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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기사 알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만
기자들의 ‘기사 알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9.11.2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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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외주 중개 플랫폼 등장…“최저가 입력해야 가장 많이 받는 구조”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기사 건당 금액 하락세, ‘1+1’ 조건 내세우기도
기사 외주 중개 플랫폼 메인 화면. 등록 언론사 101개, 기자수 733명으로 기재돼 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언론사 기자의 ‘기사 알바’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해 화제다. 인터넷에서 상품을 파는 전자상거래 개념을 뉴스 시장에 도입해 기사 발주와 납품을 대리한다.

상업화로 물든 미디어 생태계의 혼탁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씁쓸한 평가와 함께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인 유가기사 관행을 수면 위로 용감하게(?) 끄집어냈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 나아가 ‘공급 과다’로 기사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는 웃픈 이야기마저 들린다.

최근 언론계 안팎에서 입길에 오르는 곳은 올백뉴스(allbacknews.com)라는 사이트다. ‘우리 옆자리 동료기자도 한다! 나 빼고 다 한다. 나도 기사 외주해서 돈 좀 벌자!’는 도발적인 홍보문구를 내세워 기자들의 투잡(two job)을 독려한다.

상호 신뢰를 높이고자 ‘외주 비밀 보장’ 원칙도 내세웠다. △기자 실명을 등록하지 않고 △클라이언트당 언론사 1명(기자)만 외주를 진행하며 △외주 거절된 기사는 절대 같은 언론사 기자들에 재매칭 안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회원 가입 절차에서 ‘외주 기사 발행 비용’을 기자 스스로 입력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작성된 기사의 포털 송출 가능 여부도 체크 항목에 들어있다.

기사 외주를 주선하는 업체의 회원(기자) 등록 양식. 

업체 측에 메일을 보내 문의했더니 “최저가로 입력하신 분이 가장 많이 (일감을) 받는 구조”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달 기준 기자 한 명당 최대 100건 이상의 기사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기사 비용도, 건수도, 그로 인한 소득 창출도 철저히 ‘기자 하기 나름’이다.

기사 건당 평균 금액은 인터넷 신문사 기준 3~5만원인데 “포털 송출 유무에 따라 3~5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포털뉴스에서 검색이 안 되는 기사는 제값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CS 차원의 응대 외 해당 업체는 더피알의 정식 취재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사실 포털 송출을 염두에 둔 ‘유가기사 거래’는 새롭지 않은 비즈니스다. 홍보성 기사가 필요하거나 나쁜 뉴스 밀어내기용으로 뉴스 지면을 사는 일은 이미 관행화된 지 오래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언론홍보대행’ 키워드를 입력하면, 파워링크(검색광고) 사이트를 비롯해 수많은 업체의 목록이 뜬다. 대부분 ‘당일 (기사) 송출’ ‘저비용 진행’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돈만 주면 ‘객원기자 ID’까지…도 넘는 포털 뉴스장사

기존 방식과 다른 점은 ‘언론홍보대행’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벗고 직설적으로 기자의 ‘기사 외주’를 말한다는 점이다.

업무상 종종 지면을 구매해봤다는 A씨는 “이렇게 대놓고 조직적(?)으로 플랫폼을 론칭한 건 처음 본다”고 했다.

A씨는 “우리가 거래하는 업체는 대표 인맥으로 알음알음 하는 것으로 안다. 언론사 모르게 기자와 계약해서 한 건 내주면 얼마씩 기자들 계좌에 꽂아준다”며 “(기사) 밀어내기 하면 기자들이 못 벌어도 월 30만원씩은 가져가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어떤 언론사는 (기사 거래 행위를) 아는 순간 해당 기자에 ‘그거 얼마 받고 써줬냐. 기사 요청받았으면 차라리 광고로 흥정해라’고 압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력지의 경우 기사 내용과 송출 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고 비용이 4~5배가량 높다.

B씨는 “ㄱ일보는 한 건에 27만원인데 기명기사로 내주고, ㄴ일보는 인터넷팀 이름으로 나가는데 기사 검수를 깐깐히 해서 원고의 3분의 1 이상이 날아가기도 한다”며 “보통 5만원짜리 4~5개 내는 걸 선호하고 정말 필요할 때만 비용을 더 태워 유력지에 한다”고 말했다.

더피알이 입수한 기사 단가표. 언론사별로 금액과 포털 송출 여부, 불가 업종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더피알이 입수한 기사 단가표 일부 발췌. 언론사별로 금액과 포털 송출 여부, 불가 업종 등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식의 유가기사 비용은 몇 년 새 많이 하락했다. 출혈 경쟁 때문이다.

2년 전 더피알 기사에서 33만원에 거래됐던 유력 일간지 기사가 요즘은 26~27만원대로 책정돼 있다. 인터넷매체 기사값은 8만원에서 3~5만원으로 낙폭이 훨씬 크다. ▷관련기사: ‘조중동 33만원’, 사고 파는 온라인 지면

업계 사정을 잘 아는 C씨는 “요새는 포털 입점 매체도 너무 많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서 (기사 단가를) 세일하거나 1+1식으로 해주기도 한다”며 “이런 업태도 경기를 타는 것 같아서 좀 웃기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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