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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롯데마트 안내견 논란의 본질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롯데마트 안내견 논란의 본질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12.0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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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발화-위기대응-사후캠페인 등 일련의 과정서 교훈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롯데가 최근 ‘예비 안내견 출입 논란’으로 크게 곤혹을 치렀습니다. 계열사인 롯데마트의 한 지점에서 ‘퍼피워킹’(Puppy Walking, 생후 7주부터 예비 안내견을 일반 가정집에 위탁해 1년 간 사회화 교육을 받게 하는 것) 중인 강아지를 무리하게 막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롯데마트 SNS 계정은 ‘무개념’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사과 요구로 마비되다시피 했고, 그룹이미지 광고는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공식 사과문 게시와 오프라인 전 지점에 안내견 출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 부착, 사내 교육 강화 조치로 사측은 진화에 나섰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하지만 일련의 대응에도 여론은 여전히 곱지 않습니다.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일부에선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보입니다. ‘롯데’라는 이름으로 소비자 접점에 있는 여타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 회사, 특정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엔 (예비) 안내견 사례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여러 반면교사 포인트를 안고 있습니다. 나아가 공공소통 측면에서도 교훈하는 바가 큽니다. 이번 논란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잘못을 개선하는 발전적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함께 몇 가지 시사점을 체크합니다.

*도움말: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익명을 요구한 CSR 전문가


#무엇에 주목해야 하나_이슈발화 양태

롯데마트의 이번 위기는 SNS 게시물 하나로 촉발됐습니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장 목격담을 전한 것이 수많은 언론보도로 이어지며 이슈 파급력을 키웠습니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

디지털·소셜미디어의 보편화로 모든 시민/소비자가 기자가 되고, 모든 SNS 이용자가 미디어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줍니다. 

따라서 소비자 접점에 있는 모든 직원이 PR(홍보)팀의 마인드와 자세를 숙지해야 합니다. 전사적으로 평시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유사시 개개인이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준비한다고 요즘과 같이 복잡다단한 환경에서 돌발 이슈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준비 안 하면 한 차례 소나기로 지나갈 일도 대형 위기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인해 기업(브랜드) 평판에 영향을 주는 PR 리스크, PR 크라이시스 영역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광고를 잘못해서 논란을 일으키거나 소셜미디어상에서 대응을 잘못해서 비난을 가중시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법이나 규정을 어기는 경우도 있지만 윤리적·사회적 규범과 연결돼 부딪힘으로써 문제가 발생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조직이 검토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훨씬 많아졌다는 얘기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적 기준을 재검토해 체크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특히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 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사회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언론을 상대하는 커뮤니케이션(PR)팀 차원에서 대비할 게 아니라, 이해관계 접점에 있는 조직 전체를 사전 준비시켜야 한다.” 

특히 사람들의 감정적 동요를 키운 건 불안에 떠는 예비 안내견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롯데마트 안내견 출입 논란을 지적하며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에 올린 현장 사진.
롯데마트 안내견 출입 논란을 지적하며 한 네티즌이 자신의 SNS에 올린 현장 사진.

동물복지나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사람을 돕는 반려동물’은 이제 사람과 같은 수준의 인격적 대우나 그 이상의 배려를 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평생을 살아가는 예비 안내견이 당한 ‘봉변’과 애처로운 표정은 사람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했습니다. ‘개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유독 컸던 것도 이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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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많은 이들의 걱정과 달리 예비 안내견의 현재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홍보를 담당하는 하우종 프로는 “전세계 3만여 안내견의 90% 이상이 리트리버종인데, 이 종의 가장 큰 특징이 사람을 잘 따르고 외모적 친근함에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점이다. 쇼크나 위기 상황을 맞더라도 케어해주면 금방 회복한다”며 “사건 이후 훈련사가 직접 살펴본 결과 트라우마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 Check Keyword SNS, 가이드라인, 사회적 감수성, 동물권
 

#왜 사과문이 분노를 키웠나_위기관리 과정

롯데마트는 안내견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최초 문제 제기의 발생지가 인스타그램이었고, 소비자 항의가 빗발친 곳도 롯데마트 인스타그램 계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사과문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를 계기로 롯데마트는 장애인 안내견 뿐만 아니라 퍼피워커에 대한 지침 및 현장에서의 인식을 명확히 하고, 긴급 전사 공유를 통해 동일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적극 대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금번 사례를 교훈 삼아 더욱 고객을 생각하는 롯데마트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불 끄려 내놓은 사과문이 오히려 분노를 키우는 불쏘시개가 됐습니다. 사과의 주체와 단어, 표현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마지못해 하는 사과’ ‘면피성 졸속 사과’라는 비난이 뒤따랐고, 제대로 된 사과를 다시 요구하며 일부에선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는 상황입니다.

피해 당사자는 ‘견주’가 아니라 퍼피워킹을 돕는 ‘봉사자’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배려하지 못한 점’이 아니라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실제로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는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 또한 같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에 근거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보조견 동반자의 출입을 거부하게 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나아가 잘못을 한 해당 직원(매니저)이 직접 피해자에 사과하고, 어떠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회사가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적인 사과문은 ‘5R’을 강조합니다. △Recognition(잘못 확인) △Responsibility(책임 인정) △Remorse(양심의 가책 표현) △Restitution(보상 또는 배상 제시) △Repetition(재발방지 약속) 등입니다. 롯데마트는 논란 직후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구체성이 결여된 사과의 내용으로 진정성을 의심 받았습니다.

