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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캠페인 복기 ①] 이유 있는 슬로건일관되게 적폐청산…“소비자 심리 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광화문 광장을 수놓은 1700만 촛불과 대통령 탄핵이란 역사적 사건과 함께 탄생한 정권인 만큼 여러 개혁과제들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90%에 육박하는 데에는 폭넓은 소통 행보,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문(文)의 문(門)을 열게 한 선거 캠페인 전략을 복기해본다.

① 이유 있는 슬로건
② 달라진 주체, 참여에 방점 
③ 전략적 방어책

[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해 미국 대선,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백인 블루칼라층의 분노와 불안감을 자극하며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미국 기업들을 모두 불러들이겠다는 트럼프의 호언장담은 일자리를 잃은 블루칼라들을 겨냥한 정책이었다. 그는 빌 클린턴 시절 결성된 북미자유협정(NAFTA)과 오바마 정권 들어 적극적 참여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문제 삼으며, 노동자들의 실직 원인을 민주당 집권으로 돌렸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 역시 경쟁자인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탈세를 일삼고 중국이나 인도로 일자리를 옮기는 회사에 투자해왔다며 공세를 높였다. 결국 오바마는 오하이오주를 비롯한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선택받으며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모두 비난의 대상을 명확히 하면서 거둬낸 결과물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선거에서 프레이밍(Framing) 전략의 핵심은 ‘책임귀인’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분명해질수록 유권자들은 열성적이 되기 쉽다.

특히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19대 대선의 경우 헌정 사상 유례없는 정치 이슈를 겪으면서 치러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실정의 책임이 너무나 명확했다.

통상 우리나라는 보수표가 진보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보수 표심이 갈리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다. 

정치컨설팅사 인뱅크코리아의 이재술 대표는 “탄핵으로 이끈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상대적 허탈감을 갖고 있는 소외계층, 젊은이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촛불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투표참여 릴레이 버스킹 vote0509' 캠페인 및 공약이행 프리허그에서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분노를 변화의 동력으로

전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의 정서를 선거막판까지 끌고 간 것도 주효했다. 실제 문재인 캠프가 선거운동 내내 내세운 대표적 키워드는 ‘적폐청산’이었다.

이와 관련, 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적폐청산을 내세워 기존 정권에 대한 분노를 전략적 측면에서 잘 이용했다”며 “새로운 표를 얻기 보다는 (국정농단) 비판 세력의 분노를 이용해 표를 결집시키는 전략”이었다고 평했다.

선거 기간 새로운 득표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어도 기존 보수층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결집시켜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캠페인 슬로건도 탄핵 정국에서 등장했던 “이게 나라냐”는 시민들의 외침을 떠올리게 했다. 1700만 촛불을 모이게 한 분노의 원인을 다분히 연상시키며 당시의 동력을 끌고 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희복 상지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문재인 캠프의 슬로건은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 브랜드로 따지자면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며 “소비자 심리 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고 봤다.

분노의 타점을 건드리는 전략은 초기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부터 지속됐다. 문재인 후보는 당시 안희정 후보를 향해 왜 분노하지 않느냐 지적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이훈 교수는 “정치적 감정에서 분노는 기존 태도를 행동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헬조선이라 지칭하며 기성 정치에 굉장히 분개한 젊은층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섰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30% 후반에서 40% 초반대 지지율을 일정하게 유지했는데, 이는 지지층의 이탈과 신규 유입이 크게 없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외연을 크게 확장하기 보다는 방어 전략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전 정권을 향한 분노를 기반으로 기존 지지층을 결집시켜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다는 시각이다.

다자구도로 형성된 선거 지형도 문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이재술 대표는 “대통령 탄핵으로 갈 곳 잃은 보수표심이 나뉠 수밖에 없었다”며 “부끄러운 보수보다는 중도를 택하자는 생각이 안철수 후보가 2위까지 올라갔던 배경”이라 말했다.

다만, 선거 막판에 사드 논쟁과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급하게 보수 결집이 이뤄졌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표심 영향력이 컸던 TV토론회에서 잇달아 실책하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위로 마무리 짓는 결과가 나왔다.

이훈 교수는 “안철수나 홍준표 후보가 외연을 확장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문재인 캠프의) 반대 진영에서 자멸해 준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TV토론회 중 안철수 후보가 했던 ‘갑철수’ ‘MB아바타’ 발언 등은 네거티브 거리가 될 만한 사안도 아니었고, 오히려 안 후보의 지지층을 흔들리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반대급부에서 문재인 지지층은 보다 공고해지는 효과를 거뒀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관련된 네거티브에 노출됐을 때 거기에 설득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지자끼리 더 결집하게 되는 ‘의도된 합리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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