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K푸드·K뷰티, 앰버서더 전략…농심·클리오가 노린 건 ‘세계관 확장’

글로벌 시장 재편 속 브랜드들이 ‘앰버서더’를 택하는 이유
확장 vs 감도…농심·클리오의 다른 선택, 같은 전략

  • 기사입력 2025.11.19 13:37
  • 기자명 김영순 기자

더피알=김영순 기자|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앰버서더’를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있다.

모델을 기용하는 방식이 더 이상 광고 집행의 일부로만 취급되지 않으면서, 브랜드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대중에게 해석해 보여주는 일종의 ‘세계관 파트너십’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모델이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지금은 모델과 브랜드가 함께 세계관을 만든다는 뜻이다.

최근 농심과 클리오가 각각 내놓은 앰버서더 발탁 소식은 K푸드와 K뷰티가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목적과 전략, 그리고 미디어 효과를 노리고 있음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신라면 글로벌 앰배서더 에스파. 사진=농심
신라면 글로벌 앰배서더 에스파. 사진=농심

농심은 올해 처음으로 신라면의 글로벌 앰버서더를 지정하며 브랜드의 확장 전략을 본격화했다. 그 주인공은 글로벌 K팝 팬덤을 보유한 걸그룹 에스파(aespa)다. 기업이 단일 제품 브랜드에 40년 만에 처음 앰버서더를 붙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체급 변화의 신호는 명확하다.

농심관계자는 에스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들이 음악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신라면이 강조하는 글로벌 슬로건 ‘SHIN(Spicy Happiness In Noodles)’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스파가 지난 몇 년간 콘텐츠를 통해 신라면·짜파구리 등 농심 제품을 자발적으로 언급해온 점은 브랜드가 소비자와 이미 구축한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공식적 협업으로 확장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됐다.

농심의 행보는 단순히 유명 아이돌과 광고를 찍는 수준을 넘어선다. 앞으로 공개될 글로벌 캠페인은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에서 동시에 전개되며, 멤버별 스페셜 패키지, 포토카드 삽입, 오프라인 유통망 이벤트 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신라면을 단순한 즉석 라면에서 K푸드의 대표 아이콘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인데, 그 과정에서 에스파는 ‘광고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나누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재해석해주는 공동 창작자에 가깝다.

농심이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문화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결국 문화 콘텐츠의 힘을 활용한 ‘글로벌 PR 전략’이다.

반면 클리오(CLIO)의 앰버서더 전략은 결이 전혀 다르다. 클리오는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 Day Project)’를 브랜드의 새로운 모델로 발탁했는데, 이 그룹에는 신세계그룹 정유경 회장의 장녀이자 오너가 3세인 문서윤(활동명 애니)가 속해 있다. 올데이 프로젝트를 선택한 클리오는 “서로 다른 감각이 만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내세우며 브랜드가 추구해온 ‘감각·새로움·개성’의 이미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관 파트너십’... ‘브랜드의 공동 창작자’로서 앰버서더

사진=클리오 공식 SNS 캡처
사진=클리오 공식 SNS 캡처

클리오의 이번 결정은 농심처럼 대규모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K-뷰티 브랜드가 경쟁이 치열한 국내외 시장에서 브랜드의 감도(感度)를 높이고 스타일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들기 위한 브랜딩 전략에 가깝다. 애니가 이미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의 공식 앰배서더로 활동하면서 패션·뷰티 업계에서 개성과 스타일을 보여준 이력이 있는 만큼, 클리오로서는 그녀의 존재가 브랜드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결합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앰버서더를 바라보는 목적의 차이는 분명하다. 농심이 ‘글로벌 시장 확대’라는 구조적 목표 아래 K팝 팬덤을 활용한 대형 프로젝트를 설계했다면, 클리오는 ‘브랜드 감도 강화’라는 미세한 정체성 조정에 더 가치를 둔 선택이다. 그럼에도 두 전략은 서로 닮은 점을 공유한다. 바로 앰버서더를 단순한 광고 모델로 소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세계관과 메시지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십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PR 시각에서 보면 이번 두 사례는 국내 소비재 기업들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더 이상 메시지 전달 수준에서 해결하지 않고,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을 중심에 두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농심은 글로벌 시장 중심 ‘확장 PR’,클리오는 내수 중심 ‘이미지 PR’이라는 차이가 명확하다.

농심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문화 콘텐츠 기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면, 클리오는 브랜드의 감각적 정체성을 재정렬하는 과정에서 앰버서더를 활용하고 있다. 결국 ‘앰버서더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무리가 아닐 만큼, 기업들은 이제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장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전략을 쏟고 있다.

브랜드가 서는 무대가 글로벌 무대로 넓어질수록, 그리고 뷰티 시장처럼 트렌드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앰버서더는 기업이 선택하는 가장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