“사과문의 기본 구성과 원칙이 있지만 사안에 따라 톤의 깊이를 달리 결정해야 한다. 사건·사고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즉 감정적인(emotional)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평상시 해당 조직에 나쁜 감정이 존재하거나, 도덕적 규범·개인적 양심에 반(反)한다고 판단되면 대중의 분노는 폭발성을 갖는다.
이번 사례 역시 ‘롯데=일본기업’ 인식에 따른 묵은 감정, 장애인 인권보호라는 신념이 결합됐다. 사람들의 ‘도덕적 경계’를 건드렸는지 아닌지를 보고 이슈 확산성을 가늠해 메시지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입장문이나 사과문의 수용도를 높이려면 토시 하나라도 거슬림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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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젊은 세대 사이에선 사과문의 ‘서체’가 반감을 낳기도 했습니다. 롯데마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을 궁서체로 작성했는데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주 이용층에겐 조롱의 뉘앙스를 풍겼다고 합니다.

궁서체로 롯데마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과문.
궁서체로 롯데마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과문.

중학생인 유지민 양(14)은 “우리 세대에 궁서체는 유머나 남을 비꼴 때 주로 쓰는 것인데, 그 궁서체로 사과문을 써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며 “SNS를 잘 모르는 ‘아재 담당자’의 궁서체 사과가 더 분노를 돋궜다”고 말했습니다.

소셜미디어상에선 사과문의 내용 못지않게 형태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마케팅PR 측면에서 젊은 화법을 배워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듯, 부정적 이슈 상황에서도 젊은 이용자의 눈높이와 문화에 맞춰 대응하는 디테일한 방식이 요구됩니다.

“사과문은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 인권에 민감한 사람,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사회적 감수성이 높은 사람이 최종적으로 에디팅 해야 한다. 롯데마트는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했지만, 장애인 분들 중에선 ‘배려’라는 단어에 소스라치는 경우도 많다.
또 소셜 포스팅을 할 때는 가급적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이 가능한 인력을 통해 하는 것이 좋다. 진정성은 감정에 대한 이미지여서 설득이 불가능하고 사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다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진정성의 의미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한 이미지 작업에도 신경써야 한다.”

부정적 이슈 발생시 최우선으로 ‘원점관리’부터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례로 미국의 스타벅스는 2018년 필라델피아 한 매장에서 흑인들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이때 스타벅스 CEO는 시애틀 본사에서 필라델피아 현지로 날아가 피해 당사자에 직접 사과하고, 그 사실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했습니다. 또한 미 전역의 직영매장 8000곳을 일시적으로 닫고 전 직원 대상 인종차별 예방교육을 시행하며 불매여론을 진화했는데요. 

롯데마트 역시 퍼피워커로 봉사한 고객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오해가 풀렸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렸다면, 예비 안내견이 특유의 회복탄력성으로 해맑음을 되찾은 모습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함께 보여줬다면, 그리고 안내견 공지문을 급하게 부착할 게 아니라 장애인 인권보호에 대한 직원교육 현장을 눈으로 확인시켰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 Check Keyword 사과문, 진정성, 디테일, 원점관리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_공공소통 제언

롯데마트 안내견 출입 논란의 본질은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조직을 비판하고 몰아세우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퍼피워킹’ ‘퍼피워커’의 개념을 알게 됐으며,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나 예비 안내견을 훈련하는 사람들의 보행권을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하면 위법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불편한 사건에 따른 국민적 공분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된 것이죠.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커뮤니케이션, 포용적 캠페인 추진해야”

롯데마트와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향해 비판이 쏟아졌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해당 직원도 피해자라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시각장애인 안내 훈련견에 대한 무지(無知)로 일터에서 과잉 대응해 하루아침에 국민적 비난의 중심에 섰으니, 당사자와 그 주변인이 겪었을 심적 고통과 트라우마가 상당할 것입니다.

“모든 사건·사고에서 그 원인을 개인과 특정 조직, 단체에만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사고의 지점에만 몰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문제의 원인은 우리 사회 곳곳으로 돌려야 하고, 일상의 요소요소에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해결할 수가 있다. 이번 안내견 이슈도 롯데마트의 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소통을 위한 새로운 캠페인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 매번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사회적 이슈가 터져야만 움직이니 ‘캠페인 후진국’ 소리를 듣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안내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굉장히 낮습니다. ‘장애인의 눈과 귀’가 아니라 ‘그저 큰개’로 보는 시선이 일상 곳곳에서 존재합니다.

불과 한 달 여 전인 10월 31일자 JTBC 보도를 보면 안내견 ‘구름이’를 동반한 장애인이 버스 승차를 거부당하고 식당 출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훈련견도 아니고 정식 안내견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편견과 거부감은 컸습니다. 과연 버스기사나 식당주인은 자신이 불법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한편에선 ‘선의’로 보행 중인 안내견을 쓰다듬거나 얌전히 앉아 있는 안내견에 간식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안내견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마음이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공공소통연구소 라우드(LOUD)는 1년 전 음식점,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반려견 금지’ 대신 ‘안내견만 출입’ 표시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해외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는 안내견을 쉽게 접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동일 장소에선 안내견을 목격한 적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였습니다. 당시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점에 캠페인 동참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공공소통연구소 라우드가 안내견 인식 제고를 위해 1년 전 제안한 픽토그램.
공공소통연구소 라우드가 안내견 인식 제고를 위해 1년 전 제안한 픽토그램.

롯데마트는 아픈 경험을 통해 ‘안내견은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라는 공지문을 오프라인 전 지점에 배포, 부착했습니다. 다양한 주체에서 반면교사 삼아 선제적·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안내견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자연스레 안착될 것입니다.

→ Check Keyword 공공소통, 선제참여,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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