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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캠페인 복기 ①] 이유 있는 슬로건
[文 캠페인 복기 ①] 이유 있는 슬로건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6.12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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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되게 적폐청산…“소비자 심리 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분노를 변화의 동력으로

전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의 정서를 선거막판까지 끌고 간 것도 주효했다. 실제 문재인 캠프가 선거운동 내내 내세운 대표적 키워드는 ‘적폐청산’이었다.

이와 관련, 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적폐청산을 내세워 기존 정권에 대한 분노를 전략적 측면에서 잘 이용했다”며 “새로운 표를 얻기 보다는 (국정농단) 비판 세력의 분노를 이용해 표를 결집시키는 전략”이었다고 평했다.

선거 기간 새로운 득표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어도 기존 보수층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결집시켜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캠페인 슬로건도 탄핵 정국에서 등장했던 “이게 나라냐”는 시민들의 외침을 떠올리게 했다. 1700만 촛불을 모이게 한 분노의 원인을 다분히 연상시키며 당시의 동력을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희복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문재인 캠프의 슬로건은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 브랜드로 따지자면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며 “소비자 심리 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고 봤다.

분노의 타점을 건드리는 전략은 초기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부터 지속됐다. 문재인 후보는 당시 안희정 후보를 향해 왜 분노하지 않느냐 지적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이훈 교수는 “정치적 감정에서 분노는 기존 태도를 행동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헬조선이라 지칭하며 기성 정치에 굉장히 분개한 젊은층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섰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30% 후반에서 40% 초반대 지지율을 일정하게 유지했는데, 이는 지지층의 이탈과 신규 유입이 크게 없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외연을 크게 확장하기 보다는 방어 전략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전 정권을 향한 분노를 기반으로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켜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는 시각이다.

다자구도로 형성된 선거 지형도 문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이재술 대표는 “대통령 탄핵으로 갈 곳 잃은 보수표심이 나뉠 수밖에 없었다”며 “부끄러운 보수보다는 중도를 택하자는 생각이 안철수 후보가 2위까지 올라갔던 배경”이라 말했다.

다만, 선거 막판에 사드 논쟁과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급하게 보수 결집이 이뤄졌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표심 영향력이 컸던 TV토론회에서 잇달아 실책하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위로 마무리 짓는 결과가 나왔다.

이훈 교수는 “안철수나 홍준표 후보가 외연을 확장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문재인 캠프의) 반대 진영에서 자멸해 준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TV토론회 중 안철수 후보가 했던 ‘갑철수’ ‘MB아바타’ 발언 등은 네거티브 거리가 될 만한 사안도 아니었고, 오히려 안 후보의 지지층을 흔들리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반대급부에서 문재인 지지층은 보다 공고해지는 효과를 거뒀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관련된 네거티브에 노출됐을 때 거기에 설득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지자끼리 더 결집하게 되는 ‘의도된 합리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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