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반도체 공장 ‘120조 시대’...삼성전자·SK하이닉스, 초대형 투자 전쟁 본격화

첨단 공정·초고가 장비·글로벌 인플레 겹쳐 팹 건설비 10배 급등
삼성·SK, 평택·용인서 초대형 생산 공장 확충 돌입

  • 기사입력 2025.11.19 11:24
  • 기자명 최현준 기자

더피알=최현준 기자|반도체 공장 한 동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10년 만에 10조 원에서 120조 원까지 치솟고 있다. 첨단 공정 확대와 초고가 장비 도입,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겹친 탓이다.

용인시 원삼면 독성리·죽능리 일대 SK반도체클러스터 건설현장에서 새벽을 깨우는 대형 크레인들. 사진=용인시 
용인시 원삼면 독성리·죽능리 일대 SK반도체클러스터 건설현장에서 새벽을 깨우는 대형 크레인들. 사진=용인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평택·용인 등 주요 거점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잇달아 집행하며 미래 생산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평택캠퍼스 5공장 투입 비용은 6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4년 밝힌 평택캠퍼스 1공장 투자 금액은 15조6000억 원 수준으로, 비용이 3배 이상 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달 가동을 시작한 청주 M15X 팹 건립에 20조 원을 투입했다. 오는 2027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용인 1기 팹은 이보다 투자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SK하이닉스는 공장과 업무 시설 건설에만 9조4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용인만으로도 600조 원 정도 규모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투자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압도적 체급’ 미래형 반도체 공장

평택 캠퍼스의 경우 부지 면적이 총 289만㎡(87만 평)로, 기흥캠퍼스(145만㎡)와 화성캠퍼스(158만㎡)를 합친 수준으로, 축구장 400개 크기와 맞먹는다.

최근에는 용적률 규제 완화로 공장 건물이 기존 2층에서 3층으로 커지고, 클린룸 공간도 확대되면서 건설 비용 자체가 달라졌다.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전체 면적은 415만㎥로, 이 중 절반(47.5%)을 SK하이닉스가 사용한다.

삼성전자도 최근 평택캠퍼스 5공장 공사를 재개하며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 가동 목표 시기는 2028년이며 업계에서는 5공장 투자 규모를 약 60조 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조 공정 첨단화...필요 공간·비용 더 커져

최근 반도체 산업의 첨단화가 가속화되며 제조 기술 비용이 치솟는 현상도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장비 중 한 대당 가격이 5000억 원에 이르는 '하이-NA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있다. 네덜란드 ASML에서 만드는 이 장비는 기존가격 대비 2배 이상 비싸졌다. 가격은 더 비싸지만, 집적도를 높여 웨이퍼 한 장당 더 많은 양의 칩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에 더 많은 시설이 필요하게 됐다. 신규 팹 구축 시 더 높은 수준의 청정실 관리 제어 시스템이나, 냉각 설비 등 고도로 전문화된 기술과 역량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또 신재생 에너지 사용, 용수 재활용, 배출가스 저감 등 친환경 기술 도입도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발생 중인 점도 있다. 미국의 건설 비용은 2021년 이후 연평균 6%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고, 자재 비용은 연평균 25% 폭등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지난 2023년 공개한 '칩 제조의 고비용 경제성 탐색' 자료에 따르면 2026년에 완공되는 2나노 공장의 건립 비용이 350억 달러(50조 원)에서 430억 달러(63조 원)로 예상했다. 이는 2023년(5나노) 당시 비용보다 33~66% 더 높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리스크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메모리 산업의 경우 경기 사이클과 밀접한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 증가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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