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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LG’ ‘갓뚜기’는 어떻게 탄생했나포장 대신 진심, 브랜드의 새 흐름
LG·오뚜기를 향한 여론 흐름이 신기하다. 소비자들이 앞장서 제품을 홍보하고 온라인에 기업 관련 미담을 퍼나른다. 숨은 선행을 찾아내며 뿌듯해하고 기업이 제시하지 않는 기준으로 브랜드 재평가가 이뤄진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PR에서 주목할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① ‘바보LG’ ‘갓뚜기’ 어떻게 탄생했나
② ‘신데렐라 브랜드’는 없다

# 지난해 9월 오뚜기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례식. 여느 대기업 총수 장례식과는 달리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어린 조문객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서럽게 울었다. 10여년 전 함 명예회장의 후원을 받아 새 생명을 얻은 아이들이다. 오뚜기는 1992년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4300여명에게 심장을 선물했다.

# 2015년 11월 밀알복지재단. 장애인의 직업적 자활을 돕는 이곳에 함 명예회장이 나타났다. 그는 315억 상당의 개인 주식을 기부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보유 주식이 줄어든 걸 확인한 기자에 의해 뒤늦게 보도됐다.

# 준비되지 않은 상속처럼 보였다. 함 명예회장이 별세하며 남긴 오뚜기 주식은 46만5543주(13.53%)에 달했다. 당시 주가로 3500억원 수준.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라 50%의 세금이 붙었다. 아들 함영준 회장은 1500억원의 세금을 5년에 걸쳐 내기로 했다. 세금전문가들은 편법없는 승계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오뚜기 수술비 지원으로 심장병이 완치된 어린이를 만나고 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얼마 전 화제가 된 오뚜기 관련 이슈들이다. 함태호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알려지지 않았던 선행들이 뒤늦게 재조명됐다.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한국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이 있다며 놀랍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오뚜기를 ‘갓뚜기’라고 부르며 홍보 전도사로 변신한 이들도 많다. 관련 내용을 퍼뜨리며 “이왕이면 진라면 사먹자”고 다짐한다.

LG를 향한 세간의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제품 성능이 좋고 각종 선행도 앞장서는데 홍보가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한다. “LG는 홍보팀이 안티”, “바보 LG”라고 놀려대면서도 한편으론 온라인 게시판, SNS 등에 최신 제품과 선행을 대신 알리고 즐거워한다. 간섭과 오지랖이 일종의 놀이처럼 확산된다.

소비자들이 발굴해낸 LG의 미담은 열손가락을 넘는다. 요즘 화제가 된 것은 ‘LG 의인상’. LG가 선행한 사람을 찾아 수천만원씩 지원하는데, 본인이 원치 않으면 알리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LG는 최근 2년 동안 31명에게 의인상을 줬다. 그러나 시상식 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 출처: LG그룹 페이스북

최순실 사태 속에 LG는 더욱 빛났다. LG도 다른 대기업처럼 미르재단을 지원했지만, 소비자들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 알리며 ‘면죄부’를 줬다. LG는 이에 화답하듯 미르재단 모금을 대행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가장 먼저 선언했다. ▷관련기사: 이쪽저쪽서 난동…LG 홀로 ‘안전지대’

이밖에 온라인 게시판에는 LG 제품의 장점이나 미담글이 넘쳐난다. ‘초경량 노트북 무게를 980그램으로 홍보하길래 직접 재봤더니 960그램이었다’ ‘스마트폰 V10 휴대폰에 20K 금도금을 했는데 아무도 몰랐다’ ‘남아공에서 토네이도에 휩쓸린 집이 박살났는데 LG냉장고는 멀쩡했다’ ‘LG오너 일가는 모두 병역의무를 완료했으며, LG 창업자 구인회 회장은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등이다.

의외성이 가져다준 진정성

LG·오뚜기를 향한 여론 흐름은 이채롭다. 예전엔 삼성과 농심에 밀린 2인자 이미지였다면, 요즘은 묵묵히 할 일 하는 도덕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술 더 떠 소비자들은 기업의 히스토리를 탐구하고 숨은 선행을 찾아낸다. 오뚜기에 비정규직이 한명도 없고, LG가 복지시설에 전자제품 무상수리를 지원한다는 내용은 모두 온라인에서 퍼져나간 것이다. 소비자들은 왜 이들에 열광하고 자발적 홍보에 나설까. 

첫 번째 이유는 착한 행동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CSR활동을 적극 홍보하고 이를 마케팅에 직·간접적으로 활용한다. 반면 두 기업의 경우 순수하게 사회공헌을 실천한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착한기업 포지셔닝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는 오뚜기의 새 별명.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선행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가치와 남을 순수하게 돕는 이타적 가치를 추구하기 쉬운데, 이들은 상징적 가치를 포기하고 이타적 가치만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이에 감동한 소비자들이 지지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익숙한 대기업 코드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 이미지는 심하게 표현하면 ‘악당’에 가깝다. 갑질, 일감몰아주기, 세금포탈, 상속싸움, 골목상권침해 등이 쉽게 연상된다. 매년 반복된 사건사고를 통해 뇌리에 박힌 결과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주요 기업 이름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부정적 단어가 뜬다. 반면 어딘가 허술하거나 착한 대기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 의외성이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

세 번째는 시대적 배경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란 국가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각종 비리와 정경유착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기업 불신이 팽배해졌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공정함, 윤리의식이 시대정신이 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깨끗한 LG와 오뚜기가 주목받는다는 시각이다.

스토리텔링 요소가 맞아떨어져 더 많이 전파된다는 의견도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흥행하려면 주인공과 반대세력의 대립구도가 명확해야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용사’ 이미지의 LG·오뚜기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LG는 제품과 선행이 전자업계 라이벌 삼성전자와 비교됐고, 오뚜기 1500억 상속세 역시 다른 기업들의 편법 증여 사례와 대비됐다.

계속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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