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통 강화하는 각 부처, ‘어공-늘공 구도’ 벗어나야
디지털 소통 강화하는 각 부처, ‘어공-늘공 구도’ 벗어나야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0.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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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커뮤니케이션 변화 시도…팀 신설에 ‘손발 역할’ 한계, ‘옥상옥’ 우려도
해양수산부 디지털소통팀에서 만든 김영춘 장관의 중소기업 현장방문 영상 화면. (클릭시 해당 영상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해양수산부 디지털소통팀에서 만든 김영춘 장관의 중소기업 현장방문 영상 화면. (클릭시 해당 영상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정부부처가 최근 디지털소통팀을 신설하고 영상 콘텐츠 제작 인력을 충원 중이다. 청와대처럼 국민 눈높이에서 친근하게 대화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일부 조직개편만으로 드라마틱한 소통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보면 좋은 기사: 정부부처 뉴스룸 시대 열리나 

부처별로 내부에 디지털 전문 인력을 두면서 일단 콘텐츠 양과 질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3명씩 충원한 것으로 높은 수준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직급도 5~6급 별정직(계약직)이라 예산집행권이나 의사결정권이 없기에 한계가 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공무원 세계는 늘공(늘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 임시계약직)으로 나뉘는데, 어공이 늘공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라며 “의사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 공무원들의 손발 역할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개인적으로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소수 인력으로 할 수 없는데다, 임시직이다 보니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수를 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고민들은 정부 관계자들도 공유하고 있다. 원래는 디지털소통팀에 임시직이 아닌 정식 공무원 확충을 건의했으나 행정안전부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민간 전문가 출신이 들여다봄으로써 외부에 일임했던 디지털 콘텐츠 제작 기능을 일부 가져오고, 보다 창의적인 정책홍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디지털소통팀을 1년 정도 돌려보고 시범 운영이 끝나면 추가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원래 부처마다 민간 홍보전문가가 1명씩은 있는데 그들이 관리직에 머물렀다면 이번에 뽑는 분들은 실질적인 크리에이터라서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빠르게 캐치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향은 맞지만…“효율성에 대한 고민 더 필요”

정책홍보의 무게중심이 언론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통하는 시대이고, 전통미디어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예전과 다른 소통방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부처의 영상 활용 능력, 대응 속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봤다. 특히 디지털 대응 속도는 단순 아웃소싱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서 정책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과기정통부는 홈페이지 '국민참여' 코너를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화면 캡처
과기정통부는 홈페이지 '국민참여' 코너를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화면 캡처

앞서 본지가 최근 1년여 간 홍보용역입찰제안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 디지털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전임 정부에 비해 젊은 채널과 협업, 팟캐스트나 라이브방송 확대, SNS 운영 강화, 1인 크리에이터와 협업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관련기사: 데이터로 본 정부의 공공PR 현황

이런 디지털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각 부처 홈페이지도 쌍방향 소통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추세다. 청와대 뉴스룸 같은 모델로 바뀔 전망이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하며 메인 화면의 4분의 1을 할애해 공식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를 전면에 내세웠다. 보건복지부 역시 비슷한 비중으로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채널을 크게 부각시키고, ‘쉽게 보는 정책’이란 시리즈 영상도 별도로 내보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페이지 하단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비슷한 ‘국민참여’ 코너를 만들고 민원·신고, 국민제안, 규제개선 건의, 정책참여를 받고 있다.

다만 큰 틀에서 정책홍보의 전략이 부재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의 소통 방식을 보면 개별 콘텐츠는 재밌고 감동적이지만 단순 스케치에 그치는 느낌”이라며 “선택과 집중, 효율을 따져 정책적인 것들을 어떻게 알릴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기업이 디지털 자체 제작 콘텐츠와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처럼 정부부처도 그런 움직임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정부 메시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거나 타이밍이 어긋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변화를 계기로 좀 더 정교한 콘텐츠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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