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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의 건강정책도 팩트체크 필요하다[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선정적 ‘건강 상업주의’, 공약에는 없나?
  •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
  • 승인 2017.05.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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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김동석] 얼마 전 중앙 일간지에서 ‘예방주사 무용론’을 주장하는 위험천만한 신간도서 소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책을 홍보해줄 우려가 있어 도서명은 적지 않는다) 정통의학을 배격하고 자연치유를 주창하는 외국인 작가의 책이었다. 기사는 “건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며 저자의 선동적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주장의 위험성에 대한 일말의 반론도 없었다. 건강뉴스로 포장된 대표적인 나쁜 뉴스다.

‘좋은 책’ 보다는 ‘팔리는 책’을 만들고자 하는 일부 출판사의 상업주의는 그렇다 쳐도,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정통 언론이 아무런 중간 점검 없이 이런 기사를 써도 되나 싶었다. 이런 기사들은 대부분 비건강 부서에서 올리는 기사들로, 각 언론사 내 의학전문기자에게 한 마디만 물어봐도 쉽게 걸러졌을 내용이다.

건강뉴스로 포장된 '나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팔리는 뉴스의 심각한 부작용

의학적 검증은 빠진 채 선정적 ‘건강 상업주의’로 가득한 뉴스를 자주 접한다.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일부 주장을 정론인 것처럼 대변하는 기사, 쇼닥터의 과장된 주장을 확대재생산하는 등 나쁜 건강뉴스의 형태도 다양하다. 이런 류의 기사들은 소위 팔리는 뉴스는 되겠지만, 온라인을 타고 흘러 사실처럼 굳어져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앞서 예로 든 예방접종 무용론이 가져온 결과가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사라진 줄로 알았던 홍역(Measles)으로 2015년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황은 더 악화돼 미국질병통제센터(CDC)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내 178건의 홍역이 발생했다고 한다.

예방접좀 무용론 영향으로 사라졌던 감염병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3월 기준 700건의 홍역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220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라고 이탈리아보건부가 발표했다. 적어도 인구의 95%가 홍역에 예방접종이 되어 있어야만 대유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은 이에 못 미치며 이탈리아의 경우 2015년 기준 2세 이탈리아 아이의 85.3%만이 백신을 맞았을 뿐이다. 2013년 88%에서 크게 저하된 수치라고 한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나서 사태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렇듯 사라진 감염병이 크게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각종 루머와 뉴스들은 그들의 맹목적 신념에 근거를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감염병의 특성상 그 피해는 당사자들의 몫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강 관련 기사는 최대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물론 백신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주장 역시 검증이 필요하지만, 수많은 세월동안 과학적으로 검증된 예방접종의 필요성과 효과를 부정하는 일부 주장을 흥미 위주로 무분별하게 소개하고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 저개발 국가는 백신이 부족해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반대로 선진국에서는 백신의 혜택을 의도적으로 거부해 병을 키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800만 흡연자 표심 저울질 

대선 시즌이다.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각 후보들의 건강정책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집권자가 전개하게 될 건강정책은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힘을 갖는다. 뉴스 생산자는 당연히 이를 꼼꼼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대선 관련 뉴스는 후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 그 정책이 가져다 줄 긍정적·부정적 영향력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 최소한 건강정책과 관련해서는 그렇다.

대선후보들의 담뱃값 인상과 관련된 정책들을 보자.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하는 절제절명의 상황에 800만명에 육박하는 흡연 유권자의 심기를 건들기 힘들 것이다. 당연히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용기 있는 후보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담뱃값을 내리겠다거나 현재의 가격으로 동결, 유지하겠다고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금연정책인 담뱃값 인상 가능성은 앞으로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각 당 대선후보의 담배값 공약 관련한 채널A 뉴스 화면.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금연정책의 평가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 일리노이대학 프랭크 찰룹카 교수는 수차례에 걸쳐 가격정책은 금연에 가장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한국은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이 낮은 편이어서 가격 상승 여력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고소득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1번째(2016년 기준)로 싸다.

그는 특히 높은 담뱃값은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해당 컨퍼런스에 참가한 국내 최고의 금연 전문가는 담배 가격 인상으로 인한 금연효과를 부정하는 가짜뉴스가 판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그 효과가 명확히 검증된 금연정책이며, 담뱃갑에 혐오그림을 부착하기 전 일시적인 사재기 등으로 판매량이 늘어난 것을 근거로 전혀 다른 개념인 흡연율과 연관시켜 관련 정책이 효과가 없다느니 하는 류의 뉴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사는 담뱃값은 한 번에 급격하게 올리는 것이 더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가계 부담을 줄이고, 담배를 통해 시름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담뱃세(가격)를 낮춰야 한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논리는 담배회사들의 논리와 무척 닮아있다. 담배 가격 부담을 낮춰 저소득층이 애연하게 될 경우 이후 이들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부담하게 될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고통은 담배 가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일 텐데도 말이다.

가계 부담 위해 담배 가격 낮춘다? 

전 세계적으로도 담뱃값 인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캐나다의 사례가 있을 뿐이다. 높은 담뱃값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미국과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담배 밀수가 성행하자 캐나다 정부는 1994년 담뱃세를 50% 넘게 인하한 적이 있다. 결과는 참혹했다. 그해 하반기에만 담배 판매량이 51%나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 흡연율이 큰 폭으로 상승해 결국 캐나다 정부는 2002년까지 담뱃세를 1994년의 3배 수준으로 다시 올리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 후보들이 담배 세수 중 건강증진부담금의 비율과 해당된 금액을 금연 지원사업이나 건강 사업에 사용하는 비율을 높이겠다고 한다. 올린 세수를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데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금연정책에는 일관성이 중요하므로 현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공약 역시 의미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 약사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가장 손쉽고 친근하게 건강 정보와 정책을 받아들인다. 그 만큼 미디어의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건강뉴스는 전문가와 대중 사이, 건강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건강뉴스 홍수시대를 맞아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위하는 방향으로 정보와 정책을 세심하게 팩트체크하는 노력이 뉴스의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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