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벤처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사내벤처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6.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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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기술·서비스 등 실질적 성과 속속…자율성 보장, 실패 용인하는 문화 바탕이 돼야
사내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패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사내벤처가 활성화되면서 사업 아이템이 다변화되고 있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 린스타트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전문 선케어 브랜드 ‘아웃런’. 

[더피알=조성미 기자] 기업 혁신을 위한 작은 실험들이 사내벤처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면서 사업과제에 있어서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있는 아이디어부터, ‘왜?’라는 의문이 들 만큼 낯선 영역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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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술 개발 혹은 사업화하기 좋은 아이템을 공모하고 이후 선정된 팀을 지원하고 있는 현대차는 사내벤처 초기에는 주로 수입 부품 국산화에 중점을 뒀지만 지금은 그 분야가 첨단형으로 다변화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친환경차 등 미래지향적인 기술들까지 제안하고 있다”며 “자동차 분야에서 더 나아가 모빌리티 서비스, 철 분말 윤활제 개발, 버섯 폐기물을 이용한 소재 개발 등 이종 산업 분야의 아이템을 활용하거나 개발하는 데까지 확장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도전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 니치 마켓에 도전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사내벤처가 그룹 전체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Seeding)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LS전선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을 내놓았다.
LS전선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재고 관리 시스템을 내놓았다.

실질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LS전선은 사내벤처 ETS(Easy To Search)를 통해 지난 3월 IoT 재고 관리 시스템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린스타트업을 통해 총 4개의 브랜드를 론칭, 올 하반기 린스타트업 1기 브랜드의 졸업심사가 예정되는 등 기존의 업을 강화해 가고 있다.

롯데는 2016년 6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롯데홈쇼핑 책임급 사원이 제안한 아웃도어 기저귀 ‘대디포베베’가 사내벤처로 선정됐다. 대리급 사원과 같이 롯데 엑셀러레이터에서 사업을 진행, 지난해 6월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경우 오랜 시간 꾸준히 해온 만큼 많은 성과를 보여줬다.

현대차는 창업에 성공해 분사한 9곳을 포함해 지금까지 38개의 사내벤처를 키워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벤처기업 성공률이 1~2%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며 “창업에 성공한 루키들은 틈새 영역을 개척해 벤처 특유의 기술력을 앞세운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가운데 자율주행 카메라 센서 전문 업체 PLK는 2003년 3명이 분사해 50명 이상의 규모가 됐고, 2011년 분사한 아이탑스는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으며 2012년 분사한 오토앤은 매출액 300억원 이상의 애프터마켓 업체로 성장했다. 또한 이들을 롤모델로 현재 10개의 사내벤처를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 C랩이 CES 2018에서 선보인 제품. 잔존 시력이 남아있는 시각장애인의시력 보완제품 ‘릴루미노’와 사용자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 ‘S-RAY’.
삼성전자 C랩이 CES 2018에서 선보인 제품. 잔존 시력이 남아있는 시각장애인의시력 보완제품 ‘릴루미노’와 사용자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 ‘S-RAY’.

삼성전자 C랩을 통해서는 2018년 3월까지 약 195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총 32개의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이 중 허밍으로 작곡하는 앱을 개발하는 ‘쿨잼컴퍼니(COOLJAMM company)’는 세계 3대 음악 박람회 ‘미뎀랩(MIDEMLAB) 2017’에서 우승했으며, 당초 30~40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360도 카메라를 만드는 링크플로우는 보안용 장비 시장에서 더 큰 호응을 얻으며 CES 2018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실패할 기회가 도전의 원동력

사내벤처의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들은 더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내벤처 제도를 손봐 구성원들의 도전을 독려한다.

이를 위해 롯데 기업문화위원회는 최근 사내벤처 제도를 보완했다. 연 1회 공모형식으로 진행되던 사업 아이디어를 연중 상시로 제안 받아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적시에 사업화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벤처에 뛰어드는 내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별도법인 분사 시 최대 3년까지 휴직을 인정하는 창업휴직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사내벤처가 활성화되려면 실패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사내벤처가 활성화되려면 실패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모레퍼시픽은 더욱 창의적인 역량을 위해 ‘자율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재미있게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또 리스크를 가진 벤처 특성상 실패에 연연하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와 보상을 보장하고 있다.

C랩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2016년 5월 초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 안에 C랩 전용 공간을 추가로 조성한 바 있는 삼성전자는 자사 C랩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자율성 보장과 실패 용인을 꼽았다.

팀 구성, 예산 활용, 일정 관리 등 과제 운영에 대해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직급이나 호칭, 근태 관리에 구애받지 않고 수평적인 분위기의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높은 목표에 대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는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시도”라며 “이를 통해 전 임직원의 도적 의식을 자극하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숨은 인재들을 발굴할 뿐만 아니라, 외부와 소통하는 계기 또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예구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내벤처가 분사할 정도의 사업이 된다는 것은 아주 드문 성공사례”라며 “사내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직접 시행해 보겠다는 의지를 높이 사 실패하더라도 시간 낭비가 아닌 좋은 경험으로 인정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사내벤처팀이 론칭한 카시트 ‘폴레드’.
현대자동차 사내벤처팀이 론칭한 카시트 ‘폴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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