 돌아온 i30’ 바이럴 영상(42.7%)를 차지했습니다. i30의 빠른 속도를 어필하기 위해 여성의 치마가 들춰지고 속옷과 가슴 등을 노출하기도 했는데요. 이 모습을 바라보는 남성의 눈에서는 불길이 치솟습니다.

선정적 장면 탓에 “광고수준이 차 수준을 보여준다면 절대 타면 안될 차” “셀프디스 잘 보았습니다” “여자를 벗기지 않으면 팔지 못할 정도로 차가 별로인가 보군요” 등의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죠. 논란이 되면서 현재는 영상이 삭제된 상태입니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공익광고 포스터는 29.3%로 2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남성에 비해 헌혈률이 낮은 여성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취지와, 달리 ‘여성은 꾸미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여혐 시각이 담겼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밥물 못 맞추는 여자’를 ‘아는 게 없는 여자’로 묘사한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 21.3%,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만 봤다는 논란된 유세윤 공익광고 ‘광고백 굿러버스 캠페인’이 20%, 여성을 외모에만 신경 쓰는 시민으로 표현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독려 광고가 18.7%, ‘엄마는 50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주방에서 설거지만 하는 사람’으로 묘사된 애경 트리오가 10.7%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6개 작품 모두 ‘여성’을 타깃으로 했는데 오히려 여성 비하 논란을 낳았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올해 최악의 광고’를 발표하기에 앞서 성공적인 패러디를 불러온 일명 ‘쉐도우 광고’를 꼽아봤습니다. 동일한 브랜드가 모델만 다르게 내세우거나, 타 브랜드에서 콘셉트를 패러디한 사례 등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패러디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의 가장 바람직한 표본이 됐던 후보작들을 소개합니다.

1. 유니클로 - 기존 히트텍 광고의 내용과 설정을 그대로 패러디함. ‘히트텍이 걸어온 10년’이라는 문구는 ‘겨울과 맞서온 10년’으로 바뀌었고, 모델은 이나영 대신 김부선으로 대체됐다.

2. 휴롬 - 이영애로 변신한 유세윤, "똑같은 재료, 다른 주스, 왜일까? 차이는 갈거나 휴롬으로 짜거나"라는 내레이션을 "똑같은 광고, 다른 느낌, 어쩌지? 모델을 갈까? 아이디어를 새로 짤까? 모델은 갈고 주스는 짜자!"라는 대사로 바꿨다.

3. SK 텔레콤-헬로모바일 - ‘뒷태 사진’으로 유명한 설현 포스터를 패러디한 김상중. 설현이 뒤돌아서서 오른쪽으로 상체를 틀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면, 김상중은 반대인 왼쪽으로 이를 소화했다.

4. 한국화이자제약 센트룸 - 센트룸 광고 카피인 '눈에는 비타민A, 피로엔 비타민B, 뼈에는 비타민D'을 패러디한 영상에 유민상이 등장해 "눈에는 순대간, 피로엔 삼겹살, 뼈에는 도가니탕, 후식으로 짬짜면까지 건강을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고 멘트한다.

5. 신세계 SSG- MAC - SSG를 '쓱'으로 표현한 신세계를 패러디한 맥은 배경, 효과음, 의상, 스타일까지 똑같은 영상을 만들었다. 복잡한 제품명 대신 애칭 '셀피커버쿠션'의 영문 약자 SCC를 역시 '쓱'으로 풀어냈다.

6. 오비맥주-던킨도너츠 /- 던킨도너츠는 카스의 광고를 패러디하면서 주류 제품의 특성상 ‘19세 이상만 연락하라고 전해라’라고 쓰여 있던 기존 문구를 ‘우리는 아무나 연락해도 된다고 전해라’로 바꿨다. 

총 6개 작품 중 한 브랜드가 압도적 표를 얻으며 1위에 올랐습니다. 다름 아닌 유니클로 히트텍 바이럴 영상입니다. 배우 이나영씨가 히트텍을 입는 모습을 아파트 난방비 비리를 폭로해 ‘난방열사’라는 칭호를 얻은 배우 김부선씨가 똑같이 따라한 건데요.

‘겨울의 따뜻함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을 모델로 내세워 ‘히트텍’의 의미를 강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나영이 들고 있던 서류는 난방비 고지서로 대체됐고, 원본 영상의 자막 ‘히트텍이 걸어온 10년’은 ‘겨울과 맞서온 10년’으로 바뀌어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심어놨네요.

2위는 신세계의 쓱(SSG.COM)으로 33.3%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쓱’ 광고는 한국광고주협회가 선정한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한국광고학회가 뽑은 ‘올해의 광고상’ 등 상복도 많았는데요. 패러디도 봇물을 이뤘습니다.

뷰티 브랜드 ‘맥’은 개그맨 유상무·장도연을 모델로 발탁해 공유·공효진의 연기를 완벽히 재현해냈습니다. 제품명 셀피커버쿠션의 영문 약자 SCC를 ‘쓱’으로 풀어내기도.

*본 조사는 국내 PR·광고·마케팅 업계 종사자 및 학계 전문가 77명을 대상으로 11월 21일부터 3일간 온라인 서베이 형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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